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리 맥과이어 20주년 기념판 한글 자막
(지난 토요일에 쓴 글입니다)
((iratemotor 님게 감사드리며...))
르네 젤위거는 어느 영화 속에든 잘 녹아들지만, 데뷔작인 이 영화에서만큼 빛난던 적이 있었을까?
보기 시작하면 여지없이 울게 되는 영화들이 있다.
영화 속 쿠바 구딩 주니어처럼,
"이번만은 절대 울지 않을 거야..." 결심하지만
어느새 줄줄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귀여운 여인>, <에린 브로코비치>, <노팅힐> (그러고 보니 줄리아 로버츠 3부작 -_-),
<빌리 엘리어트>, <당신이 잠든 사이에>, 그리고 아....<밀리언 달러 베이비>...!
('나를 울리는 영화' 포스팅은 나중에 따로...)
다른 영화들이 '눈물의 변곡점'이 있는 반면에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시작하자마자부터
눈물의 포인트고 나발이고 기승전울음범벅이 된다(그래서 영화를 다 보고 나면 탈진 -_-).
아무튼 <제리 맥과이어>도
나를 쪽팔리게 만드는 영화 중 한 편이다.
(다들 그러시겠지만) 특히나 두 군데 포인트 :
1) 팀을 슈퍼볼 우승으로 이끈 로드(쿠바 구딩 Jr.)가 카메라 플래시에 둘러 싸인 채 제리 맥과이어를 찾는 장면
2) 뒤늦게 도로시의 존재를 깨달은 제리가 이혼녀들의 모임에 찾아가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
은 볼 때마다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울게 된다.
ㅡ
아무튼!
바로 그 <제리 맥과이어> 20주년 기념판 리마스터 블루레이가 출시됐다.
눈이 튀어나올 만큼(은 조금 뻥이고) 화질이 좋아졌다.
예를 들면 이런 장면 :
예를 들면 이런 장면 :
제리 맥과이어가 금붕어 그리고 유일하게 그를 지지하는 이혼녀 도로시와 함께
에이전트 사무실에서 쫓겨나는 장면에서
딥포커스 부감으로 찍은 사무실 전경의
책상 위 소품, 사람들 표정 하나하나까지가 또렷하다.
화질도 화질이지만 흥미로운 건 새 번역 자막.
누차 강조하지만 번역은 제2의 창작이다.
엉망인 번역 자막이 어떻게 원작 영화를 망치는가는
<J. F. K> 감독판 DVD/Blu-Ray 한글 자막이 웅변한다.
화면 속 인물들은 쉴 새 없이 조잘거리고 있는데(대사 량이 엄청나다)
자막은 달랑 한 줄, 단문 한 문장.
그 상태로 20초든 30초든 버틴다. -_-;
가성비로 치자면 최고의 자막인 셈.
당시의 사회·역사·정치적 배경지식이 몹시 중요한 이 영화는
게으르고 엉터리인 자막 덕분에 반 토막이 나 버리고 만다.
에이전트 사무실에서 쫓겨나는 장면에서
딥포커스 부감으로 찍은 사무실 전경의
책상 위 소품, 사람들 표정 하나하나까지가 또렷하다.
화질도 화질이지만 흥미로운 건 새 번역 자막.
누차 강조하지만 번역은 제2의 창작이다.
엉망인 번역 자막이 어떻게 원작 영화를 망치는가는
<J. F. K> 감독판 DVD/Blu-Ray 한글 자막이 웅변한다.
화면 속 인물들은 쉴 새 없이 조잘거리고 있는데(대사 량이 엄청나다)
자막은 달랑 한 줄, 단문 한 문장.
그 상태로 20초든 30초든 버틴다. -_-;
가성비로 치자면 최고의 자막인 셈.
당시의 사회·역사·정치적 배경지식이 몹시 중요한 이 영화는
게으르고 엉터리인 자막 덕분에 반 토막이 나 버리고 만다.
그 다음 최악은 단연코,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부초>(浮草, Floating Weeds, 1959).
내가 구입한 DVD가 짝퉁이어서 그렇겠지만
영 자막을 구글 번역기로 돌린 듯한 <부초>의 자막은 정말...최악이다.
화면을 보고 있어도 도대체 등장인물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차라리 울렁증 있는 영문 자막으로 보는 게 낫다 싶을 만큼.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부초>(浮草, Floating Weeds, 1959).
내가 구입한 DVD가 짝퉁이어서 그렇겠지만
영 자막을 구글 번역기로 돌린 듯한 <부초>의 자막은 정말...최악이다.
화면을 보고 있어도 도대체 등장인물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차라리 울렁증 있는 영문 자막으로 보는 게 낫다 싶을 만큼.
