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허 2016... (스포 有)
원작에 대한 트리뷰트, 오마쥬 없이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보려다가 이도저도 안돼 추락한
범작 리메이크. 어떻게 3시간 40분보다 2시간 10분이 더 지루하고 울화통이 터질 수 있지? 비단
원작과의 비교에서뿐만 개별적인 작품으로서도 수준 이하의 역사물이었다. ('글래디에이터'와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를 보고 뭘 배웠나 싶다.)
이 영화는 급전개와 뜬금 로맨스를 통해 초장부터 주입식으로 내달리기 바빴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성도 단순해지고 있는 마당에 감정에 휩싸여 일을 그르치거나 쓸 데 없는 갈등을 빈번히
일으켰으며, 화면의 색감을 제외하면 장면장면의 깊이감도 적었을 뿐더러 무엇보다 원작 특유의
진중함이나 상징성은 거의 전무했다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1959년작의 트레이크 마크인
마차 액션씬에도 무려 음악을 써버리고 완급 조절도 오나전 망쳐놔서 이게 벤허인가 의문까지
가지게 하는지... 아, 막판에 메살라를 살려주려고 마차씬의 임팩트를 줄였다? 그리고 벤허를
매너리즘에 찌든 나쁜 놈으로 만들었다? 한숨밖에 안나오면 설정이었다. 허나 그나마 완성도
높은 시퀀스가 그것뿐이었다는 게 슬픈 현실ㅠ (문둥이 모녀와의 재회는 말이 필요없다. 그냥
쓰레기. 오물. 죄악. 가슴이 저미는 그 감동은 어디갔지ㅠㅜ)
원작과 별개로 생각해도 별 차이는 없다. 벤허의 가족은 처음부터 메살라가 떠나도록 별에 별
장치를 다 마련했고, 떠난 후 편지 한번 주지 않는 메살라의 정신 세계에 대한 당위성도 없으며,
벤허의 동생 드르사는 애당초 허 가문을 콩가루 집안으로 만들 심상...이었으나 쪽도 못써보고
피차 사모했던 메살라에게 당하고, 치료해줬더니 앞뒤 안가리고 활 쏘고 튀는 반란군 꼬맹이는
도의적인 책임도 안지고 내빼기 바쁘더니 마차 경기때 박쥐 새끼마냥 짜잔 등장해서 지대 팬심
부리는 게 눈꼴 시려웠다. 장난하냐?
아무리 소설 원작이라고 해도 희대의 역작을 이렇게 회를 쳐놓으면 안된다. 21세기에 맞춰서
세대교체를 했다고 아무리 변명한들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야곱, 모세, 예수님과도 같은
기구한 운명을 지닌 된사람 벤허는 사라지고 감정에 휘둘리다 돌연 개관천선해 감동 주는
껍데기만 남았다. 게다가 이 플롯은 성경 인물이라기보다는 석가모니의 생애에 가깝다.
(부처님 비하 발언은 아닙니다) 이러면 안된다. 하긴... 초반부터 예수님 얼굴과 목소리를
노출해 버렸지. 오리지날의 신비주의나 심오함, 오묘함은 그때부터 먼치킨. 부디 이를 발판
삼아 다신 원작을 능욕하지 않는 진짜배기 영화를 만들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