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영화감상평

부산행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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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일요일 아침 극장 안은 살인적 더위를 피해 조조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  좀비 무리를 피해 오직 살기 위해 부산으로 향하는 KTX 속 보통 사람들의 풍경과 겹쳐 인상적.



01.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한국산 좀비 재난 영화 <부산행>은 <더 로드>나 <미드나잇 스페셜>과 같은 '아버지의, 아버지에 의한, 아버지를 위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재난 상황에서 오직 자식의 생존을 위해 두려움을 버리고 자신마저 기꺼이 버리는 아버지-석우(공유), 상화(마동석)-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가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발휘되는 부성애를 다뤘다는 점에서는 <미스트>나 <테이크 셸터>에 더 가까웠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는 어른보다 조숙한 아이-석우의 딸 수안(김수안)-가 등장하고 오히려 어른이 그 아이(혹은 자식)에게 감화되며 극이 진행된다는 설정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를 좀 더 닮았다. 물론, 캐릭터가 변화하기 시작하는 변곡점이 아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연히 엮이게 된 타자-상화(마동석), 영국(최우식)뿐 아니라 용석(김의석) 같은 악역도 있다-와의 관계를 통해 극이 진행될수록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해가는 캐릭터(석우)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이미 그 권위를 잃고 무너져가는 가부장의 위치에 대한 뼈아픈 성찰과 통렬한 반성이 영화 곳곳에 배치됐다. <태풍이 지나가고> 식으로 묻자면, 석우는 자신이 어릴 적 꿈꾸던 어른이 된 것일까?  "모두가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는 건 아니"라고 <부산행>은 답한다. 동시에, 어쩌면 우리 모두는 용석(김의석)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부산행>은 묻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석우(공유)는 딸 수안(김수안)이 함께 있고 싶은 아빠가 되기 위해 처절하게 노력한다. 늦을수록 후회는 뼈아프다. 돌이킬 수 없는 마지막 순간, 석우는 자신의 몸을 던져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02. 모든 후회는 마지막 순간에 찾아온다

   딸에게 차마 다가가지 못하던 아버지는 좀비에게 물린 순간 자신의 서투름과 노력의 부재를 자책하며 통곡한다. 그 순간 배우 공유는 자신의 연기 인생 최고의 연기를 열연한다. 석우는 '자기밖에 모르는' 펀드매니저다. 일명 '개미핥기'라 불리며 개미 투자자들의 고혈을 짜내 먹고산다. 언제든 '쓸모 없어지면 뒤도 안 돌아보고 버리는' 삶을 살아온 그는 어린 딸에게 "양보 같은 거 하고 그러는 거 아니"라며, 나 자신과 나의 안위가 가장 중하다는 교육(이랍시고)을 하는 그런 아빠다. 어리지만 속 깊고 똑똑한 딸은 그런 아비에게 아빠는 자기밖에 몰라서 그래서 엄마가 떠난 거라고 말대꾸를 꼬박 한다. 야구부 소년 영국(최우식)과 치어리더 진희(안소희)는 석우의 어린 딸 수안과 함께 기성세대의 비겁함과 무능함을 고발하는(그리고 분노하는) 젊은 세대를 대변한다. 그들이 바라보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상처투성이에 썩은 내가 진동하는 (그러나 쉬이 죽지 않는) 좀비 괴물에 다름 아니다. 새로운 세대의 거울(아이는 어른들의 거울이다)을 통해 자신의 추악한 치부를 들여다보게 된 석우는 기성세대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다섯 명의 캐릭터-상화(마동석), 성경(정유미), 기장(정석용), 인길(예수정), 노숙자(최귀화)-에 조금씩 감화되며 변해간다. 마음을 닫았던 딸이 그에게 마음을 열고 아빠의 손을 잡은 채 가지 말라며 자기가 잘못했다며 울부짖는 순간, 천신만고 끝에 이제서야 겨우 아빠가 된 석우는 눈앞의 딸을 떠나보내야만 한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자신이란 존재는 딸의 생존과 미래에 걸림돌일 뿐이다.  그 순간 석우는 엄마의 자궁에서 처음 세상으로 밀려 나왔을 때보다 더 서럽게 운다. 그때 좀 더 잘 했더라면, 이렇게 될 줄 정말 몰랐는데, 내 인생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잘 할 수 있을 텐데....... 모든 후회는 마지막 순간에 찾아온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03. 약자가 살아남는 법 (스포일러 만땅, 안 본 분은 skip 요망)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이들은 좀비 몇은 십(시네스트 게시판 금기어 때문에 연음화 -_-)어먹고도 남을 것 같은 상화(마동석)나 화성에 떨궈 놓아도 살아남을 것 같은 비열의 아이콘 용석(김의성)이 아니라 임산부와 어린 소녀다. 이 약해빠진 존재들을 지키거나 죽이려던 이들은 모두 죽는다. 심지어 끝까지 살아남을 뻔한 '서바이벌 5' 중엔 노숙자도 끼어 있었다. <부산행>엔 장르 영화의 규칙이 엄존한다. (호러 영화에서) 섹스를 하지 않은 숫처녀는 끝까지 살아남는다든가, <에일리언>(1979)에서 블루 컬러 노동자이자 흑인인 파커(야펫 코토)가 여성 승무원 리플리(시고니 위버)와 함께 최후의 생존자가 될 뻔한 것과 마찬가지다. 사회적/육체적 약자는 대개 극의 막바지까지 끈질기게 살아남는다. 과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현대적 재난 영화의 시조새라 할 수 있는 <포세이돈 어드벤처>(1972)에 그 해답의 실마리가 있다. 의지로나 신념으로나 체력으로나 가장 강한 인물인 스콧 목사(진 헥크만)는 극 말미에 죽고 그가 필사적으로 지키려던 약해빠진 사람들-고집불통 겁쟁이 경찰 마이크(어네스트 보그나인)와 여성 몇-만 살아남는다.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신이 던진 세 가지 수수께끼를 푸는 천사 미하일의 고행을 통해 신의 섭리, 인간 삶의 섭리를  설파하고 있다. 미하일은 어린 젖먹이들이 불쌍해서 아이들의 엄마를 저승세계로 데려오라는 신의 명령을 어기는 죄를 짓는다. 죄에 대한 벌로 신은 미하엘에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의 답을 구해오라 시킨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천사 미하일은 자기가 불쌍히 여겼던 아이들, 젖먹이 때 엄마가 죽음으로써 더 이상 살지 못할 거라 믿었던 그 아이들이 이웃들의 도움(동냥젖과 보살핌)으로 장성한 것을 보고 문제의 답을 깨우친다.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 

