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영화감상평

<군함도> 단평

28 율Elsa 2 1807 1

평점 ★★☆

역사 문제와 스펙터클이 한 화면에서 만났을 때 생기는 충돌이 고스란히.

대한민국 근대사의 가장 예민한 문제 중 하나인 일본의 강제 징용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외교 간에 매우 예민한 사안인만큼 <군함도>의 프로덕션과 기획은 매우 야심찼을 것이다. 대자본에 힘을 실었고 실제 군함도 크기의 3분의 2 정도의 사이즈로 실제 세트를 지었다고도 하니 그것만으로도 류승완 감독의 추진력에서 뚝심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개봉 이후 <군함도>는 논란에 시달렸다. 역사 왜곡 논란이 가장 큰 복병인 듯한데 류승완 감독은 철저한 고증을 하였고 (가장 큰 쟁점이자 영화의 메인인) '군함도 탈출기'는 조상들의 한을 픽션으로라도 풀어지길 바랬다고 한다. 역사에다가 허구를 가미하는 작품은 많지만 <군함도>는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이고 실제 역사를 다뤘다면 '역사의 변주'는 조심스러워야 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듀나 칼럼니스트의 글을 참고하는 것이 좋을 법하다.(http://www.entermedia.co.kr/news/news_view.html?idx=6815)

내가 역사 문제를 다룬 작품들을 감상할 때 불편해하는 지점들이 있다. 영화가 당대의 강제 징용이나 위안부 문제 같은 걸 다룬다면 그것을 고발한답시고 스크린 위에 관객에게 그 고통의 현장을 서슴치 않게 내놓는 것이다. 이것은 영화가 실제 사회 범죄 사건이나 사회 문제를 다룰 때에도 그렇다. <군함도>는 조선 징용공들이 겪어야 했던 일본군의 비인간적인 행위와 차별을 그대로 화면에 옮겨내지만 역사가 주는 울분과 불편함은 뒤로 하더라도 자극적인 화면을 역사라는 빌미하에 스크린 위에 직접적으로 옮기는 것은 조심스러울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역사 문제와 스펙터클이 한 작품 내에서 만날 때에는 충격이 생길 수 있다. 작품 내의 역사는 그 자체로 감정적으로 호소하려 하는 힘이 있지만 스펙터클은 그것을 자극적으로 계속 보여주려 한다. 이 둘이 자칫하다가는 고통의 전시로 이어지는 불협화음이 <군함도>에는 고스란히 있다. 그것은 조상들이 겼어야 했던 고행과 비극의 드라마를 겉핥기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것이 <군함도>의 서사의 평면성으로 이어지는 원인이기도 하다. 인물들의 구조도 일본과 조선으로 이분된 것은 서사에 대해서도 실제 문제 사안에 대해서도 단순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나마 주제를 강력하게 호소하는 부분이 대규모 탈출을 두고 벌어지는 전투 씬일텐데 징용된 소년이 화염병을 던지며 이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라고 직접적으로 외치는 대사나 욱일승천기를 찢는 장면에서 공감대는 형성할 지는 몰라도 이분법적인 시선을 더욱 부각할 뿐이다. 일본인들의 다양한 상을 보여주어 당대의 풍경을 풍성하게 그려냈던 <박열>에 비하면 <군함도>는 (친일파에 대한 묘사가 있어 국적에 따라 이분되지는 않더라도) 호소의 설득력을 얻는 데 있어 필요한, 시대의 공기를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는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추가로, 기술적인 측면에 대해서 <군함도>는 미술과 촬영, 의상, CG 같은 시각적 부분의 재현에 있어서는 현장감을 고스란히 선사하지만 그 효과도 드라마가 미약하여 역시 방향성을 잃는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요새 활동이 뜸했는데 글을 쓸 시간이 잘 없네요. 쉴 때 쯤이면 지쳐서 그만큼 머리가 안 따라주기도 하구요. 사실 <군함도> 외에도 여허 편의 작품을 최근에 봐서 짧은 졸문을 적어놨긴 했습니다만 개봉된 지 몇 개월이 된 작품들이기도 하고 <박열><택시운전사><아메리칸 허니: 방황하는 별의 노래><슈퍼배드 3>는 아직 글을 쓸 엄두를 못내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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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S 컷과송  
계시는 곳에서 업무하시기도 바쁠텐데, 글쓰기야 쉽지 않으시겠지요. 그래도 독자는 항시 대기중이니, 천천히 하나씩 쓰세요.
28 율Elsa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