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 아포칼립스 (X-Men Apocalypse, 2016)
아이언맨과 캡틴의 싸움에 지처가고 원더우먼에 대한 애정만으로는 2시간 반이 조금 버거웠던 저로서는 엑스맨-아포칼립스를 보고 히어로 영화에 다시금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했습니다. 매튜 본의 퍼스트 클래스로 좋았지만 브라이언 싱어의 애정 가득한 엑스맨이 역시 더 좋군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진 그레이 입니다. 사실 백발의 스톰 누님께 반해서 시리즈를 보기 시작했지만 2편 클라이막스 진 그레이가 사력을 다해 한 손으로 물을 막고 한 손으로는 비행기를 띄우며 희생하는 장면에서 그만 항복하고 말았었죠. 강한 힘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어떻게 그리 매력적인지... 3편에서는 조금 삐끗했지만 진 그레이와 울버린 장면하나로 용서가 되더군요. 진 그레이의 힘에의해 신체가 소멸/재생을 반복하면서도 그녀에게 다가가는 울버린의 모습은 그해 본 영화중 가장 스펙타클하고 처절한 러브신이었습니다.아포칼립스에서 두 사람의 첫 만남이 나오죠. 사이클롭스보다 울버린과의 커플을 지지하는 저에겐 무척 흥미로운 장면이었습니다.
크으~
여타 히어로물보다 엑스맨 시리즈와 캐릭터 들에게 애정이 더 가는 이유는 그들의 고민과 갈등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동성애자인 감독의 의도때문인지 돌연변이들의 능력에 대한 공포와 배척 등이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텍스트로 읽혀지는 부분에서 더욱 그렇더군요. 일부러 가지려고도 사고로 인해 가지게된 것도 아닌 그냥 자연적으로 주어진 힘 혹은 다름으로인해 가족과 친구에게까지 외면당한 엑스맨들에게 그것은 축복이 아닌 저주에 가까운 것이었죠. 시리즈를 통해 그들은 끊임없이 능력과 자신들에 대해 고민하고 갈등합니다. 솔직히 시빌워에서 소코비아 협정으로 대립하는 캡틴과 아이언맨들을 보자면 도시가 부서지고 무너지는 장면을 신나게 구경해온 제가 무안해 질 정도로 뜬금없는 갈등으로 보였거든요. (MCU에 빠삭하신 분들이라면 다를지도 모르겠네요)
전능한 신에 가까운 능력자 아포칼립스가 엑스맨들의 갈등과 화합을 위해 너무 쉽게 소비되어버렸고 매그니토 캐릭터가 비극적 가정사에도 불구하고 너무 얄팍하게 묘사된것이 불만이긴 하지만 무척 만족스런 블럭버스터였습니다. 새로운 캐릭터와 배우들도 나이든 시리즈에 생기를 불어넣고 구 캐릭터들은 흐뭇한 마음이들 정도로 성장해 무게감을 더해주는군요. 진 그레이에게 조언을 해주는 미스틱의 성장은 뿌듯하다못해 뭉클하기까지합니다.어두운 사이코 패스로만 보이던 피터 에반스의 퀵실버로서의 유쾌한 변신은 앞으로 나올 시리즈에 큰 힘을 실어줄듯 하고 유니크한 외모의 맥피남매의 남동생 코디 스밋 맥피의 나이트크롤러도 인상적입니다. 한가지, 일명 '산사태'로 불리는 산사 아가씨 소피 터너의 떡대가 조금 거슬리지만 애정하는 캐릭터인 만큼 진 그레이로서의 연기도 기대해봅니다.
구세대와 신세대의 교체도 적절히 이루어졌고 자비에교수의 탈모도 이루어졌으니 준비는 다 끝난셈이네요. 흥해라 엑스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