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이 왜 그렇게 욕을 먹었는고 하니... (스포 甲)

영화감상평

'서울역'이 왜 그렇게 욕을 먹었는고 하니... (스포 甲)

22 박해원 14 3379 2

※포스터에서부터 허위·과장·재탕 스멜이 진동을 한다. 더욱이 감독은 '프리퀄'의 의미를 모르는 듯하다.

 

 

한때 대한민국을 강타한 한국 좀비물계의 새로운 한 획 '부산행'. 비록 호불호는 갈렸지만 한국적인 재해석,

풍자, 드라마 등에서 인정받아 1,000만 관객을 돌파, 많은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은 스릴러가 되었다. 이후

그 바톤을 이어받아 비슷한 시기에 함께 제작된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극장가에서 고개를 들었다.​..가 그대로

고꾸라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건 철저히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얍삽한 졸작이기 때문. 수위 빼고는 다 

수직강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이번엔 서울역이 왜 이렇게 진탕 욕을 먹었는지 한번 상기해 보기로 했다. (까내리기 위해 작품을 몇번씩

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럴 가치도 없기 때문에...) - 스포가 만발하니 혹시라도 본다거나 하는 모험을

하고 싶은 분들은 주의해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1.​ 누구나 언급한 더빙 문제 - 심은경, 류승룡, 그리고 이준은 분명 뛰어난 배우들이다. 특히 감정선이 살아있는

실력가들이기 때문에 '씬스틸러'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다. 하지만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이고, 열연을 할 때와는

다른 호흡과 발성을 사용한다. 더군다나 그림체가 오죽 정적이고 밋밋한가? 그 때문에 관객들은 그 이질감과

위화감에서 오는 오글거림을 참아야 하고 캐릭터들은 목소리만 둥둥 떠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로토스코핑의 오류 - 3D에다가 2D를 입히는 방식으로 디스토피아를 묘사한 서울역. 우선 이것이 어색한 더빙의

이유중 하나였다.​ 처음엔 징하게 리얼한 움직임과 높아보이는 프레임 도수, 종종 눈에 띄는 모션블러가 흥미를

 

돋우웠지만 이윽고 2D도 3D도 아닌 것이 뭔가 어색하면서 실사와 속도감 차이가 커 답답해지기까지 했고, 그림체

역시 실사체인지라 특징이 없어 호감도가 떨어졌다. 마무리로 3D를 기반으로 한 2D의 폐해로 인해 표정 변화마저

다이나믹하지 못한 마당에 배우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서 연기를 하니 관객들은 거기서 오는 괴랄함을 커버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프레임을 잘못 설정한 건지 래픽 과다로 버벅거리는 건지 좀비떼가 조금만

많아지면 화면 전체가 느려진다. 엎덮으로 워낙 좀비의 물량이 많다보니 맵핑 씌우고 복붙하는 경우도 속출,

코앞에 있는 좀비들끼리 생김새가 똑같은 대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포스터에서도 가면 쓴 좀비들이 떼로

 

뛰어다니는 걸 볼 수 있다) 물론 풀3D로 작업하는 방법보다 이런 방식이 비용면에서 절약될 수 있고 움직임도

훨씬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한 지나친 ​노가다와 이러한 부작용을 예상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3. '디워'급의 주인공들 비중 - 시종일관 울기만, 아니, 질질 짜기만 한다. 뭐 하는 거 없이 쫄아서 하닥하닥거리는

그들은 영화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큰 발전이 없다. 물론 현실에는 '업헴'같은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고 내러티브만

잘 꾸며진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엔 그딴 거 없다. 그냥 미칠 듯한 극 사실주의를 빙자한(?)

답답함으로 끝까지 억장 브레이커로 남을 뿐. 특히 이 민폐 돋는 여주는 마지막까지 물귀신 작전으로 한명을 저승

동무로 삼는다. 곧 죽을 것이 마동석 스페어를 갖다가... ㅠㅜ 

​4. 단순을 넘어 진부하기 그지없는 진행 방식 - 별 거 없다. 운전-전화-싸움-눈물, 운전-전화-접전-오열...

