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나이얼 : 법리적 판단의 어려움

영화감상평

디나이얼 : 법리적 판단의 어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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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막을 제작해 주신 hillandtoe2 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정성껏 달아 주신 각주들 덕분에 영화를 훨씬 더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유대인 홀로코스트 역사학자 데보라 립스타트(레이첼 와이즈)가 

홀로코스트의 존재를 부정하고 히틀러를 옹호하는 사이비 역사학자 데이빗 어빙(티모시 스폴)과
2년간의 법정 공방을 펼친 이야기를 다룬 실화. 

미국과 다른 영국의 사법 체계, 
그리고 홀로코스트 생존자를 증인석에 세 우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립스타트 교수는 법정 변호사 리처드 에번스와 갈등을 빚게 된다.

늦은 밤, 리처드 변호사가 귀한 와인 한 병을 들고
립스타트 교수가 묵고 있는 호텔방으로 찾아오는데...




데보라 : 제가 가진 거라곤 제 목소리와 양심뿐이죠.

리처드 : 양심이란 참 이상한 거예요. 문제는, 가장 옳다고 느껴지는 것이 반드시 가장 효과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거죠.

데보라 : 자기 양심을 다른 사람한테 맡긴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세요?




탄핵 심판 하루 전이라 관심을 가지고 봤다.
정치, 역사, 예술 등 전문적인 분야의 분쟁을 법리적으로 판결한다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때로 법리의 문제는 진리의 문제와 다른 세계를 구축한다.
그래서 진실과 양심이 늘 승리하는 것은 아니다. 

지나가는 개가 봐도 뻔한 사실일지라도
법정에서는 그것을 '입증'해야만 한다.

<디나이얼>은 법의 본질과 진실을 믿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입증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영화적 완성도는 아쉬웠지만,
진실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영화.

위안부 문제, 박정희 미화, 친일파 후손들의 역사 왜곡 등 우리의 문제와 맞물림. 
마찬가지로 홀로코스트는 유대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적 문제라는 공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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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국의 것과 다른 영국의 사법 체계 : 명예훼손죄로 고소했을 경우 원고가 피고의 말이 거짓이란 걸 입증해야 하는 것이 미국식, 반대로 영국에서는 고소 당한 피고가 원고의 주장이 거짓임을 입증해야 함. 사실 자체가 흥미로웠고 그 과정 또한 재밌었다. 그리고 영국에는 법정 변호사와 사무 변호사가 따로 있다는 사실 또한. 신기.  

2) 오후 4시 4분 전이 되자, 변론이 진행되는 중임에도 재판정 사람들이 일제히 퇴장. 판사도 다음 날까지 휴정을 선언. 알고 보니 오후 4시 4분 전은 영국의 티타임. 헐...그 외에도 영화의 재판 장면 중에 판사, 변호사 할 것 없이 티타임을 즐기는 모습이 자주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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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995년 산 '뽀마르 레제페노'란 와인. 변호사 리처드가 립스타트 교수와 대화하기 위해 들고 갔던. 식사, 대화, 집들이 초대, 파티, 특별한 기념일을 위해 꽃다발과 와인(주류)을 들고 가는 서구의 문화.

4) 셜록의 숙적 모리아티(앤드류 스캇)와 그의 괴짜 형 마이크로프트(마크 게티스)가 모두 보여 반가웠음. 물론, 캐릭터가 아니라 배우들이. ㅎㅎ 

5) 낚시광이자 와인광, 한밤의 샌드위치 야식 애호가이면서 합리적인 변호사 리처드 에번스 역의 톰 윌킨슨 연기는 인상적. 지독하게 냉정하지만 특히나 자신의 피고인인 데보라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는 장면들. 반면, 기대했던 레이첼 와이즈는 스테레오 타입 캐릭터에 (실화이기에) 한정적 역할로 아쉬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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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S 컷과송  
요즘 개봉중인 '아이히만 재판 중계극'과 더불어 이래저래 법정 드라마 계보 안에서 기억될 듯 싶은 작품이네요. 물론, 우리는 내일 아침 10시에 그것을 지금 여기에서 보게될 것을 확신합니다만...어떤 결과이든지간에 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