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위한 홀로그램 : 어른이 못 된 중년남자의 자아와 사랑 찾기

영화감상평

왕을 위한 홀로그램 : 어른이 못 된 중년남자의 자아와 사랑 찾기

 

* 언제나 훌륭한 퀄리티의 번역 자막을 제공해 주시는 제 문화생활의 구원자 같은 분의 자막으로 몹시 재미나게 보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역시나 톰 행크스는 영화 선택의 보증수표'라는 생명력을 아직(까지는) 잃지 않고 있는 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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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을 위한 홀로그램 A Hologram for the King, 2016)>이란 멋진 제목과 톰 행크스 때문에 무조건 보게된 영화였다. 예상은 언제나 빗나간다. 내가 생각했던 영화는 아니었다. 그래도 재밌었다. 내 예상이 빗나갔기에, 그리고 그 빗나간 예상의 자리에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에. 


 렐리앤드 회사의 한물간 중역 앨런 클레이(톰 행크스)는 사우디 왕에게 가상 대면 기술을 응용한 홀로그램 상품을 팔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로 출장을 가게 된다. 그는 이혼 소송을 마무리 중이고 딸아이의 대학 등록금을 지급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다. 그의 장기는 '기똥찬 농담'과 '복잡한 상황을 쉽게 만들기'. 그러나 절박한 심정으로 사우디 땅을 밟게 되지만 국왕은 언제 프레젠테이션 장소로 올지 모르고 모든 상황은 엉망이다. 그의 팀은 에어컨이 망가진 텐트에 방치된 채 와이파이 서비스도 준비된 식사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넋 놓고 국왕이 오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이국 땅의 모든 것은 혼란스럽기만 하고 시차 때문에 잠도 못 자는 데다가 등에는 세상 아비의 짐인 것마냥 큰 물혹까지 나 있다. 


 이보다 더 나쁠 수 없는 설상가상의 상황에서 오지 않는 국왕을 기다리 지친 앨런은 현지인 가이드 유세프(알렉산더 블랙)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라는 '이상한 나라의 토끼굴'을 여기저기 배회하며 자기도 모르게 이국적 풍물에 빠져들게 된다. 영화의 중심인 것 같던 '왕'과 '홀로그램'은 홀연히 사라지고 그 자리에 중년 남자의 고독과 비애 그리고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한 성찰이 곁가지로 슬쩍 자리를 차지하는가 싶더니 급기야 주인 행세를 한다. 


 그런 영화들이 있다. 기대와 달리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뭔지 모를 야릇한 느낌의 장면들이 뇌리에 불에 덴 것 같은 자국을 남겨서 결국엔 온통 그 장면들만으로 기억되는 그런 영화. <왕을 위한 홀로그램>이 내겐 그랬다. 


 톰 행크스의 연기(여전히 매력적이다!)야 명불허전이라 말하면 입만 아프다. 우와, 캐스팅 빵빵한데!- 하고 기대하게 했던 벤 위쇼와 톰 스커릿은 대형 떡밥이었다. 두 배우는 조연이라고 말하기도 뭣할 만큼 잠깐 얼굴만 비치고 만다. 대신 알렉산더 블랙(유세프 역)은 영화의 확실한 조력자다.(그런데 네이버 영화 정보 캐스팅 란엔 아예 빠졌다. 이런....엉터리...-_-) 밋밋하고 심심한 초중반부와 달리 이 영화의 진짜는 후반부에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자, 당신이 여행을 간다고 치자. 그것이 국내든 국외든 기차를 타거나 낯선 곳을 떠돌 때 우리는 누구나 꿈을 꾼다. 이그조틱한 곳에서의 로맨틱한 인연. 내 옆자리에 묘령의 아가씨/훈남이 앉지 않을까? 어쩌면 그들과 이국적인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그 므흣한 로망에의 욕망이 이 영화의 중심 소재다. 앨런은 현실에 지쳐있다. 등엔 악성 종양으로 의심되는 혹까지 났다. 불면에 시달리다 몰래 술을 마시고(사우디에서 음주는 범죄다. 잡히면 실형을 산다) 홧김에 칼로 등의 혹을 짼다. 그 일로 결국 병원에 갔다가 사우디에서는 드문 여의사 자라 하킴(사리타 초우드리)를 만나서 한눈에 매혹된다. 그러나 사우디가 어떤 곳인가. 남녀 칠 세 부동석의 종교적 금기가 유피아(유교+마피아)만큼이나 만만찮은 곳이다. 출장 온 미국인과 이혼 소송 중인 묘령의 사우디 유부녀의 은밀한 러브스토리가 펼쳐질 때, 나는 온전히 그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잠자던 앨런이 갑자기 심장마비를 겪고 진료를 받았던 사우디 여의사 자라에게 전화를 건다. 자라는 황급히 호텔까지 달려온다.(나중에 유세프가 전해준 말에 의하면 몹시 드문 일이라고) 자신을 위해 호텔까지 응급 왕진을 와준 여의사에게 미국 남자는 호의를 느끼고 그만 그녀의 손을 잡는다. 여의사는 화들짝 놀라며 도망치듯 서둘러 호텔을 떠난다. 종양 제거 수술을 위해 병원을 다시 찾았을 때 여의사 자라 대신 다른 의사가 수술을 담당하겠다고 한다. 앨런은 이 상황이 난감하고 곤혹스럽다.

