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평

분노 (怒り, RAG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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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분노 (怒り, RAGE, 2016)"를 봤습니다.

"악인"에 이어 두번째 요시다 슈이치원작을 영상화했네요. "악인"도 인상적으로 감상했지만 이 영화, 상당히 좋습니다. "악인"은 무척 거친 느낌이었는데 이 영화 "분노"는 더 큰 감정적 소용돌이를 만들어냄에도 불구하고 더 섬세하고 차분한 느낌이 듭니다. 더운 여름의 끈적하고 후끈한 느낌은 요시다 슈이치 원작의 또 다른 수작 "안녕 계곡"을 떠올리게 합니다만 그 에너지는 비교도 안되게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감성 스릴러 라는 홍보문구에 갸웃하기도 했지만 보고나니 어떤 의미인지 알겠어요. 강렬한 살인사건 현장에서 시작한 영화는 사라진 범인을 찾는 형사의 시점에서 사건 1년 후 같은 시기 다른 장소에 모습을 드러낸 과거가 미심쩍은 세 명의 남자를 쫒아갑니다. 셋 중에 누가 범인 일까 혹은 세명이 같은 사람일까 흥미로운 범인찾기에 흥미가 동하던 찰라 영화는 세 인물의 주변인들을 깊게 파고듭니다.

 

한 명 한 명 타이틀 롤을 맡아도 이상하지않은 굵직한 연기자들이 포스터에 잔뜩 나와있어 이야기에 집중하기 어렵겠다 싶은 생각도 잠시, 살인사건을 큰 축으로 세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되는데도 각각의 이야기가 튀지않고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연출 연기 음악 무엇 하나 빠지는것 없이 차분하게 드라마를 차곡차곡 쌓아가는게 경이롭기까지 하더군요. 인위적이고 우연한 만남이나 스처가는 교차점없이 세 이야기가 따로 진행되어감에도 감각적이고 세련된 장면전환 연출에 한 덩어리마냥 매끄럽게, 클라이막스를 향해 차분하고 힘차게 질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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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연기도 칭찬을 안할 수가 없어요. 무게를 잡아주는 와타나베 켄의 진중한 연기도 좋았고 인형같은 외모를 지닌 미야자키 아오이의 이처럼 강렬한 연기는 본적이 없었습니다. 연기는 둘째치고 가쉽걸의 이미지 때문에 비딱하게 보이던 히로세 스즈의 몸사리지 않는 연기에도 눈이 번쩍 뜨입니다. 그리고 살인자로 의심받는 세명의 배우 모리야마 미라이와 아야노 고, 마츠야마 켄이치의 캐스팅은 정말 기가막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네요. 개인적으로 생각하던 공통적인 이미지가 분명히 있었거든요. "세이지- 육지의 물고기"이후로 호감이던 모리야마 미라이의 파격적인 변신도 인상적이었고 게이로 분한 아야노 고의 차분하고 섬세한 연기는 커플로 호흡을 맞춘 츠마부키 사토시의 화려함에 절대 밀리지않았습니다. 시종일관 무표정한 마츠야마 켄이치의 건조한 연기는 미야자키 야오이의 밝고 격정적인 연기와 끝내주는 화학반응을 일으킵니다. 비록 마주치는 장면은 없었지만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후 츠마부키 사토시와 조우한 이케와키 치즈루의 모습도 반가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애니메이션 코스프레로 소비되기엔 아까운 젊은 일본 배우들이 많아요- -;

 

후반부에 들어서며 차곡차곡 쌓아 올라가던 각 인물들의 감정들은 터질듯한 풍선처럼 부풀어오르고 바늘처럼 뾰족하게 변해버린 의심과 배신감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폭발합니다.폭발해 버린 분노는 정신없이 외부로 칼끝을 휘두르지만 결국 자기자신을 향하게 되지요. 후회 죄책감등의 이름으로...

 

큰 줄기를 이루던 살인사건의 이야기는 나머지 세 이야기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지만 전혀 연관이 없기도 합니다. 마치 동아리 활동을 그만둔 키리시마가 영화내내 전혀 등장하지 않음에도 모든 인물에게 영향을 끼치듯 말이죠. 상당히 신선한 이야기 구조였습니다. 아마 원작의 힘이 컷겠죠. 원작보다 못하다는 평도 있던데 원작은 얼마나 더 대단할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언제가 다시 한 번 감독과 원작자로 함께 작업한 영화를 더 보고싶은 마음입니다.

 

오랜만에 접하는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도 무척 좋습니다. 영화의 분위기와 인물들의 감정을 아우르는데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TRUST by Ryuichi Sakamoto from 분노 (怒り) OST

 

 

 

RAGE by Ryuichi Sakamoto from 분노 (怒り) OST

 

 

 

TRUTH by Ryuichi Sakamoto from 분노 (怒り)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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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Comments
32 GuyPearce  
29 HAL12  
30 Cannabiss  
29 HAL12  
S cutie  
소개 고맙습니다.
이 영화에 흥미가 생겼어요. 자료 찾아봐야 겠네요^^
29 HAL12  
전 무척 흡족하게 감상했습니다. 한동안 영화음악에도 푹 빠져서...
큐티님 마음에도 드셨으면 좋겠네요~
1 suwonsarram  
일본분위기 영화 좋아하는데 한번 챙겨봐야겠습니다 소개 감사해요!
29 HAL12  
근래 본 일본영화중에 가장 좋았습니다. 즐겁게 감상하시길~
20 박해원  
캐스팅이 장난이 아니네요ㄷㄷ
29 HAL12  
배우들만 봐도 즐거운데 캐스팅까지 찰떡이라...아주 끝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