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평

<비닐>(1965) - 앤디 워홀 감독.

28 율Elsa 0 179 0 0

앤디 워홀의 영화는 주류 문화에 대한 저항 정신에 그 의의가 있다. 별점은 역동적이고 도발적인 프레임 구성력에 헌사.

평점 ★★★☆ 

 

이 영화의 크레딧에 앤디 워홀이라고 이름이 불려진 그는 우리가 들어서 알고 있던 앤디 워홀이 맞다. 팝아트의 선구자. 대중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린 인물 등 포털사이트에 검색만 해도 호평의 수식어가 딸려나오는 그 앤디 워홀이다. 그런 그가 영화도 찍었다. 영화사적으로 앤디 워홀은 아방가르드 영화의 흐름 속에서 60년대 미국의 언더그라운드 영화의 대표주자 중 한 명인 인물이다.

 

‘언더그라운드 영화’는 할리우드 주류 문화와 문화 사업에 대한 독립과 저항을 의미한다. 60년대 미국 언더그라운드 영화는 그 당대의 시대상이 반영되었던 미학이기도한데, 1960년대 미국은 반전, 평화, 인권, 청년 여성운동이 활발히 전개되는 시기였고 이런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해 전통과 관습에 반대하는 실험 독립영화 운동이 거세게 일어났다.

 

‘언더그라운드 영화’의 특징은 반체제적이고 저항적인 사상을 띈다는 것이다. 60년대의 자유와 해방의 청년 문화(여성, 마약, 동성애, 히피 문화, 섹스 등)을 다루면서 주류 문화에 도전한다. 내러티브 구조와 상관 없는 실험 스타일을 구사하고 자발성과 즉흥성의 미학을 보여주며 할리우드 상업 시스템을 거부하고 비상업적이고 소규모로 상영된다.

 

따라서 ‘언더그라운드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와는 (아방가르드나 모더니즘 영화가 전부 그렇듯이) 다르다. 우리가 생각하는 영화는 할리우드 폐쇄적 내러티브에 익숙해져있다. ‘언더그라운드’는 그것을 거부한다. 특히 앤디 워홀의 영화는 현재에 봐도 매우 급진적이다. 가장 유명한 앤디 워홀의 영화인 <엠파이어>는 8시간동안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8시간 동안 롱 숏으로 촬영한 작품이다. 내러티브는 아예 없다. 이것도 영화인가 싶을 만큼 너무 사진 같지만 이것은 영화라는 예술에 대한 역설이다. 스크린에 상영되는 내내 ‘이것도 시네마 예술일 수 있다’고 말하면서 영화의 시간성과 필름의 물질성을 구현한다.

 

<비닐>은 내러티브의 형식을 일부분 수용한다. 앤서니 버지스의 <시계태엽 오렌지>를 원작으로 두었고 각본까지 있다. 그렇지만 전개 방식은 추상적이고 촬영 형식도 그와 별개로 실험적이다. <비닐>은 60분이 조금 넘는 런닝타임 동안 총 3컷으로 이루어져 있다. 33분이라는 필름릴의 제약이 아니었다면 <비닐>은 원테이크- 원숏의 영화로 기획되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비닐>이 대단히 실험적인 이유는 원테이크 - 원숏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는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모든 등장인물이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한 숏에 모두 등장하고 프레임 바깥으로 퇴장하는 일이 거의 없다.

 

그래서 모든 등장인물이 제한된 프레임 안에서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것이 영화를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역동성이기도 한데 놀라운 것은 인물의 동선과 카메라의 프레임이 상당히 정교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프레임을 나누어보면 중앙과 좌우, 그리고 배경으로 나눌 수 있는데 인물들이 어디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내러티브의 주도 인물이 달라지는 것을 보여준다.

 

중앙에는 빅터->형사->의사로 인물이 바뀐다. 그에 따라 왼쪽은 형사->빅터로 바뀐다. 오른쪽은 한 여인이 계속 위치를 지키고 있고 배경에는 처음 빅터에게 폭행을 당한 남자가 뒤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형사도 의사에게 중앙 자리를 넘겨주고 배경에 머문다. 빅터는 비행청소년으로서 모든 것을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만 형사에게 체포된 이후 그는 재교육을 받게 된다. 체포되고 SM적 재교육을 받게 되는 빅터는 프레임 중앙에서 변두리인 왼쪽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는 형사와 의사가 강제적으로 차지하게 된다. 이는 인물간의 위계와 그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데 있어서 대단히 효과적이다.

 

오른쪽의 여인은 프레임의 비교적 앞 쪽에서 오른쪽을 차지하고 있지만 극중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 프레임을 채우는 역할로서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그녀 덕분에 프레임은 꽉 차고 여백을 남겨두지 않음으로서 그녀의 사소한 행동이 프레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여기서 앤디 워홀의 프레임 구성력에 대한 재능을 확인할 수 있다.

 

여기서 과잉해석으로 보여질 수 있는 문단을 덧붙이는 것이 허용되길 바란다. 한편으로 <비닐>의 프레임에서는 피사체가 꼭 프레임 안에만 가두어지는 것은 아니다. 종종 피사체가 프레임 바깥으로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이탈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빅터가 의사에 의해 왼쪽으로 밀려난 후 SM적 재교육을 받을 때 빅터는 프레임을 종종 벗어난다. 영화 촬영장에서라면 NG일 수 있는 요소다. 그 이유가 4대3 비율의 필름 프레임이 좁아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프레임을 볼 수 없는) 배우의 동선 상 어쩔 수 없는 결과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카메라도 고정된 위치를 유지하고 피사체를 굳이 프레임 내부로 끌고오지 않는다. 프레임 내로 인물을 굳이 가두지 않으려는 이런 느슨함은 대단히 개방적으로 보이기도 한데 프레임 내에 내러티브를 가두는, 할리우드의 폐쇄적 내러티브에 대한 저항과 도발로도 읽히지 않을까 싶다.

 

출처

1. [네이버 지식백과] 1960년대 아방가르드 영화 (영화 역사와 미학, 2013. 2. 25., 커뮤니케이션북스)

 

 

감상을 원하시면 유튜브에 검색하시면 바로 나옵니다.
유튜브에 'Vinyl Andy Warhol'이라고 검색하시면 63분 가량 영상이 뜨는데 그게 영화 본편 전체입니다.
자막은 없습니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