ㅡ
<제리 맥과이어> 자막 중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한글 자막은
지금은 사라진 케이블 채널 '캐치원'의 것이었다.
그다음이 EBS 방영판 자막.
<제리 맥과이어>의 (DVD나 Blu-Ray로) 정식 발매된 sub 자막은 종류가 셋인데,
중요한 장면의 표현도 제각각이어서 흥미롭다.
제리 맥과이어가 도로시를 찾아가 고백하는 그 유명한 장면을 보자.
(영어 자막) We live in a cynical world. And we work in a business of tough competitors. I love you. You... complete me.
(번역 1) 우린 꼬인 세상에 살아. 꼬인 세상에 말이야. 그리고 힘든 경쟁을 하지만 당신을 사랑해. 당신은 내 반쪽이야.
(번역 2) 세상이란 참...눈물 나게 비정해. 하지만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당신을 사랑할 거야. 당신이...날 채워줘...
(번역 3) 우린 냉소적인 세상에 살아. 냉소적인 세상에 말이야. 그리고 힘든 경쟁을 하지만 당신을 사랑해. 당신은 나를 완성시켜.
센스 있는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3번이 20주년 기념판 새 번역 자막이다.
번역 1의 경우,
cynical world를 '꼬인 세상'으로 꼬아 놓은 것도 모자라
희대의 명대사, "You... complete me"를 "당신은 내 반쪽이야."로 번역하다니....
아오 손발 오그리....-_-
2번 날 채워줘,와 3번 당신은 나를 완성시켜,도 말맛이 전혀 다르다.
(캐치원 번역은 아마도 "당신은 나를 완전하게 해"였던 걸로 기억한다)
꼬인 세상/ 세상은 참 눈물 나게 비정해/ 냉소적인 세상,은 어감도 느낌도 아예 다른 말들이다.
(세상은 참 눈물 나게 비정해,는 나가도 너무 나갔다 ㅋㅋ)
개인 제작자의 것까지 포함하면 종류가 대여섯 가지인데,
어떤 자막으로 보느냐에 따라 영화의 느낌이 완전 달라진다.
몹시도 반가운 <제리 맥과이어> 20주년 기념판 리마스터 블루레이를 보면서
"아 다르고 어 다르다"란 말의 의미를 새삼 느끼고 있다.
지금은 사라진 케이블 채널 '캐치원'의 것이었다.
그다음이 EBS 방영판 자막.
<제리 맥과이어>의 (DVD나 Blu-Ray로) 정식 발매된 sub 자막은 종류가 셋인데,
중요한 장면의 표현도 제각각이어서 흥미롭다.
제리 맥과이어가 도로시를 찾아가 고백하는 그 유명한 장면을 보자.
(영어 자막) We live in a cynical world. And we work in a business of tough competitors. I love you. You... complete me.
(번역 1) 우린 꼬인 세상에 살아. 꼬인 세상에 말이야. 그리고 힘든 경쟁을 하지만 당신을 사랑해. 당신은 내 반쪽이야.
(번역 2) 세상이란 참...눈물 나게 비정해. 하지만 사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당신을 사랑할 거야. 당신이...날 채워줘...
(번역 3) 우린 냉소적인 세상에 살아. 냉소적인 세상에 말이야. 그리고 힘든 경쟁을 하지만 당신을 사랑해. 당신은 나를 완성시켜.
센스 있는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3번이 20주년 기념판 새 번역 자막이다.
번역 1의 경우,
cynical world를 '꼬인 세상'으로 꼬아 놓은 것도 모자라
희대의 명대사, "You... complete me"를 "당신은 내 반쪽이야."로 번역하다니....
아오 손발 오그리....-_-
2번 날 채워줘,와 3번 당신은 나를 완성시켜,도 말맛이 전혀 다르다.
(캐치원 번역은 아마도 "당신은 나를 완전하게 해"였던 걸로 기억한다)
꼬인 세상/ 세상은 참 눈물 나게 비정해/ 냉소적인 세상,은 어감도 느낌도 아예 다른 말들이다.
(세상은 참 눈물 나게 비정해,는 나가도 너무 나갔다 ㅋㅋ)
개인 제작자의 것까지 포함하면 종류가 대여섯 가지인데,
어떤 자막으로 보느냐에 따라 영화의 느낌이 완전 달라진다.
몹시도 반가운 <제리 맥과이어> 20주년 기념판 리마스터 블루레이를 보면서
"아 다르고 어 다르다"란 말의 의미를 새삼 느끼고 있다.
역시나 최고의 명대사들 :
오랜만에 출근한 토요일의 사무실 풍경은
참으로 (혼자 영화 보며 울기에) 고즈넉하다.
참으로 (혼자 영화 보며 울기에) 고즈넉하다.
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