   연민과 이타심 그리고 타인에 대한 사랑은 <부산행>의 키워드이다. 최후의 생존자들은 연민/이타심/사랑을 실천한 이들이며, 그들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들 역시 같은 덕목을 공통분모로 갖고 있다. 적자생존의 세계에선 불가능한 기적, 약자가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덕목, 인간의 위대한(그리고 몇 안 되는) 장점 때문이다. 상화도, 석우도, 영국도, 심지어 노숙자도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다.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약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은 인간 사회뿐이다. 연민과 이타의 제도적 발로는 인류 문명의 꽃이다. 




04. 열린 사회와 그 적들

   <부산행>의 진짜 괴물은 <월드 워 Z>만큼이나 빠른 좀비들이 아니다. 국가공권력(군대)이 오히려 시민들을 공격하는 무기(좀비)가 되는 가치 전도,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사회 전반에 퍼진 도덕적 해이와 망가진 시스템, 그리고 모두를 물들이며 좀비 바이러스보다 빠르게 전파되는 무한 이기주의가 진짜 괴물이다. 우리는 이미 TV 뉴스와 신문 사회면을 통해 그 괴물의 민낯을 낱낱이 보아 왔다. 세월호가, 메르스가, 정경유착과 숱한 부정부패 스캔들이, 설마 하는 일말의 기대와 상식을 처절하게 무너뜨렸다. 법과 질서 그리고 상식을 지키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당연의 세계'가 아니다. 당연의 세계, 현실의 세계엔 김의성이 연기한 용석 같은 인물들이 좀비떼처럼 득시글거린다. 득시글거리며 건강한 사람, 멀쩡한 사람의 생살을 물어 뜯어 자기처럼 만들고 있다. 오히려 초등학생 어린 딸이 펀드매니저 아빠보다 낫고, 고등학생들의 양심과 개념은 낯부끄러운 어른들의 그것보다 낫다. 노숙자와 임산부와 칠순 노인과 평범한 가장의 용기는 관리자(KTX 승무원)나 고위·전문직 오피니언 리더(펀드매니저, 운수회사 간부)보다 가상하다.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모두의 몫이지만, 부끄러움은 힘 있는 자/윗대가리들의 몫이다. 영화 속에서 책임과 권한이 있는 집단/개인은 우리 사회의 군상들처럼 책임은 도외시하고 자기의 권한 및 권리만 이기적으로 앞세운 데 비해, 이름 없는 민초들은 벌레처럼 살아 남기보다 인간답게 죽는 길을 선택한다. 가장 두려운 적은 우리 외부가 아니라 변질된 우리 내부에 있다.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05. 타자라는 이름의 공포

  타자의 철학 : 공포는 동일자가 갑자기 타자가 되는 데서 생겨난다. 타자가 동일자가 될 때 사랑이 싹튼다. 타자의 변모는 경이이며 공포다. 타자가 언제나 타자일 때, 그것은 돌이나 풀과 같다. 
  (1988년 7월 17일의 일기, 김현, <행복한 책읽기> 중)

