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피: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 (Creepy, 2016)
오랜만에 구로사와 기요시의 작품을 감상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실망감이 가득하군요. 너무 기대를 많이 했던 탓일지도...
'일가족 연쇄 실종 사건'이란 부제가 호기심을 부추기는데다 좋아하는 배우들도 잔뜩나오고해서 기대를 안할수도 없었건만...
중간에 드라마 '속죄'를 흥미롭게 본걸 제외하면 영화는 '로프트'이후 간만에 감상하는지라 소개글만 대충보고 제가 좋아했던 '큐어'나 '회로'의 이미지를 떠올렸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기대와는 달리 사건의 나열에만 급급한듯 인물에 대한 애정이 그다지 느껴지질 않았어요. 제가 기억하는 기요시는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심리를 꽤나 세심하게 어루만지는 감독이었는데 이 영화의 인물들은 틀에 박힌 연기로 기능적인 역할만 하고있다고 느꼈습니다.
전직 경찰이었던 니시지마 히데토시는 연쇄살인범의 프로파일러라는 경력이 무색하게 즉흥적이며 감정에 치우친 모습을 보여주는데다 제일 속터지는 캐릭터였던 아내 역의 다케우치 유코는 범인의 술수에 너무 쉽게 말려드는 무색무취의 연기를 보여줍니다. 이사온 인사로 준비했던 초컬릿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릴정도로 감정에 솔직한 여자가 저 음험한 이웃에대해 남편과 대화도 없이 경도되어갔다...? 원작인 책에서는 어떻게 묘사되었을지 몰라도 영화상에선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함락되고 복종하더군요.
유일하게 약물로 중독되지않은듯한 딸의 캐릭터는 무척 흥미로울수 있는 캐릭터였건만 마지막 사살된 범인을 보면 잘죽었다고 깔깔대던 장면 빼고는 사건의 실마리를 슬쩍 던져주는 역할외엔 그냥 소비되어버리고 맙니다. 다른 인물들이 이렇다보니 유일하게 '크리피'한 연기를 펼첬던 카가와 테루유키마저 가볍고 정형화된 연기를 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일상의 작은 틈을 파고들어 서로를 파괴하게 만드는 사악하고 간교한 의도라는것이 얼마나 무시무시합니까. 피튀기는 공포가 아니라 서서히 물들어가는 공포가 이 감독의 장기중의 하나라고 생각해서 강경옥 작가의 '두사람이다'가 영화화된다고 했을때 기요시 감독이 연출하면 정말 걸작이 나오겠다는 상상을 한적도 있었습니다만 이 영화를 보니 섣부른 기대였던것 같네요.
세상에 혼자 살아남은 오메가맨의 절망보다 더 큰 절망과 외로움 황량한 이미지를 각인시켜주었던 '회로'의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을 기억하자면 이 영화를 만들기 싫은데 억지로 만들었나 싶기도 합니다. 뭐, 실망감에 단점만 늘어놓았지만 감독의 이름을 지우면 꽤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일지도... (참, 데블님의 ass자막은 이 영화 감상의 가장 큰 재미였습니다~)
일본에서 실제로 일어난 몇가지 마인드 컨트롤에 의한 사건에 기반하여 구상한 허구의 이야기라고 나오는데
내용을 보면 사람을 조종하는 천재에게 지배당해 운명이 뒤틀리고 그 가족도 완전히 붕괴되는거라
크리피와 흡사한 면이 많더군요. 보면서 황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저게 정말 가능한가 싶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크리피의 원작 소설은 보지 못했지만 영화속의 캐릭터들은 확실히 몰입하기 힘든점이 단점인듯 하고 그걸 제외하면
이웃간의 교류와 가족간의 대화 부재가 초래하는 현상같아서 섬뜩한 기분이 드는 영화인거 같습니다.
그리고 제 자막이 감상에 도움이 된 거 같아 다행입니다 ^^
추카추카 30 Lucky Poi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