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스 페로스(amores perros, 2000) ㅡ 키치의 키치, 타란티노와 이냐리투

영화감상평

'아모레스 페로스(amores perros, 2000) ㅡ 키치의 키치, 타란티노와 이냐리투

13 박용화 0 1676 0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영화. 평론가들은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평가한다. 이냐리투의 초기작이고, 실제로 영화 곳곳에서 타란티노의 흔적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버드맨'과 '레버넌트' 같은 최신작보다 '저수지의 개들'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작품.

이냐리투와 타란티노를 평행적으로 비교한다면 다음과 같다.  

 


1. 촬영 기법

타란티노의 촬영 기법은 정적이다. 만화책이 한 장씩 넘어가듯 장면과 장면 사이가 딱딱 끊어지는 것이 그의 영화의 특징이다. 장면을 순간적으로 멈추거나, 인물의 얼굴이나 신체 일부를 빠르게 클로즈업하면서 '두둥!', 'BAAAMM!' 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냐리투의 경우 그런 기법을 최대한 배제하였다. 오히려 만화 속 세상보다 현실성에 포커스를 두었다고 하겠다. 그는 한편으로 타란티노식 키치성과 소재의 폭력성, 서사의 급박한 전개, 서로 개입하는 듯 개입하지 않는 사건들 사이의 미묘한 관계, 챕터식 구성 등을 차용하였다. 하지만 그의 화면은 정적이라기보다 동적이고, 타란티노의 전매특허인 짧게 짧게 끊어서 들어오는 씬보다 서사의 흐름을 부드럽게 이어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2. 캐릭터 설정

타란티노의 캐릭터가 갖는 특징은 크게 2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첫째로 타란티노는 인물 그 자체에 강조점을 찍는 것을 좋아하고, 둘째로 그의 캐릭터는 주절주절 말이 많다는 점이다. 전자의 경우 앞서 설명한 "인물의 얼굴만으로 화면을 한가득 채우는, 소위 '두둥!' 씬"과도 관련이 있다. 또 그의 영화에선 인물이 등장할 때 그에 대한 소개가 자세히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가끔은 좀 쓸데없다 싶을 정도로 말이다. 이것은 다시 후자의 특성과도 연결되는데, 타란티노는 서사의 흐름을 고조시키는 도구로 인물의 대사를 교묘히 활용한다. '펄프 픽션'의 사무엘 잭슨이 총을 휘두르며 에스겔 구절을 떠들어대는 씬이나, '장고: 분노의 추격자'에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디카프리오가 해골을 들고 자신의 우생학적 사고방식을 늘어놓는 씬이 그 대표적 예다.  

 

#결.


하지만 이냐리투의 캐릭터들은 말도 별로 없고, 인물 자체가 크게 부각되지도 않는다. 그들은 그저 여느 다른 영화들처럼 서사 속에 존재할 뿐이다. 바로 그 점이이 영화를 다소 밋밋하게 만드는 포인트다. 본래 타란티노 영화의 특징은 별 의미없는 이야기를 온갖 현란한 화면으로 멋지게 꾸며내는 퍼포먼스에 가깝다. 하지만 이냐리투는 타란티노의 별거없는 이야기를 가져오되 그의 장점을 취하지 못했다. 별거 없는 이야기 속에 배우들이 함께 묻혀버린 것이다.

결국 이 영화는 키치의 키치가 되어버렸다. 제프 쿤스나 타란티노의 경우 '키치적'이라는 이유로 기성 예술계에서 비판을 받았지만, 비교할 수 없는 독자적 존재감으로 자신만의 바운더리를 재설정하였다. 하지만 이 영화 속에서 이냐리투는 그 키치를 다시 한번 키치적으로 모방함으로써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어버린 것이다. 어쩌면 역으로 타란티노의 진가를 부각시키는 도구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짧게 결론을 내자면, 이 영화는 구리다. 차라리 '저수지의 개들'이나 '펄프 픽션'을 한번 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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