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평

<아이 캔 스피크>에 담긴 진정성의 교감.

28 율Elsa 1 128 1 0

  1. 김현석의 영화는 쉽고 편하다. 이게 무슨 뜻일까. 재미있다는 뜻일 수도 있고 대중적이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가장 정확하게는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영화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쉽게 풀어낸다. 그것도 심심하다고 생각될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한 화법으로 말이다. 얼핏봐서는 상업영화의 클리셰적인 정석을 답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김현석은 그 이상의 질감을 담아낸다.

 

김현석의 영화에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첫번째는 김현석이 영화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시선이다. 김현석의 영화에서 김현석 감독 자기 자신이 투영되어 있는 듯한 캐릭터를 자주 만날 수 있다.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광식(김주혁)과 광태(봉태규), 두 형제의 모습으로 과거를 돌아보았으며, <시라노 : 연애조작단>에서는 병훈(엄태웅)으로 나타난다. 두 영화에서 김현석은 스스로 영화에 등장해 과거의 첫사랑에게 연서와 이별의 언어를 띄우며 과거의 김현석 감독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과 연민을 담는다.

 

두 번째는 김현석이 아웃사이더로 머물다가 인물들의 내부로 이동하는 시선이다. <YMCA 야구단>과 <스카우트>에서 김현석은 외부인의 시선으로 인물들을 관찰하다가 점차 그들에게 동화되어 간다. 그는 위의 두 작품에서 대한민국 근대사와 사회 문제 의식을 관찰하고 그것을 위로한다. 김현석은 전지적인 위치에 자리하며 외부인의 자세를 유지한 채 시대와 인물과 교감한다.

 

그의 영화는 ‘진정성’으로 정의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영화의 캐릭터들은 극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자연스레 감정 이입의 대상이 된다. 그의 캐릭터는 인물을 대상화하는 산물이 아니라 감정적 교감의 주체로서 자리한다. 그게 김현석 감독 자기 자신이 투영된 캐릭터이든 허구의 인물이든 간에 마찬가지다. 이것이 김현석의 휴머니즘의 자세다. 관객과 캐릭터의 교감의 원동력이 되는 것은 캐릭터의 희극화이지만 이것이 확실하게 인간미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은 캐릭터를 대하는 이러한 진정성 있는 자세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영화는 이러한 휴머니즘으로 완성된다.

 

2. <아이 캔 스피크>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부분은 당연히 인물을 대하는 자세에서 나온다. 김현석은 위안부 여성 피해자 분들을 신파의 대상으로 몰아세우지 않는다. 가학의 대상으로 몰아세우지도 않고 동정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아이 캔 스피크>에서는 플래시백 장면이 부실하다. 위안소 장면은 일본의 만행을 고발한다고 하기에는 너무 은유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은유는 폭력적인 장면을 의도적으로 삭제함으로서 그분들을 가학의 대상으로 몰아세우지 않으려고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인상적이다.) <아이 캔 스피크>에서 피해자 분들은 평범한 사람으로 거기 있는다. 이건 그분들의 내면의 상처를 폄하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그녀들은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부각한다. 그분들은 주체로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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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가 인물들을 대상화 하지 않을 수 있었던 방법은 캐스팅에 있다. 배우가 가지는 고유한 힘을 잘 알고 끌어내는 감독이기도 하다. 나문희의 연기는 참으로 친숙하다. 나문희는 한국 사람들에게 어머니의 인상으로 기억되고 있는 배우이다. 그분의 얼굴에는 어머니 같은 친숙함이 깃들어 있다. 나문희의 얼굴에 웃음이 지어지고 애통한 감정이 스며들 때 관객을 무장해제 시키는 힘이 있다. 그녀는 자신으로서 선량한 할머니를 연기하고 강력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한국영화에서 1980년대부터 활약해온 대배우로서 그녀에게 깃든 시간은 위안부 피해자를 대상이 아닌 주체로서 오롯히 연기한다.

 

김현석는 피해자 분들께 (캐릭터들을 통해 직접적으로) 위로의 언어를 전한다. ‘그 동안 몰라서 미안하다’고, ‘그동안 숨기느라 얼마나 힘드셨냐’고 주변 사람들의 말을 통해 김현석은 피해자 분들과 아픔을 교감하고 그분들을 위로한다.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은 이러한 교감을 잇는 진정성에서 나온다. 그녀가 이야기 되어지는 대상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주체가 될 때의 벅참이 관객과 캐릭터를 온전히 휘감고 김현석은 피해자 분들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나문희의 얼굴이 클로즈업될 때마다 실제 위안부 피해자 분들이 떠오르는 건 개인적인 착각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김현석은 허구를 통해 현실과 교감한다. 영어라는 언어를 배움으로서 전 세계와 교감하려는 나옥분 할머니처럼, 그 교감은 진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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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0 사라만두  
그냥, 봤는데, 그리고, 훅, 당했죠.
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움직였으니까, 마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