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평

트윈 픽스 (Twin Peaks The Return,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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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하려고 벼르던 트윈 픽스 새 시리즈를 해를 넘겨 겨우 감상하였네요.

2시간 짜리 영화를 보면서도 인물이나 사건을 종종 헷갈려하는 사람인지라 이전 시리즈도 그렇고 이 시리즈도 수많은 상징과 은유등을 머리로 이해하는건 애초에 포기하고 매력적인 이미지와 음악에 빠져 호사스런 감상을 마음 편히 할 수 있었습니다.

 

 

비극과 혼돈의 아수라 이후 25년, 'The Return' 이란 부제처럼 트윈 픽스의 사람들이 돌아왔습니다. 예전 모습 그대로 단지 시간의 흐름만 엿보이는 얼굴들이 반갑기도 하고 짠하기도 하고...

대체 어떤 이야기로 풀어낼까 감도 안잡혔었는데 주된 스토리는 오두막에 갇혀버린 선한 데일 쿠퍼의 귀환을 그리고 있습니다. 거기에 극장판 "트윈 픽스 (Twin Peaks - Fire Walk with Me, 1992)"에 등장했던 고든 국장(데이빗 린치) 일행의 수사와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겯들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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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데이빗 린치의 작품중에 가장 많이 웃으면서 감상했습니다. 내용이 코믹하다기보다 개성있는 연기를 보여주는 수 많은 배우들 때문이었죠. 말끝마다 F-ck을 달고사는 다이앤 역의 로라 던, 보청기를 낀 고든 국장과 앨버트 요원을 연기한 데이빗 린치와 고인이 된 미구엘 페러의 동문서답 앙상블도 그렇고 "헤이트풀 에잇"에 이어 같이 등장한 제니퍼 제이슨 리와 팀 로스 커플의 연기도 재미있습니다. 미첨 형제도 빼 놓을 순 없겠군요.  거기다 보안관 사무실의 귀염둥이 커플 앤디와 루시는 무려 아들과 함께 등장합니다. 마이클 세라가 연기한 아들 왈리는 단 한 장면 등장했음에도 가장 큰 웃음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진지한 폼잡기와 어색한 침묵이란 정말... 연기 생활을 은퇴한 후 이 작품을 위해 돌아온 에버렛  맥길이 연기한 에드와 노마의 사랑이 애꾸눈 여인 네이딘의 의도치 않은 심경변화로 결실을 맺게 된 것은 이 번 시리즈에서 보기 드물게 따뜻한 사건이었죠.

 

 

 

저런 반가움과 즐거움에도 트윈 픽스는 여전히 어둡고 불길합니다. 이름을 듣자마자 눈물을 쏟아 낸 바비처럼 그 이름 하나 만으로도 뭉클한 감정이 들게하는 로라 팔머는 그녀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안식을 찾지 못했고, 사악한 악령은 쿠퍼의 도플갱어 씌여져 밖을 돌아다니며 오두막에 갇힌 선한 쿠퍼는 끊임없이 로라의 환영과 마주칩니다. 셰릴린 펜이 연기한 오드리 혼의 말로는 로드 하우스의 아름다운 댄스 장면에도 불구하고 팔머 집안과는 또 다른 혼 집안의 몰락을 비극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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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데이빗 린치의 이전 작품을 총 망라한 '린치 월드'같은 기분이 들게합니다. 8번째 에피소드 였던가 러닝타임의 반 이상을 흑백의 이미지와 소리로 연출한 장면이나 로라 던, 나오미 와츠등 이전 작품의 배우들이 불안하고 기이한 린치의 악몽속에서 헤매는걸 보면서 "이레이저 헤드" "블루벨벳"에서 "멀홀랜드 드라이브" "인랜드 엠파이어"까지 린치의 모든 작품이 녹아 들어있는 것 같은, 지금이 현실인지 꿈인지 혼란스러워하는 쿠퍼 요원처럼 지금 보고있는게 트윈 픽스인지 다른 작품인지 분간이 안되는 린치의 마법에 사로잡혀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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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와 구분이 어려운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이 보편화 된 요즘 언뜻보면 거칠어 보이는 특수효과의 의도적인 사용으로 영상이라기 보다는 회화에 가깝게 구현해낸 린치의 악몽은 여전히 기이하고 아름답습니다. 상상을 뛰어넘는 독창적인 그로테스크한, 이질적인 느낌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현실적인 요소가 군데군데 묻어있어 더 소름끼치는 린치의 이미지는 그의 머리 속을 들여다 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들정도로 매혹적입니다.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고 뒷맛이 개운치 못하지만 또다시 빠져들고 경험해 보고 싶게 만드는 마법같은 매력이 가득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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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번 째 에피소드는 기대하지 못했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해줍니다. 오두막에서 뛰처나와 악한 쿠퍼를 무너뜨린 쿠퍼/카일 맥라클란이 과거의 로라 팔머에게 집으로 돌아가자며 손을 맞잡는 장면은 울컥할 만큼 감동적이더군요. 그 순간에 흘러 나오는 트윈 픽스의 테마와 줄리 크루즈가 직접 출연해 불러주는 'The World Spins'까지... 긴 세월 고통받던 로라 팔머를 드디어 구원해 주려나 보다...했지만 역시 린치는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어요. 마지막 18번 째 에피소드에서 쿠퍼와 재회하여 집으로 돌아간 중년 로라 팔머의 마지막 비명은 전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끔찍하고 절망적인 소음이었습니다. 그 순간 그녀가 깨달은 것이 무엇이었든, 그것이 현실이든 꿈이든 무언가 가장 무섭고 끔찍한 것이라는건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수십년 전 죽음을 거스르고 나이들어 온 그녀가 지나온 세월만큼의 고통과 비극을 한 순간에 맞닥뜨리며 터져나오는 소름끼치는 신음이자 통곡이었죠. 얼이 빠진 쿠퍼 요원의 표정처럼 저도 혼란스러웠지만 한 가지만은 알겠더군요. 트윈 픽스의, 로라 팔머의 악몽은 여전히 끝나지 않았다는 것...


