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꿈보다 해몽(2014)

영화감상평

[리뷰] 꿈보다 해몽(2014)

28 율Elsa 2 2025 0

예술을 꿈꾸는 몽상가들, 참 반갑다.

평점 ★★★★

 

- 2016.08.28

 

홍상수 감독이 현재 불편한(?) 문제로 차기작 개봉과 신작 촬영 소식은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건 한국의 영화인들에겐 엄청난 불행일 것이다. 나는 홍상수 감독의 잘잘못을 여기서 따지려 하는 것이 아님을 밝힌다. 단지 매년 찾아왔던 그의 영화에 대한 부재가, 또는 편안하면서도 동시에 사람의 내면을 무섭게 도려내는 그의 통찰력이, 일상을 변주시켜 만들어진 새로운 시간성과 공간성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견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나의 마음 속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을 뿐이다. 그러한 개인적인 경향에서 <꿈보다 해몽>은 홍상수의 부재를 채우줄 만한 새로운 젊은 시네 키드(Cine-Kid)가 생겨났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 영화가 그런 의미로 해석되는 것이 다소 과장된 것일 수도 있다. 이광국 감독은 <꿈보다 해몽>으로 먼저 접하게 된 감독인데(이 작품 전에도 <로맨스 조>, <말로는 힘들어> 2편의 장편영화를 연출했다. 개인적으로 보지는 못했다.) 내가 딱 한편의 영화만으로 미래의 한국영화를 점치는 것은 매우 성급한 것은 맞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분명하다. <꿈보다 해몽>은 홍상수 감독의 작품과 매우 유사한 지점을 가지긴 하지만 동시에 다른 느낌을 준다. 이것은 중요한 의미를 말해주는데 이광국 감독은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적어도 그대로 이어받으려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공간을 해석하고 기존과는 다른 독창적인 익숙함을 이끌어내려는 시도가 영화를 아우르고 있다. (이 글을 다 쓰고 나서 이광국 감독이 홍상수 감독 작품들의 조감독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홍상수 감독이 기존 영화에 대한 반항심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면 이광국 감독도 그 시도정신을 이어받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광국 감독이 주목받아야할 시네 키드인 것은 분명하다.

 

'꿈과 현실'. <꿈보다 해몽>을 요약할 수 있는 키워드일 것이다. 영화 내에서 명확하게 대비되어 있는 서로 다른 세계로 보여지다가 어느새 그 세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꿈과 현실이 합일된 것 같은 기묘한 광경을 불러일으킨다. 그 두 세계 사이의 간극의 거리의 변화가 가장 큰 주축을 이룬다. 이것은 이 작품이 구조주의 영화라고 말하기 힘든 이유이기도 한다. 과거와 현재의 시간성, 꿈과 현실의 공간감의 조립은 그 간극을 명확하게 분리해낼 수 없게 만들며 이러한 형식은 초현실주의 영화를 떠올리게도 하는 플롯이다. 하지만 이런 반문이 있을 수 있다. "극 중의 인물은 그러한 간극을 깨우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영화 자체는 그러한 간극을 구현하려 하지도 않을 뿐더러 그에 따라 그 간극은 지극히 주관적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이다.

 

제목 자체의 의미를 생각해보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의 의미는 "아무리 나쁜 꿈이라도 좋은 쪽으로 해석하면 좋은 꿈"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전에 <꿈보다 해몽>은 '보이지 않고 지극히 주관적인 간극들의 영화'라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그러한 간극에 '해몽'이라는 설정을 가미함으로서 영화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가미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가 교집합되고 있다. 플롯을 분석하기보다는 관객 스스로가 이야기 흐름에 몸을 맡기게 만드는데 이것은 마치 영화가 하나의 '꿈'처럼 보여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극 중에 자리잡은 '해몽'이라는 것과 관객이 이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는 '해석'의 유사점을 생각해보았을 때 이 영화는 어쩌면 '해몽'을 컨셉으로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말장난식으로 말하자면 이 영화를 '해석'하는 것은 이 영화를 '해몽'한다는 것과 의미가 상통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몽'이라는 말이 성립하고 의미가 발하기 위해서는 꿈과 현실의 간극이 또 다시 존재하여야 한다. 하지만 이것은 매우 간단한 문제이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여기서 '반영'되는 경로는 의식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무의식적이기도 하다. 대체로 영화를 이루는 근간은 감독의 상상에 기초하고 있지만 감독도 관객과 마찬가지로 사회의 일원으로서 관객과의 공통적인 무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그러한 면에서 영화는 감독이 만들어낸 무의식의 세계, 일종의 판타지(Fantasy)로 구분될 수 있다. 그런 무의식이 만들어내는 관객과의 소통 작용은 어떻게 말하자면 '꿈-몽상가'의 관계로 의미가 부여될 수 있으며 <꿈보다 해몽>은 그러한 지점을 건드리고 일깨운다. 과정에 있어 그러한 소통적 관계에 녹아든 '영화-관객' 관계의 사이 지점을 구분짓고 연결짓게 만드는 트릭은 바로 영화 스스로 '꿈'이라는 설정의 범위로 묶어놓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꿈이 현실에서 만들어진 무의식으로 인해 빚어지는 것이라면 영화도 현실에서 만들어진 무의식을 토대로 만들어지는 예술이라 할 수 있다. 그런 무의식들을 의식으로 끌어내는 과정이 예술의 바탕이라면 <꿈보다 해몽>은 결국 그 과정으로 그러내보이는 영화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 있어서 감독의 주제의식이 지나치게 의식적으로 또는 인공적으로 두드러져 나타나기 때문에 다소 불균질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시에 그런 불균질함이 잘 보이지 않게 가려져있기도 한다 '꿈'이라는 설정으로 무마된다. 꿈이라 함은 규칙이 없는 것이기도 하기 떄문에 이 영화는 그러한 특성을 통해 플롯을 자유롭게 응용하는 연출에 가깝다. 즉, 무(無)규칙의 판타지라는 것. 영화의 공식 안에서 극을 이끌어가는 도식보단 영화의 자유로움에 대한 이광국 감독의 몽상이 녹아들어 있다. 더 나아가서는 예술인으로서 예술에 대한 고찰을 엿볼 수 있기도 하다.

 

 

추신) 신병교육대에서 생활하다가 입대 바로 전에 본 영화 평을 틈틈히 써봤습니다. 자대 사지방에서 글을 올립니다. 감상한 지 좀 되서 자세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 게 흠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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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S 컷과송  
아, 벌써 휴가 나오신 줄 알았어요. 군대에서도 인터넷 활용이 되는군요. 저는 인터넷이 없을 때 군대를 다녀와서...이 영화 아직 접하지 못해 덧붙일말이 모자라네요. 여튼, 군 훈련 몸 건강히 받으시기를...

추카추카 47 Lucky Point!

S 영화이야기  
2년 금방 지나갑니다.
군 생활 잘 하시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뵙기를~~~

울 아들도 내년에 군대 가야하는데 ㅎㅎ
장교로 간다고 하는데 3년 근무해야 한다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