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인천상륙작전(2016)

영화감상평

[리뷰] 인천상륙작전(2016)

28 율Elsa 4 1892 1

휴머니즘이라는 엉성한 가면으로 가린 감독의 추악한 저의.

평점 ☆

 

어떤 국내의 영화 평론가가 이재한 감독의 <포화 속으로>의 리뷰에 적은 문장이 있다. 잠시만 그 문장을 인용해오겠다. "전쟁을 영화의 소재로 삼는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전쟁이라는 비극의 스펙터클이 탐나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전쟁의 본질을 묻기 위함이다." 물론 이러한 이분법적인 분리는 보편적인 구분이고 통념일 뿐 모든 전쟁 영화에는 포함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극단적으로 단순화시켜서 그런 보편성 안에 '전쟁'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끌어들여보자. 일단 방금 인용한 문장에서 전자는 폭력을 전시하고 그것을 유흥거리로 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것은 창작의 범위 안에서 즐기는 것은 문제가 되지도 않고 문제가 될 필요도 없다. 문제는 바로 후자를 염두에 두었을 때 발생한다. 과연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과 죽음을 유흥거리로 삼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두고 본다면 전자보다 후자는 윤리적인 문제를 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전자와 후자의 대립은 역사를 다룬 전쟁영화마다 피해갈 수 없는 논점이다. 특히 2차 세계 대전을 다룬 영화가 이러한 논쟁의 발화점이 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목격해왔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은 "아우슈비츠에서 영화는 죽었다"라는 명제를 내렸었고, 비교적 최근에서도 로베르토 베니니 감독의 <인생은 아름다워>나 라즐로 네메즈 감독의 <사울의 아들>이 논쟁의 주축이 됐다. 하지만 생각해보아야할 것은 그러한 논점이 2차 세계 대전에서만 적용되진 않는다. 그 논점 그대로 대한민국의 6.25 전쟁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어쨌거나 '전쟁'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재한 감독의 <인천상륙작전>도 마찬가지다. 

 

<인천상륙작전>은 표면상으론 후자(전쟁의 본질을 대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6.25 전쟁 당시 판도를 뒤엎은 남한과 유엔군의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채택하게 되면서 기획 단계부터 제작까지 <인천상륙작전>이 가장 위험했던 것은 사건의 유명(有名)그 자체였을 것이다. 당연한 얘기다. 교과서를 조금만 펼쳐보아도 나오는 작전이고, 그 작전을 이끈 맥아더 장군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 정도로 유명하다. 그래서 영화의 결말은 되게 뻔하다. 어차피 작전은 (이미 알려져있다시피) 성공한다. 분명히 이재한 감독도 그러한 그런 소재의 위험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상륙작전의 계획과 실행 단계까지 사실에 '기반'하여 전술적으로 훑어보기보다는 사실을 '재구성'하여 표면 뒤의 숨겨진 전쟁 영웅들을 조명하려 한다. 전쟁 이면의 숨겨진 인간을 비춤으로서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 그 인물들의 숭고한 인간다움과 희생 정신을 그리려 한다.

 

물론 이러한 숨겨진 역사적 사실을 일깨워 주는 것은 좋다. 익숙한 소재에서 흥미로운 지점을 찾아내어 다루고 이끌어내는 것은 소재의 보편성에서 탈피하려는 시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상륙작전>의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소재나 장르 영화의 보편적인 공식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는 데에 있다. 영화는 그동안 한국 영화에서 사용되어 왔던 전형적인 신파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는데, 물론 장르의 공식을 답습하는 자체가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왜냐하면 가장 안전하고 관객이 영화를 쉽게받아들이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시 말해 공식을 따른다고 하더라도<인천상륙작전>은 인물 간의 심리나 관계, 사건의 연결성에 있어서 설득력이 전혀 없다. 인물들은 수동적으로 짜여져있어 기능적이며 전개는 상당히 작위적이고 우연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한과 북한의 대립을 선과 악으로 극단적으로 단순화시키는데 전쟁 상황에 대한 이해가 너무 단순하다. 영화가 공식을 따르다기보다는 공식 안에 영화를 조립한 것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더군다나 너무 기계적인 조립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촬영, 편집, 시나리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에 있어서도 사건을 설명하고 나열하는 데에만 그칠 뿐 인물에는 초점을 전혀 두지 않는다. 과연 이 영화가 의도하고자 표방했던 '인간'의 이야기가 과연 이 영화의 목적이었는지 의심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사실 <인천상륙작전>의 장점이라면 전투 시퀀스가 상당히 역동적이고 스펙터클하다는 점인데 이 지점에서 영화는 전자(전쟁의 스펙터클)를 표방한다. 다시 말하면 <인천상륙작전>은 휴머니즘을 표방하지만 그 뒤에는 전쟁의 단순한 스펙터클만 남겨놓은 여름 '블록버스터'다. 감독의 저의가 분명하게 의심되는 지점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가장 심각한 것은 인물에 대한 감독의 애정을 눈씻고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스펙터클의 강박에 빠져 캐릭터, 시나리오, 연출 모두 실패한 이재한 감독의 작전이다.

