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투시해 쓴 오늘의 일기

영화감상평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를 투시해 쓴 오늘의 일기

28 율Elsa 1 2021 0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 30분. 대한민국 역사상 없던 일이 벌어졌다. 오늘 있었던 사건은 후세에 역사로 기억될 것만 같다. 대한민국의 국가 원수가 최초로 파면당했기 때문에.

 

헌재의 결정 이전에도 그랬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어지러운 정치판을 보니 갑자기 떠오르는 한 영화가 있다. 김선 감독의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다. 국가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의 마스코트 포돌이를 내세워 당대의 정치 상황을 신랄하게 풍자한 영화다. 2008년에 제작되었지만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대법원까지 가서야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고 2015년 9월에 소규모로 개봉했다. 멀티플렉스에는 상영관을 거절당한 건 물론이고 소규모 독립상영관에서만 겨우겨우 상영되어서 어렵게 본 기억이 있다. 아이러니한 건 시간이 꽤 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영화의 상징적인 맥락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느껴진다는 것이다. 

 

자가당착(自家撞着)은 사전적 정의로 '자기()의 언행()이 전후() 모순()되어 일치()하지 않음'이라 명시되어 있다. '시대정신'은 '한 시대의 문화적 소산에 공통되는 인간의 정신적 태도나 양식 또는 이념'이란 뜻이다. 메인 타이틀(Main Title) 뒤에 따라오는 서브 타이틀(Sub Title)은 동격으로 보여진다. 제목을 해석하면 "자가당착이 현 시대의 시대정신이고 현실참여다"라는 의미 정도 될까. 다소 어려운 말 같지만 영화 홍보글에 쓰여진 감독의 코멘트를 보면 쉽게 이해된다. 

 

"대한민국은 자가당착적인 국가이다. 경찰은 시민들을 보호하기엔 너무나 유아적이고, 정치인들은 시민들을 대변하기엔 너무 탐욕스럽고, 시민은 통제당하기엔 너무나 폭발적이다. 대한민국의 아버지는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아무것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국가적 모순이 시민들의 분노를 자극할 것이다." - <자가당착 : 시대정신과 현실참여> 홍보글, 감독의 코멘트 중 

 

영화는 포돌이 마네킹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그 때문에 기괴하기 짝이 없는 영상을 만들어낸다. 스크래치가 잔뜩 난 화면이나 조잡한 세트, 난잡한 사운드와 만화 같은 연출 모두 한 곳에 모아놓으니 정말 정신 없는 충격을 준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것들이 모여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자가당착이 만들어낸 대한민국과 정서적으로 교감하려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수많은 상징들은 당시 이명박 정부의 사회적 모습을 연상시킨다. 포돌이가 소음 때문에 분노하여 집에 찾아온 이웃들을 향해서 물을 뿌리는 장면은 마치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했던 경찰과 많이 유사하다. 이런 상징적 풍경들이 현재와 겹쳐지는 것은 유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 외에도 용산 참사, 4대강 사업을 대놓고 신랄하게 풍자한다.

 

이 영화가 제한상영가를 받았던 사유는 '폭력적·선정적이고 특정 계층에 대한 경멸적·모욕적 표현'이라 영등위가 밝혔다. 문제가 된 장면은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박근혜 후보를 연상시키는 마네킹의 목이 잘리고 피가 솟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막상 보니 그 장면이 충격적이면서도 되려 웃긴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솔직히 말하면 속시원했다. 정말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죽이고 싶다는 심정이 아니라 누군가가 왜인지 모르게 쉬쉬했던 타부를 어기고 대놓고 말해주는 데에서 오는 통쾌함이랄까. 이렇게 신랄하게 할 이야기는 다 하는 정치풍자 영화가 한국에 있었나 싶다. 

 

<자가당착>의 결말은 결국 현실이 됐다. 공권력은 시민의 편이 아니었다. 국가원수는 파면당했고 청와대 참모들은 쩔쩔매고 밥줄을 찾을 것이다. 영화는 탐욕스러운 권력을 처단하는 데에서 그쳤지만 그 뒤는 시민들이 써야하는 몫일 것이다. 덧붙혀 표현의 자유를 몸소 실천한 김선 감독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니나다를까 문체부의 문화계  예술인 블랙리스트에 김선 감독의 이름이 올라가있었다. 현실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말해라는 교훈을 얻게 된다. 아직은 혼란스러운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그런 힘을 받아 절망보다는 희망이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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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S 컷과송  
제가 이 작품 못 본 것을 어찌 아시고...이리 답글식 감상문을...시의 적절하게....감사할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