  평범한 사람들이 갑자기 좀비가 된다. 공포는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어지는 순간 발아한다. 변화는 갑작스레 찾아오지만 그 징후는 오랜 시간 쌓여왔다. 타자의 변모는 경이이며 그래서 공포다. 
  반면, 낯선 타자가 동일자가 될 때(석우는 타자로 경계하던 상화/성경 부부와 동지가 되고 노숙자와 부산행 여정의 동반자가 된다. 진희를 내외하던 영국은 위기의 순간 진희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낸다) 사랑이 싹튼다. 사랑은 공포의 전염을 치료하는 유일한 묘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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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의성이 연기한 용석이라는 캐릭터는 몹시 비현실적이고 과장이 심한 것 같지만 사실은 가장 극사실적인 캐릭터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연상호 감독의 묘사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오늘을 사는 현실의 인물들에 대한 극적 형상화 혹은 반영이다. 

-  제대로 된 첫 좀비 영화치고는 <부산행>의 장르적, 기술적, 우화적 완성도는 몹시 놀라웠다. <부산행>이 연상호 감독의 첫 실사영화 연출작이라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을 만큼 부산을 향해 돌진하는 KTX 열차의 속도감 그대로 앞만 보고 달리는 장르 영화의 쾌감은 굉장했다. 뒤돌아 보면 죽는다, 그러니 절대 뒤돌아 보지 말라는 하데스의 경고를 들은 오르페우스처럼 <부산행>의 모든 요소는 죽어라 앞만 보고 내달린다. 좀비 분장과 좀비 군중 신의 완성도와 누구랄 것도 없이 모두가 좋았던 배우들의 열연은 <부산행>의 장르적 완성도에 크게 기여했다. 장르의 '상투'나 '신파'마저도 끌어안아 녹여 내고 업그레이드시킨 연상호 감독의 초짜 같지 않은 연금술.  

- 연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멋모르고 했던 <카피 프린스 1호점>은 빼고) 이제야 인생 연기를 펼친 공유도 눈에 밟혔지만 수안 역을 맡은 김수안 양의 연기는 2016년 한국 영화계가 건진 최고의 수확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 터널 장면에서 울음처럼 터져 나온 사부곡(아버지에게 바치는 노래) '알로하오에' (Aloha oe)를 들으며 나도 모르게 눈물을 줄줄 흘렸다. 연출되거나 강요된 눈물이 아니라 '그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오랜만에 울었다. 마지막 순간, 뒤늦은 후회와 함께 찾아온 공유의 오열도 관객들 가슴에 흉터를 남길만큼 처절하고 절박했다. 진심으로 후회하는 자의 눈물만큼 강력한 최루제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

- 음악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딱 두 번 쓰이고도 강렬한 잔상을 남긴 '알로하오에' (Aloha oe)도 좋았지만, 마동석의 벨 소리 '오 필승 코리아'도 그에 못지않게 훌륭한 선곡이었다. 좀비들이 난장을 치며 남의 살을 뜯어먹는 장면 위로 힘차게 오버랩 되던 '오 필승 코리아'의 통쾌한 반어는 <굿모닝 베트남>에서 폭탄 테러 장면 위로 흐르던 엔딩곡 '왓 어 원더풀 월드'나, <닥터 스트레인지 러브>에서 핵폭탄 투하 장면과 함께 연주되던 'We'll Meet Again'의 쾌감에 견줄 만한 장면이었다. '알로하오에' (Aloha oe)를 부녀지간의 시작과 끝을 묶고 푸는 매듭으로 사용한 것도 몹시 좋았다. 나름 경쾌-발랄한 그 노래가 김수안 양 입을 통해 흘러나오면 어찌나 구슬프게 들리던지.....

- 영화의 가장 강력한 반전은 평생 바보같이 남을 위해 살아온 언니를 잃어버린 동생 할머니 종길(박명신)의 '그래, 그럼 니들도 한번 당해봐라' 하는 복수 장면이었다. 

- 집단 재난 영화의 강력한 특징이자 가장 어려운 연출 기술은 여러 집단의 다양한 인물들에게 골고루 균등한 시선을 안배하는 것이다. 너무 과하면 극이 늘어지고, 너무 모자라면 개연성이 떨어지며 소영웅주의 영화로 전락하고 만다. 연상호 감독은 인물 묘사에 이력이 난 능숙한 셰프처럼 (기계적이지 않고 기술적으로) 적절한 시선 분배에 성공했다. 이게 보기엔 쉬워 보여도 의외로 몹시 까다로운 작업이다. 그에게서 달인의 향기가 느껴졌다.  

