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시대적 비극 안에서 인간의 선택에 대하여..

영화감상평

밀정.. 시대적 비극 안에서 인간의 선택에 대하여..

4 가륵왕검 0 1642 0

 

그것은 아마 과정과 끝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고 포기할 수도 없는 지난한 투쟁이었을 것이다.

 

과연 후세들에게 던져진 항일과 친일의 개념과 당시 아무것도 쉬이 가늠할 수 없는 현실에서 맞닿았던 그것과는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이의 심중 뒤에 어떤 것이 있는 것을 믿기에 애국지사 분들은 무장 투쟁을 도모하고 생의 한 부분을 맡겼을까.

 

영화 “밀정”이 가장 흥미로웠던 이유는 섣부르게 장르의 문법과 호흡 안에서 인물과 사건을 다루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의열단의 존재와 행적에 대해 감독이 일정하게 평가 또는 기준을 세우고 그 안에 스토리와 네러티브를 배치하는,,, “인천상륙작전”같이 수준 낮은 만듦새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장르적 속성에 충실했던 전작을 만들어왔던 김지운 감독은 오히려 그러한 장점들을 버리고 불확실한 시대에 놓인 인간이 개인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을 해내기 위해 끊임없이 갈등하고 시선과 욕망이 부딪히는 심리극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것은 적어도 의열단이 활동했던 면면들과 역사적 공과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정서적 이해를 통하여 얻어낸 결론에서 접근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앞서도 이야기했듯 지금의 우리에게 항일과 친일은 선과 악의 구분만큼 명징한 것이 되었지만 그들이 살아 숨쉬던 그때에 대체 어떤 계기와 과정을 거쳐 그러한 선택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항일 애국지사들은 개인의 욕망과 생존의 희망까지 넘어선 위인으로 친일파는 나라를 팔아먹은 추악하고 끔찍한 존재로 알 뿐이다.  

그렇다면 일제 강점기에서 명확한 친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그저 일본에 대한 반감은 있지만 일부의 반항으로는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하며 현실을 열심히 사는 것은 친일일까 아닐까? 
 
“밀정”은 한때 임시정부에 참여했지만 친일경찰이 되어 출세를 하려고 하는 이정출을 통하여 고 지극히 현실의 논리에 맞춰 사는 인간이 어떠한 계기로 변절과 전향. 즉 선택을 하는지 보여준다.

 

이정출이 친일경찰이 된 이유는 독립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며 이는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 중 대부분이 만주사변 이후 변졀한 이유와 궤를 같이 한다.

 

결국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의 무게 안에서 독립은 요원하고 조선인에게도 그나름의 기회가 있다는 유혹 앞에 무너진 것이다.

 

이정출은 대의에 대한 갈증과 자신을 믿어주는 이에 대한 충성심.. 출세를 바라는 이면에는 일종의 사회적 정의에 대한 강한 욕구 또한 가진 인물이다.

 

그렇기에 김우진·정채산과 만나 술을 마셨던, 사내로써 의기와 대의를 함께 꾸미는 기쁨이 도취될 수 있었고 결국 의열단을 돕게 된다.

 

결국 기차 안에서 같은 의열단 내부의 밀정을 찾고자 혼돈과 갈등이 오가는 상황에서 오히려 이정출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신뢰하는 김우진을 위해 하시모토에게 총을 쏜 것이다. 

 

하지만 이정출은 근본적으로 달라지게 한 것은  여자로써 아름다움조차 거사를 이루려는 목적에서 활용하고 개인의 사연 또한 아무 것도 없지만 끝까지 폭탄을 터뜨리는데 변절하지 않은 연계순을 직접 고문하면서였다.

 

비로소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살려다보니 경찰을 하게 됐다는 변명도 어정쩡한 태도도 얼마나 우습고 혐오스러운 것인지 맞닥뜨린 것이다.

 

그리고 이길 것이라는 확신은 가져볼 수 없는 꿈이며 사람으로써 행복과 기쁨에 대한 바람조차 스스로 깨부수며 무모한 싸움을 하다 생을 달리한 연계순의 시신을 통해 변화를 일으킨다.  

 

이정출은 자신 앞에 놓아둔 번민들 대신 의열단으로써 살기로 다짐하고 폭탄을 운반하여 거사를 완성한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 안에서 의열단의 독립 무장 투쟁과 구성원들에 대한 온당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다.

 

의열단의 수장 약산 김원봉 애국 지사는 업적에도 월북했다는 이유로, 사회주의계 무장독립투쟁의 전설임에도 김일성 독재체제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남북 모두에게 버림받았다는 것이고 의열단 또한 제대로 된 연구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예인의 SNS에 욱일기에 머물러있는, 한없이 가벼운 반일이 아니라면 “밀정”을 가슴 뜨겁게 본 사람이라면 광복절을 건국절로 바꾸려는 현재의 극우 수구 세력들의 음모를 기필코  바로잡아야 한다는 상념과 함께 감상평을 줄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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