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타문명·타문화를 대하는 데 있어 '상식'이라는 잣대가 얼마나 비상식적인 것인지 그려냄과 동시에
외계인을 통해 인간들의 화합과 조화를 이야기하며 귀납법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걸작!
실로 생각할 여지도, 와닿는 바도 많은 SF 드라마였다.
초반부에 대놓고 보여주듯 이 영화는 당연히 비주얼 쇼크나 심장쫄깃을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이
아니다. 즉 배급사에서 괜히 '콘택트(97년작)'라는 제목을 재탕한 게 아니라는 것. (원제는 Arrival)
그리고 그것은 아주 절묘하게 먹혀 들어갔다. 외계인과의 의사 소통을 이렇게까지 깊이있게 다룬
영화는 없는 듯 하다. 거기서 오는 미지에 대한 경외감, 복잡미묘함, 긴장감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묘한 쾌감으로 바뀐다. 화룡점정으로 형언할 수 없는, 그래서 더 짜릿한 '초자연 현상'까지 가미,
발상의 전환과 반전이 뒤따라오고 이 작품은 독보적인 인상을 진하게 남겨 두고두고 기억되고
회자될만한 명작으로서 매듭을 짓는다.
물론 아쉬운 점이 아주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볼거리의 부재야 작품이 의도한 바이기 때문에
패스~지만 애당초 그런 쿨함을 노렸다면 사족을 줄여 좀 더 스피디한 진행 방식을 고수했으면
어땠을까? 복선과 암시를 깔기 위해 잔상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썼달까? 사실상 그 이유가
후반부 반전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였겠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반전을 유추할
수도 있고, 안그래도 무겁고 긴장감 가득한 분위기인데 흐름을 방해하는 인상도 간간이 줬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영화가 제시하는 딜레마는... 글쎄. 생명 윤리적 차원에서 찬반론이
들끓기에 충분한 것 같다. 뭐 영화니까 가능한 일인지라 실효성은 없지만ㅋ
그래도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블럭버스터였다. 사람은 알지 못하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것과
우리가 만물의 영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생태계와 우리 스스로에 대해 어떤 자세로 대해왔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 물론 역발상의 경이로움은 기본 베이스. 사람은 작은 우주요,
우주는 광활하다. 아직 우리가 모르는 건 너무나도 많고 알기 위해선 몰라야 한다. 가끔은 무(無)
상태가 진리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것. 멋진 영화였다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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