게임도 이거보단 다채로울 듯하다. 아버지란 사람은 초인적인 힘을 이용하여 금방 좀비 킬러로 등극, 반대쪽은

시종일관 부리나케 도망갈 뿐이다. 결국 두 그룹의 접점이 마련되지만 어김없이 정부가 개입하여 훼방을 놓고

어줍잖은 현실 반영쪽으로 흘러간다. 당위성따윈 없다. 설득력같은 것도 없다. 그냥 까고 싶은 것.

5. 이럴 수가 있나 싶은 언변 - 18세 이용가면 수위 말고 대사에도 신경을 쓰라고ㅠ 무슨 사람들이 욕밖에

할 줄 모르고 풍자를 하려는데 말빨이 딸려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을 뿐더러 흥분해서 팔딱팔딱

하니까​ 의사소통이 될 리가 있나... 성인 정도나 됐으면 충분히 공신력과 호소력을 겸비한 멘트를 칠 수 있지

않나? 등장인물들의 대사중 8할은 작품을 막장으로 끌고 가는 장치나 마찬가지였다.

6. 시덥잖은 반전 - 아, 네... 귀신, 아니, 좀비보다 무서운 게 사람이라는 말이 맞다. 포주가 떼인 돈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죽을 위험을 무릎쓰며 전직 매춘부를 찾아해매는 감동 스토리ㄷㄷ 츤데레도 이런 츤데레가 없다.​

게다가 그 돈의 비용 언급도 없다, 사용 내역도 없다, 남은 돈도 없다, 뜬금 애비도 없다, 그냥 다 없다. 아, 이제

남친도 없지. 짜달시리 한 것도 없는 애를 왜 막판에 죽이는 거야ㅠ​

7. 어딜 봐서 프리퀄인데?! - 아니, 부산행에서는 모든 일이 진양에서 시작됐다며? 아니, 뭐 백번 양보해서 전국

동시다발적으로 사단이 일어났다고 쳐도 이번 편에서마저 시작하자마자 웬 노인네가 이미 물려서 먼산보고 있는... 

관객들은 개연성, 인과관계, 연결고리, 실마리를 찾기 위해 이 작품을 본 것일텐데? 더군다나 심은경은 끝까지

살아남아서 KTX로 골인해야 부산행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막판에 다리 긁혀 좀비 돼 버리면 이뭐 인물적으로도,

사건적으로도 전혀​ 얽히는 게 없는, 독립적인 애니가 돼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부산행에서는 왜 심은경이 다리

물려갖고 등장한 거? 서비스~오마쥬? 아, 의미없다. (마치 '리부트'나 '스핀오프'처럼 '프리퀄'이라는 단어를

유행시키려고 그랬을 수도) 

 

결과적으로, 볼거리나 흥미거리가 아주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욕심이 지나쳐 같은 시기에 제작한 작품중

한편에만 열과 성을 쏟고, 한편은 1+1으로 묻어가려고 하면 이런 꼴이 난다는 걸 인지했으면 한다. 없으면 없는대로

겸손하고 겸허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야지 괜히 뻥튀기하려고 하면 바닥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다음부터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눈과 귀, 머리를 장악, 무릎을 탁 칠만한 진짜 '프리퀄'을 만들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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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Comments
26 D295  
괴랄. 엎덮. 복붙. 하닥하닥. 업헵. 짜달시리..... 내가 늙었나부다.
이토록 네이버 사전을 뒤적거리며 리뷰를 읽긴 처음이네요.
재밌습니다. 
22 박해원  
ㅋㅋㅋㅋㅋ 죄송합니다ㅜㅠ 비꼬거나 비아냥거릴 땐 은어ᆞ함축어만한 게 없어서...
업헴은 오타까지 났네요ㅋㅋ
14 어떻게  
만들어 놨다가 본 영화가 뜨면 부가수입용으로 써 먹기 위해서 꺼내든 영화같아요.. 블루레이 스페셜판에 그냥 실릴만한급의 애니같습니다.(아님 애초에 그런의도로 만들었을지도) 그냥 말이 좋아 프리퀄이지 너무 상업성이 농후 해 보이는 졸작이더군요
22 박해원  
네, 그 말 그대로네요...
4 이강도  
연상호는 여기까지가 한계.

