영화감상평

인랑

29 율Elsa 1 769 0 0

진보나 퇴보의 문제보다는 그냥 기본기 문제.

평점 4/10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두었고 하이브리드 장르를 채택한 것은 나쁘지는 않다. 관객의 취향의 차이가 영화의 완성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으니까. 한국영화의 틀에서 본다면 장르의 다양화에 있어서 어느 정도 진보했다고 볼 수 있다. 독특한 소재를 차용하여 한국색을 가미하고 비틀어서 세계관을 재설정한 것은 색다른 볼거리다. 남산 타워 액션 장면은 어느 정도의 재미를 준다. 하지만 부분이 전체로 확장되지를 못했다.


원작의 세계관은 생각보다 방대했다. 연작 기획이 아니라서 이 한 편 안에 세계관을 압축해서 관객에게 이야기해야 하는데 <인랑>은 세계관을 구현하고 있는 게 아니라 세계관을 설명하는 데에만 그친다.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나오는 나레이션과 중간중간 인물의 대사만을 통해 세계관 설명을 한다. 거의 주입식 교육에 가까울 정도다. 임중경(강동원)과 이윤희(한효주)를 제외하면 모든 인물이 세계관 설정을 설명만 하고 사라진다. 별다른 역할이 없다. 특히 장진태(정우성)는 관객이 스토리가 정리가 안 된다 싶을 때 나타나서 친절하게 스토리 정리를 해준다. 그렇다고 해도 스토리에 구멍이 많다. 주인공들이 매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도식적이고 평면적인 캐릭터에 가까운데 행동의 동기도 쉽사리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해하고 몰입하기에 좀 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함에도 편집은 그럴 시간이 없다는 듯 장면의 연결이 계속 깨지는 것을 감수하고도 기어이 빠른 호흡으로 극을 이끈다. 결과적으로 모든 인물이 기능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상황인 된 것이다. 그러니깐 멜로가 우스워보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영화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멜로다. SF와 멜로가 주를 이루어서 극을 이끌어가는데 클리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클리셰 자체도 스토리텔링 방식에 따라서 충분히 납득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증국상 감독의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를 보면 클리셰 투성이지만 그걸 납득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작품이다. 하지만 <인랑>은 멜로의 클리셰에 잠식되어 버렸다. 그러니까 멜로로서 설득력이 없다는 뜻이다. 하이브리드 SF 장르로서 조금이나마 보였던 장점마저 이 클리셰에 묻혀버린다. SF와 멜로의 조합은 조화보다는 부조화에 가깝고 장르 어느 쪽으로 보아도 서로의 활력을 갉아먹어 전적으로 매끄럽지 못하게 됐다. 


<인랑>에서 가장 투박한 두 요소, 편집과 스토리텔링. 차라리 멜로를 그리고 싶었다면 첩보영화에서의 멜로를 차용해도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임중경의 실체를 끝까지 숨기고 막판에 공개하면서 생기는 반전의 충격을 노리는데 차라리 임중경의 실체를 초반에 공개했으면 어땠을까. 서프라이즈와 서스펜스를 위한 방식이 서로 충돌되고 얽힌다. 플롯이 잘못 활용된 예. 잘못 활용된 플롯은 관객에게 혼란만 안겨준다.


<인랑>은 진보한 면도 있고 퇴보한 면도 있다. 하지만 어느 것도 관객을 설득하지 못하게 만드는 편집과 플롯은 영화언어에 대한 기본기를 상실한 작품으로 다가온다. 단점이 너무 커서 자잘한 단점이 보이지 않을 지경. 그동안 매끄러운 오락영화들를 연출했던 김지운 감독 작품이라 당황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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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8 스콜2  
그저 쓰레기에 가까웟던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