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렉 비욘드 : 쇼 머스트 고 온-

영화감상평

스타트렉 비욘드 : 쇼 머스트 고 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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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트렉 다크니스>(2013)의 매력 넘치는 악당 존 해리슨(베네딕트 컴버배치)이후 포스트 존 해리슨을 찾는데 실패한 스타트렉 새 시리즈는 장기간 우주 복무로 매너리즘에 빠진 캡틴 커크의 어드벤처 권태기로 시작한다.  커크(크리스 파인)의 매너리즘은 영화 <스타트렉 비욘드>의 주제로 가는 길목의 부비트랩이자 새로운 악당 크롤(이드리스 알바)의 배아줄기세포요 원죄다. 길고도 긴 스타트렉 시리즈의 매너리즘(신작 소식에 대한 관객의 반응 : .....또!!??)은 장르의 매너리즘으로, 스타트렉의 관객이 아니라 클리셰 에피소드와 캐릭터 스스로에게로 확장된다. 

 

 

 (박스 오피스 정복을 위해) 시리즈를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하는 영리한(그러나 제 꾀에 제가 빠진) 제작진은 관객들에게 "나도 알아, 이제 지겹지?"라고 말하듯, 캐릭터가 느끼는 매너리즘과 멜랑콜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마치 스타트렉 시리즈가 나아가야 할 길을 다짐하듯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졌다가 그 구덩이로부터 스스로 탈출하는 셀프 마술쇼를 기획한다. 오래된 자아는 새로운 동기를 부여받고 새롭게 갱신되어야만 한다. 새로운 에피소드에의 욕망은 결국 <스타트렉 비욘드>를 시리즈가 꼭 거쳐가야만 하는 하나의 '통과제의' 에피소드로 배치한다. (다음 에피를 위해 쉬어가는 코너?)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가 아니고 아무리 지겹고 재미 없고 새로울 게 없어도, <스타트렉 비욘드>는 캡틴 커크와 그 무리의 스타트렉 시리즈는 계속되어야만 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똘똘 뭉친 영화다.  그것은 마치 자기가 진짜 지구를 구하는 우주 용사라고 생각하는 <토이 스토리>의 장난감 버즈가 오른팔을 하늘로 향해 쭉 뻗으며 "투 인피니티 앤 비욘드!"라고 외치는 장면을 무한 반복해 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이러쿵 저러쿵 해도 쇼는 계속되어야 하고, 인생도 모험도 시리즈도 계속돼야 한다는 강력한 자기 암시. 

 

 

 그러려면 시리즈 전편 <다크니스> 때처럼 강력한 악당이 있어야만 시리즈가 심폐소생할 수 있는데, 앞에도 지적했듯 안타깝게도 <비욘드>엔 그런 멋진 악당이 없다. 이드리스 알바가 연기한 악당 크롤은 존 해리슨처럼 폼도 안 나고 강력하지도 않으며 버림받은 자의 자아분열적 정신 착란과 과대망상 때문에 불쌍하기까지 하다. 

 

 

 그러니 영화의 재미는 기존의 익숙한 캐릭터들-스팍, 스코티, 우후라, 술루, 체코프, 그리고 특히나 분전한 본즈 등-이 저글링 하는 전작의 데자뷔에 편중돼 있다. (신선한 피는 새로 선보인 제이라 정도?) 캐릭터의 힘은 친숙함이라는 장점과 함께 클리셰의 진부함을 시한폭탄처럼 안고 있는 양날의 검이다. 적의 벌떼 우주선과 전면전을 펼치는 장면에서 신나게 삽입된 비스티 보이즈의 '사보타지' (Beastie Boys : Sabotage)를 캐릭터들이 '클래식 음악'이라 지칭하는 빈티지한 유머와 함께 (팀 버튼의 <화성침공>(1996)식 B급 솔루션-슬림 휘트맨의  'Indian Love Call' 이라는 컨트리 송으로 화성인을 격퇴하는-을 카피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VHF 라디오 주파수로 송출한 비스티 보이즈의 음악으로 외계인을 물리치는 장면 등은 새로울 게 하나 없는 진부함 그 자체였다. 

 

 

 <스타트렉 다크니스> 때부터 두드러지게 전면으로 부상한 커크와 스파크의 브로맨스는 <비욘드>에서 '버디 무비'라고 하기엔 좀 차고 넘친달까......홈즈와 왓슨의 그것만큼이나 끈적끈적해서 관객들에게 재미보다는 부담을 더 많이 주는 것 같은 점도 아쉬웠다. 

 

 

 그리고 너무나도 어려운 전문 용어로 빼곡히 도배된(그래서 스토리를 따라가기도 버거운) 치킨런 씨의 고난도 변역은 영화에 몰입하려는 관객들을 방해하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1등은 아니지만 아마도 3위나 4위쯤?) <스타트렉 비욘드>는 이렇듯 어느 하나가 문제가 아니라 총체적 난국이다. 떡밥의 제왕 쌍 J가 <스타트렉 비기닝> 리부트로 스타트랙 시리즈를 심폐소생시켰듯, 이제 누군가(혹은 무언가)가 시리즈의 구원자로 나서지 않는다면, 자신의 유작에서 열연한 안톤 옐친의 노고도 '빙봉'과 함께 무의식의 골짜기 '저 너머'로 한없이 추락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 맥빠진 영화는 상영 시간 내내 외치고 있는 듯했다. "누가 나 좀 구해줘요오-"라고.

 (재미가 아니라 옛정으로 봤다, 진짜.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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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Comments
26 naiman  
그런가요...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장르라 보고싶네요.....

추카추카 22 Lucky Point!

14 스눞  
그럼 보셔야지요. ㅎㅎㅎ 저는 다크니스 재미 기대하고 갔는데 아쉬웠습니다.
26 naiman  
재미있으믄 스눞님 가만안둘껴!~~~
14 스눞  
ㅋㅋㅋㅋ 넵. 각오하고 있겠습니다.
그치만 평론가들 평도 좋고 관람객 평점도 높습니다.
제 리뷰를 믿지 마십시오. ㅎㅎㅎㅎ
S 컷과송  
오호호...번역 지적과 더불어 신랄한 평가까지....이 영화 그냥 넘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