아깝습니다.

사이비에서 클라이막스 치고 끝난듯.

추카추카 35 Lucky Point!

22 박해원  
인성땜에 싫어하는 사람인데... 작품까지 이래버리니 쩝
4 이강도  
원래 한국바닥에서 또 그 바닥에 연예판에서 뭘 바란다는게 잘못이죠.

김기덕 감독이야 워낙에 대륙인들이 먼저 알아봐서 그런거고

그물 하나 기대하고 가야죠
28 율Elsa  
원래 <서울역> 기획하는 단계에서 배급사 NEW에서 실사로 리메이크 해보자는 제안으로 <부산행>이 기획된 것입니다.
애초에 <서울역>이 먼저 있었고 <부산행>이 속편인 것이죠. 프리퀄이라는 표현은 어떻게 보면 잘못된 표현입니다. (마케팅이 너무 흥행에 중점을 둔 것 같습니다.)
연상호 감독도 "<부산행>은 오락영화이고 <서울역>은 무거운 영화"라고 언급하며 두 영화의 차이를 구분짓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별개의 영화라고 봐도 무방한 것입니다.
"영화적 내러티브 관점에서 '서울역'과 '부산행', 두 작품의 연관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연상호 감독이 인정하기도 했거든요.

배급사의 제안을 수락한 이유는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선 배급에 어떤 한계가 있을 수 있어서 실사영화와 패키지 형식으로 간다면 <서울역>에도 어느 정도 가능성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독립영화의 활로를 열기 위해서 라고 연상호 감독이 직접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또 연상호 감독 애니메이션에서 전문 성우를 보기 힘든 이유도 연상호 감독이 대답을 한 적이 있습니다.
( http://joynews.inews24.com/php/news_view.php?g_menu=701100&g_serial=973727&rrf=nv )

<서울역>을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실사영화 <부산행>의 애니메이션 프리퀄로만 연상되고 비춰진다는 것이 안타깝네요;;
하지만 과연 상업영화에 기대어 독립영화의 활로를 뚫겠다는 연상호 감독의 작전은 과연 옳은 방법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22 박해원  
프리퀄만의 문제가 아니더라구요... 비하인드 스토리 말씀 감사합니다ㅎ
작품을 보시고 우주의 먼지가 되도록 털 엘사 님을 기대하겠습니다~
28 율Elsa  
다음 주에 아마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ㅎㅎ
너무 궁금하네요 ㅋㅋㅋ
4 이강도  
염병할 사기꾼

이게 바로 연상호의 한계죠.

상업영화에 기대어??

이미 스토리 라인 자체가 저쪽편으로 넘어갈려고 만든 작전이구만 무슨 되도 않는 변명은 ㅋㅋㅋㅋㅋㅋㅋ

하여간 사기꾼들은 언제 사라질려나

박찬욱이 이어서 대단한놈 또 등장했네요.

이 양반 갈수록 실망이네
28 율Elsa  
글쎄요. 제 코멘트에서 적었듯이 두 영화에 대해 차이를 구분짓기도 했으니 거짓에 기댄 변명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이질감이 드는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서울역> 자체가 <부산행>을 기획하면서 아마 배급사에 의해서 조율, 수정된 내용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8 HANWHOONHG  
개개인마다 보는 관점이 다르고 차이가 많죠. 저는 아주 재미있게 봤습니다. 사이비의 복합적인 인물관계를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부산행보다 훨씬 재밌게 보았습니다. 그리고 감독이 이미 이전에 <서울역>은 프리퀄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지요. 홍보팀이 홍보를 잘못 했거나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고 그렇게 한 것이라고 생각되네요.
22 박해원  
불편한 현실이네요ㅋㅋㅠ 저도 십분 이해합니다. 현실적일 수 있는 플롯인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