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너의 이름은.(君の名は, 2016)

영화감상평

[단평] 너의 이름은.(君の名は, 2016)

28 율Elsa 0 1763 0

어긋난 시간의 연을 잇는다는 것, 미래에서 과거의 상실을 돌아보는 꿈의 기적.

평점 ★★★★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이름을 알린 <초속 5센티미터>와는 정반대의 있는 작품이다. <초속 5센티미터>가 소년과 소녀가 첫사랑의 이미지로 남다가 떠나보내게 되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였다면, <너의 이름은.>은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소년과 소녀가 이뤄가는 운명적 사랑 이야기다. '인연'과 '운명'이라는 같은 테마를 두고서도 정반대의 정서를 빚어낸 것이다.

 

하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화는 그 양극의 두 정서를 모두 납득시키는 힘을 지닌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들을 보면 자연과 도시, 가릴 것 없이 아찔할 정도의 세심한 디테일을 보여주는 풍경화은 자체로 서정성을 가미한다. 그 중에서도 이미지의 인상을 분명하게 각인시키는 것은 바로 빛이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중에 있어서 빛을 가장 잘 활용하는 감독이다. 세심하게 계산한 듯한 '빛내림'의 절묘함과 사실적인 그림자 표현은 마치 실제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지도 하지만 동시에 사진이 따라올 수 없는 독자적인 정서적 색채를 은은하게 조성한다.

 

그렇게 만들어낸 사실적인 수채화 같은 풍경은 캐릭터 사이에 있어 여백으로 남는다. 풍경이 캐릭터들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풍경 그 자체는 독자적인 것이 아닌, 캐릭터와의 조화를 추구한다. 신카이 마코토의 작화는 풍경만으로 머물지 않고 캐릭터와 조화될 때 비로소 인상이 각인된다. 그리고 그 인상은 끝내 관객의 마음 속에 이미지로 남아 여운을 진하게 남긴다.

 

스토리는 인연과 사랑, 기적을 다루는 서사로서 도식적인 이야기에 가깝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조금만 시선을 두고봐도 그보다 같은 소재를 두고도 더 창의적인 컨텐츠들은 많이 있다. 결국엔 <너의 이름은.>은 이미지로 기억되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타키와 미츠하는 '현재'에선 서로를 만날 수 없는 사이였다. 어느 날 '사건'을 계기로 둘의 시간은 완전히 갈라지고 어긋난다. 하지만 인연의 끈을 다시 이으려고 노력한다. 왜인지는 모르고 누군지도 모르지만 본능적으로 이끌린다. 그 인연의 끈을 잇는 무언가는 바로 서로의 이름이다.

 

<너의 이름은.>에선 끊어져버린 인연의 연결끈에 대한 공허감을 현실의 재난 상태로 대입시킨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한국에선 세월호 사건을 떠올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영화 속의 상징들은 '반드시 기억해야 하고 잊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을 상기시킨다. 미래에서 과거의 상실을 되돌아보았을 때 "만약 미리 알았더라면"이라는 가정법을 사용하면서 슬픔에 잠기면서도, 그 가정법을 인연이란 끈으로 결국엔 설득시키고야 만다. 그렇게 <너의 이름은.>은 현실에 대해서 '꿈의 기적'을 만들어낸다.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