- 표본 집단을 통한 총제 사회의 일반화는 재난 영화의 단골 메뉴이다. 인물과 장면을 통한 사회 병리 현상의 상징은 피할 수 없는 레시피이고. 이 만만찮은 일을 역시 잘 해치웠다. 그저 놀랍다.  

-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 그리고 멈추지 않고 달리는 속도감 안에 한국 사회의 병폐, 세기말적 분위기, 인간 생존 본능의 처절함, 배신과 음모의 드라마, 이기적 욕망과 이타적 욕망의 충돌, 파국을 향해 달려갈 수밖에 없는 공포와 쾌감 등을 잘 빠진 종합선물세트처럼 균형감 있게 욱여넣은 기획의 명민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좀 더 대중적이고 신파조였지만, 드라마와 서스펜스 그리고 극적 갈등을 통한 에너지의 폭발은 <설국열차>보다 나았다(고 생각한다). 

- 신파가 신파로 그치지 않은 결정적 순간은 딸의 목숨을 지키려는 아비(공유)의 희생을 그림자를 통해 시적으로 처리한 클라이맥스 장면이었다. 생존 본능의 욕구를 누르고 달리는 선로 아래로 스스로 몸을 던지는 아비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지 않고 그림자의 실루엣으로 처리한 것은 신의 한 수. 감정의 신파가 고귀한 희생으로 승화되는 순간. 

- 강풀 작가는 <부산행> 후기에서 "무엇보다 연상호 감독은 관객이 뭘 보고 싶어하는지 명확하게 짚어내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고 썼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겠다. 그리고 그 말에 120% 공감한다. 

- 마누라가 가장 재밌게 본 장면은 마동석이 "내 말이 그렇게 멋있냐?"며 공포와 대혼란의 와중에도 시시껄렁한 농담을 던지던 순간이고,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장면은 김의석 일당이 같은 희생자들을 감염자로 몰아 다른 객차로 쫓아내던 순간이었다. 승객들의 잔인한 이기심과 폭력적 광기가 공포마저 누르고 영화의 전면에 등장하던 결정적 순간. 

- 마누라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마누라는 영화 상영 내내 '인간 진동벨'이었다. 어쩌면 그리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떨던지. 좀비들이 으르렁거릴 때마다 내 손을 하도 꼭 잡아서 피가 안 통할 지경에 이르렀고 경기를 일으키며 몸을 펄떡거려서 손을 붙잡힌 나까지도 고등어처럼 펄떡거렸던 두 시간의 공포. ㅎㅎㅎㅎ 게다가 주변 여성 관객들과 무리 져 '감정이입이란 이런 것이다' 시범을 보이는데.....김의성이 야비한 짓을 할 때마다 이구동성으로 주거니 받거니 "안 돼!", 라거나 "아이 씨.....문은 닫고 가야지!"(좀비에 쫓긴 김의성이 문도 안 닫고 좀비를 달고 사람들 있는 쪽으로 오는 장면에서) 라며 소리를 질러서 나 혼자 빵빵 터졌다. 그러다 김의성 죽이러 스크린으로 뛰어 들어갈 기세. 요즘 어디 가서 쉽게 볼 수 없는 순수하고 경이로운 관객들. 오늘, 무더기로 보았다. 행운인가? 

- (영화나 드라마에 묘사되는 장면을 보면) 펀드매니저는 정말 인간 말종들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진짜로. 

- <부산행>을 한 마디로 정리하는 장면을 토요일 밤 EBS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보았다. 동영상 클립은 내일 올리는 걸로. 

- 이로써 연초부터 고대하던 여름 시즌 기대작 세 편을 모두 보았다. 주관적인 점수를 매긴다면 <부산행>이 최고. <곡성>과 <아가씨>는 왠지 솔직하지 못 했다, 뭐 그런 뒷입맛이 남았다. 내 경우엔 그렇다는 얘기다. 굳이 등수를 매긴다면, 부산행 >>> 아가씨 >>>>>>>> 곡성 순. 

- <부산행>에 대한 찬사를 보낸다면 그 찬사의 8할은 이분들에게 바쳐야 한다. 묵묵히 고생했을 스태프들과 끝없이 길고도 긴 감염자와 생존자의 엔딩 크레딧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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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ments
26 naiman  
음...잘봤습니다....영화 보고싶네요...
14 스눞  
감사합니다.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더위에 건강 잃지 마시고요. :0)
26 naiman  
네 스눞님도 시원한 한주되세요....
S 컷과송  
이 게시판을 더욱 열기로 채워주시길 기대해봅니다.
14 스눞  
엇! 반갑습니다. 컷과송 님! 여기서 뵙네요. ^_^
S 컷과송  
이쯤되면 한번 뵈어야할 때가 되었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