 우여곡절 끝에 종양 제거 수술을 무사히 마친 앨런은 여의사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이메일을 보내고, 그 일을 계기로 둘은 이메일 펜팔을 하게 된다. 그리고 여의사 자라는 마음을 열고 앨런을 초대한다. 둘의 만남은 007 작전 같다. 사람들 눈을 피해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며 서로에 대해 탐문하고, 사람들 눈을 피해 먼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데이트를 즐긴다. 불가능할 것만 같은 둘의 사랑은 과연 어떻게 될까? 결국 왕에게 홀로그램을 팔 수 있을까?와 함께 이 두 가지 궁금증이 영화를 끌고 나간다. (물론 내게는 첫 번째 궁금증에 대한 호기심이 더 재밌었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국적이고 강인하며 여성으로서의 묘한 매력을 지닌 여인 자라 하킴 역의 사리타 초우드리는 처음 보는 배우였다. 나이 먹고 주름진 얼굴이었지만 그 신비스러운 캐릭터의 매력(특히나 이슬람 사회의 불문율을 깨고 미국 남성과의 데이트를 주도하는 대담함과 오묘함)에 딱 어울리는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한 사랑이지만, 그녀는 현명하고 슬기롭게 그 상황을 꾸려나간다. 그 점이 몹시도 매력적이었다. 특히나 바닷가 스킨 스쿠버 장면과 수중 키스는 정말 아름다웠다. 두 배우는 중년의 사랑도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그림 같은 연기 합을 통해 보여준다. 이 영화는 이 장면들만으로도 충분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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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게 본 장면들

- 프레젠테이션을 하러 간 장소의 황당함(영화를 보면 안다, 무슨 말인지...).
- 유세프와 함께 겪는 일련의 모험들(자동차 장면, 음악에 대한 취향, 늑대 사냥, 이교도로서 토브를 입고 메카 통과하기, CIA 소동 기타 등등...).
- 앨런이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장면에서 삽입된 롤러코스터 타는 이미지의 적절함이란....심장 발작이 일어나면 진짜 그런 느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공감.
- 사우디의 고속도로에는 이교도를 위한 출구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교도들은 메카를 지나갈 수 없고 우회해야 한다.
- 사우디의 시내에서 물건을 사달라고 차에 매달리는 아이들에게 유세프는 손가락을 들어 하늘을 가르킨다. 그게 무슨 뜻이냐고 앨런이 묻자 유세프는 "신이 주실 것이다"라는 말이라고 답한다. 
- 앨런과 함께 수영을 즐기기 위해 자라는 앨런을 먼저 보내놓고 잠수해서 뒤따라 온다. 이웃의 눈 때문이다.그녀는 앨런과 마찬가지로 수영복 하의만 입고 있다. 멀리서 보면 남자 둘이 수영을 즐기는 것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이라고.
- 이슬람의 휴일은 금요일과 토요일이다. 일요일엔 일을 한다. 
-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범법행위이다. 만약 술을 마시다 걸리면 현행범으로 체포되어 구금된다.
- 그러나 사람들은 술을 마시고 즐긴다. 사우디에서 술은 '공공연한 비밀'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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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Comments
S 영화이야기  
별 기대 없이 본 영화가 때로는 만족스럽게 만들죠..
전 재미있게 봤습니다.
12 스눞  
그러게나 말입니다. 톰 행크스 얼굴과 제목만 보고 본 영화인데, 희한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ㅎㅎㅎ
M 再會  
영화를 안봐서 뭐라 말할 수는 없고..
위 올리신 첫번째 장면 케스트어웨이에서 마지막 장면하고 오버랩되네요...~~!  교차로에서 서있는 톰행크스 보고 뭉클했던...
12 스눞  
그렇게 말씀 하시니....그러네요. 정말. ㅎㅎ
캐스트어웨이에서는 미완의 인연으로 남지만, 이 영화에서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M 再會  
M 再會  


좀 비슷하죠..?
12 스눞  
와우!!!!! 톰 행스 젊은 것좀 봐요!!! ㅎㅎㅎㅎㅎㅎㅎㅎ
표정이랑 분위기가 정말 비슷하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