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2049..
진중함, 무게감과 루즈함은 별개다. 시작부터 전작에서 가장 까다롭고 불가침의 영역에 있던
복제인간들의 수명이 대폭 늘어나더니 그로 인해 설정 파괴가 발생, 너무 걷잡을 수 없는 전개가
펼쳐진다. 문제는 그런 와중에 영화의 속도는 느리다못해 진부하기까지 하다는 것. 여러가지
감정과 미장센을 담아내기 위해 한 샷, 한 씬에 공을 들였기 때문에 속도감이 배제된 거라면
그 부작용도 인지했어야 했는데 장장 3시간을 그렇게 끌고 가는 건 다시금 재고해보는 게 낫지
않았나 싶다. (특히 정적의 미의 극한에서 스타카토로 쾅쾅 치고 들어오는 사운드는 썩 유쾌하지
않았다.)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전작에서 추가된 메시지가 뭔지는 알겠다. 하지만 이렇게 사골처럼
푹 우려낸다고 해서 30년여의 갭이 실속 있게 충족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비록 오마쥬나
트리뷰트에 목을 메지 않고 자기 색깔로 승부하려는 자세는 높이 사지만 그 때문에 선로를
벗어난 느낌도 있고 호불호가 갈리는 진행 방식을 고수하게 됐다는 게 아쉬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