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스포 有)
다소 과한 감은 있지만 신랄하고 통쾌한 한국 뒷담화. 속박되고 제약된 공간속에서 희로애락을
모두 전달한 게 인상적인 풍자극이었다. 물론, 당연히 국내에서 처음 시도한 터널 재난 영화로서
연출과 전개를 위한 영화적 장치가 즐비하지만 이 정도면 실속있고 꽉꽉 눌러담은 블럭버스터가
아닐까 한다.
'127'시간처럼 시종일관 무겁고 우울하면서 회상 장면으로만 도배해 놓으면 어쩌지 하던 우려가
기우였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 영화는 시작하자마자 사족없이 사건이 발발하고 일사불란하게
진행이 된다. 물론 영화속 대한민국의 실체는 그렇지 않다는 게 함정. 한 사람의 생존이 한낱
기삿거리로 전락하고 책임전가를 하지 않나 주객전도가 되질 않나... 진짜 '뭣이 중한디'라는
말이 나오기에 알맞았다. 표현 방식이 다소 강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더 확실하게 와닿는
사캐즘(Sarcasm)이었다.
그렇다고 아쉬운 점이 없었던 건 아니다. 우선 미정 씨의 첫 등장은 편집의 폐해가 아닐까
생각됐다. 등장 이전에는 전혀 복선이 없었고 등장 이후에는 전혀 언론의 임팩트가 없었다.
정부가 하정우에게 호들갑떨었던 걸 생각하면 또 다른 생존자의 가치가 어마무시할텐데
그에 대한 언급도, 화제도 없고 또 다른 생존자의 가능성을 염두해두는 것마저... 없다.
두번째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뻔뻔함인데... 누구 잘못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꿰어 갖은 예산, 인력 낭비로 생고생하고 그 울분과 화를 하정우에게로
돌린 후 입 싹 닦는 건 무슨 심보인지ㅜ 가만히 앉아 있다 맹공당하는 그의 모습에 살짝
당위성이 떨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무슨 잘못을 했다고...ㅠ 그 외에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몇몇 설정들이 있지만... 뭐 이 정도야 재미와 영화적 허용으로
넘겨짚을 만한 것 같다.
참 왈가왈부할 건덕지가 많은 영화인 것 같다. 재미와 감동, 현실반영 모두를 잡은
작품이었다. 촬영 당시 실제로 사람도 잡았을 거 같고ㅋㅋ (아재개그 ㅈㅅ) 뜨거운
불족발같은 게 '더 테러 라이브'나 '끝까지 간다'같은 강렬한 느낌이 강하게 풍겼던,
한국적인 진퉁 재난물!
☆☆☆☆☆☆☆☆★★+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