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평

허스토리

29 율Elsa 3 114 0 0

한국영화는 청취의 자세를 배워나간다.

평점 6/10 한국영화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과 관련된 사회 문제를 다룰 때는 자극적 소재나 장르적 화법에 소재가 매몰되는 경우가 잦았다. 예를 들자면 <도가니><돈 크라이 마미><귀향>까지 공분을 조장하기에는 효과적이지만 사회 문제를 단순화하고 장르적으로 소비한다는 인상을 준다. 굳이 가학적인 성폭행 현장을 재현해야만 했을까. 현실 고발이라는 의도라 하더라도 이는 피해자 입장을 소극적으로 만들고 의견을 무시하는 재현이다. 피해자라면 굳이 저런 장면을 눈으로 다시 보고 싶어할까. 이는 피해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제3자의 시선이라는 핑계로 덧씌워진 부도덕이다. 폭행의 순간이 아니라 그 이후 상처를 들여다보는 <소원>이 거의 유일하게 피해자에 대한 예의가 무엇인지 겨우 일깨워줬다.

그런 경향과 관련해서 최근 가장 깊은 인상을 주는 영화가 <아이 캔 스피크>였다. 위안부라는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굳이 피해 현장을 생생하게 재현하지 않는다. 되려 피해자 여성을 자신의 의견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는 주체로 승격시킨다. 자신의 입으로 상처의 고통을 말하고 전범국가에게 사죄를 요구한다. 관객은 그 목소리를 듣는 청취자가 된다. 피해자를 적극적인 참여자로 이끌면서 관객도 적극적인 행위자로 유도하는 이런 소통이 <아이 캔 스피크>가 남긴 눈물의 원천이자 의의였다.

<허스토리>에서 말해지는 생생한 증언. 듣고만 있어도 끔찍하고 참혹한 풍경이 전해진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카메라. 이런 청취하는 자세만으로도 충분히 관객과의 연대를 이끌어낸다. 다만 감정이 과잉되는 카메라는 공분을 지나치게 이끌어낸다는 인상을 준다. 굳이 분노까지 이끌어내지는 않더라도 충분히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에 사족이 붙는 느낌. 공감대 형성과 공론화를 위해서 파급력이 강한 분노를 직접적으로 극대화하는 방법 밖에 없었을까. 분노는 영화가 아니라 관객의 임무가 되어야 한다. 이건 고민되어야 한다. 완성도 측면에서 보았을 때 감동의 과잉도 아쉽다. 그렇지만 더 이야기되어야 하는 이야기. 아직은 미숙하지만 한국영화가 청취의 자세를 배워나가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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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11 딸기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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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과잉되는..."
29 율Elsa  
굳이 영화가 직접 공분을 이끌어내지 않더라고 충분히 이야기될 수 있는 이야기였는데 말이죠. 울화통과 분노가 자연스레 날 수 밖에 없는 소재라지만 조금 떨어져서 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11 딸기산도  
너무 빨리 극장에서 내려가는
악재까지 겹쳐 버렸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