 

- 어떻게 이런 영화가 아직도 상영되고 있는 것이지 참 의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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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S 컷과송  
거기서도 이렇게 글을 쓰시다니....이런 영화가 상영될 수 있는 여건의 가능성. 그리고 흥행을 조작해내는 세력이 온존하는 한 언제나 이런 영화는 제작될 겁니다. 어쩌면 본편은 <명량>의 다소 저열한 단계일 뿐이겠지만 이 땅에는 여전히 인천상륙작전이라는 미국에 의해 구축된 전쟁 신화에 매료된 군상들이 많을테니까요. 여튼 분기에 찬 글은 잘 읽었습니다.
28 율Elsa  
제 동생에게서 들었는데 본 영화가 상영이 끝날 즈음에 <인천상륙작전 : 익스펜디드 에디션>이라는 제목으로 한번 더 극장에 걸려 상영을 한다더라고 들었고, 여기 자대에서도 정신교육으로 극장에서 단체관람을 했었다고도 들었습니다. 정말 맹목적인 애국심이 영화를 넘어서 국가적으로도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인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14 막된장  
감상평 잘 읽었습니다.  여기에 더 붙일것도 제외할것도 없는 적절하고 정확한 평가라 생각됩니다^^.
저는 볼 생각도 없었고 보지도 않았기에 그냥 허밍턴 포스트에 실린 외신의 평가를 퍼와봤습니다.
외국의 언론들은 타국에 대한 기사들이 아주 객관적이고 정확한 경우가 많죠.
뭐 내 나라도 아니니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 적을건 적고 말할건 말하니까 더 그렇기도 합니다.

[스크린 데일리]
“초반에 아주 간략한 역사 공부를 시켜주는 것 외에는 역사적 맥락엔 거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의 진행 속도는 빠르지만, 중요한 캐릭터를 발달시키는 과정은 희생되었다.
기술적으로는 좁은 공간에서의 전투 씬이 가장 효과적이었고, 대규모 전투 장면은 CGI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1950년 8월 한국 전쟁 당시 남한 시골의 학교를 지키려는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재한 감독의 2010년작
‘포화 속으로’와 마찬가지로 만듦새는 전반적으로 괜찮다.
리암 니슨은 자기 역할을 잘 받아들이지 못해 뻣뻣하고 경직된, 기대 이하의 연기를 보인다.

[뉴욕타임즈]
“영화가 시작할 때는 ‘실제 사건들에 영감을 받았다’는 자막이 뜨고 끝날 때는 이 영화의 헌정 대상인 군인들의 사진이 나온다.
작전의 지도자(이정재)와 의심스러운 북한군 사령관(이범수)은 고양이와 쥐 같은 전쟁 게임을 펼친다.
추적과 총격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플롯은 무신론적 공산주의와 한국식 가족 사랑 사이의 생사를 건 싸움을 보여준다.
“이념은 피보다 진해.” 북한군 사령관이 비웃듯이 하는 대사다.

맥아더는? 리암 니슨에게 주어진 뻣뻣한 대사 때문에 니슨은 옥수수 파이프를 깨물고 감히 자신에게 질문을 하는
아랫사람들을 야단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그래도 로렌스 올리비에(테렌스 영 감독의 '인천'(1981)에서 더글라스 맥아더를 연기했다) 같지는 않았다.
이 말이 칭찬일 수 있는 유일한 경우인 것 같다.

[워싱턴 포스트]
"‘인천상륙작전’은 진짜 1950년에 찍은 영화 같아 보이지만, 최근 한국 영화의 장기인 폭력의 생생한 묘사는 최신 수준이다.
이 영화는 사망한 첩보원 15명에게 바치는 영화지만, 영화에서 죽는 사람은 훨씬 더 많다.
스파이들은 눈에 잘 안 띄어야 하는 법이지만 이재한 감독은 존 르 카레 스타일의 음모와 성찰을 추구하지 않는다.
(대사는 딱 두 종류, 호통치거나 감상적이거나 뿐이다.)
그보다는 총격전과 추격 씬을 다루는 솜씨가 더 낫다. 가끔 좀 이상하기는 하지만, 요란하고 생동감 있으며 잘 연출되었다.
 장학수가 펼치는 ‘비밀’ 작전은 너무나 요란해서, 평양에서 잠자던 김일성이 깨지 않은 게 놀라울 정도다.
역사적으로 사실일지 의심스럽지만 이재한 감독의 전형적인 스토리텔링 방식이다.
실제 인천상륙작전은 급습이었다. 이 영화에서는 상륙하기 한참 전부터 모든 걸 다 알 수 있다."

[빌리지 보이스 ]
"이재한 감독은 멋진 촬영, 대규모 CG 전투 씬, 한국의 적과 정치 철학에 대한 만화 같은 항의를 집어넣었다.
또한 이 영화에서 가장 큰 돈이 들어간 부분인 리암 니슨이 연기한 미국의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을 신격화한다.
니슨의 연기는 격에 맞지 않는 대사와 국적 차이 때문에 정말 웃긴다.
니슨이 미국인이 아니라는 건 잊어라. 옥수수 파이프가 남자를 만든다.
니슨은 사실 미국인들이 스스로 만든 자신들의 기념비 같아 보인다.
돌 절벽에 다이너마이트를 터뜨려 만든 기념비 말이다.

이 영화에서 남한의 맥아더와 미군에 대한 숭배는 홀마크(미국의 축하카드 전문업체)에서 파는 카드에
‘네 졸업에 최고로 따뜻한 축하를 보내’라는 문구만큼 눈에 잘 띈다."
28 율Elsa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평이 대부분 비슷한 의견을 공유하는군요.
특히 맥아더를 연기한 리암 니슨의 연기가 그야말로...

"한국 영화의 장기인 폭력의 생생한 묘사"라니 ㅋㅋ
웃기긴 한데 참으로 씁쓸한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