언젠가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릴 수 있다면 굉장한 경험일 것이다...라는 인터뷰를 했다는데 실현 가능성도 미지수고, 여전히 모호하고 속시원한 결말이 나지 않을 것임이 예상이 되지만 그래도... 기대가 됩니다.

 

 

 

 

 


데이빗 린치가 직접 참여한 음악들을 비롯하여 매 에피소드 마지막을 장식한 노래들을 감상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었는데 유투브에 올라와있는 엔딩 음악 몇 곡을 덧붙여 봅니다.

작품이 방영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앨버트 요원과 통나무 여인등 배우들 그리고 필립 요원 데이빗 보위의 명복을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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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World Spins" by Julee Cruise from Ep.17 (Twin Peak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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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ld West" by Lissie from Ep.14 (Twin Peak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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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xolotl" by The Veils from Ep.15 (Twin Peak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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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st You" by James Hurley from Ep.13 (Twin Peak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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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e's Gone Away" by The Nine Inch Nails from Ep.8 (Twin Peak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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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Comments
29 Cannabiss  
다음 시즌도 계속 나오는가요?
28 HAL12  
모르죠, 이번 시리즈도 25년 만에 나왔는데- -;
29 Cannabiss  
그럼 50년을 더 기다려야 된다는 말인가요?
28 HAL12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30 GuyPearce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0 이강도  
Harry Dean Stanton의 마지막 모습이 되고 만 작품입니다.

David Lynch .

영화는 스토리가 아니라 회화의 연장선으로 봐야하는것.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가 없다.
28 HAL12  
사고난 아이와 엄마를 안아주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반갑기도 하고 한편 짠한 마음이 드는 꿈같은 드라마였습니다...
30 GuyPearce  
시즌 1~2 정발 블루 자막이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쉽죠...
새로운 시즌은 종결이 됐나 보군요~
28 HAL12  
작년 5월부터 방영 했으니 끝난지 한참 됐죠~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해를 넘겨 감상했네요-0-
30 GuyPearce  
시즌 1~2는 여러 번을 봤군요~^^ 새로운 시즌은... 글쎄요...
트윈 픽스 미녀 3인방 중에서 '라라 플린 보일'을 가장 좋아했었는데...
선풍기 아줌마가 되셔서리~ㅋㅋ 출연이 어려웠나 보군요~ㅋㅋ
극장판 '파이어 워크 위드 미'에서도 '도나' 역은 교체가 됐지만~ㅎㅎ
28 HAL12  
극장판의 노출 신 때문에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다른 영화 스케줄과 충돌해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죠...
'더 리턴'에서는 도나 역이 아예 언급도 안됩니다.
1화 재생 버튼은 누르지도 마세요. 정신없이 빠져듭니다ㅋㅋㅋ
29 Cannabiss  
아메리칸 호러나 보고 싶네요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아직까지 하더군요
28 HAL12  
두 시즌인가 더 계약했다던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