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스포 살짝)
한국 좀비물계의 효자가 나타났다. 연기, 연출, 연계의 3연이 훌륭하게 맞아 떨어지고 갑툭튀도
적재적소에 양념 삼아 잘 숨겨놨으며 무엇보다 한국 실정에 맞게, 정말 그럴 듯한 이야기를
플롯에 담았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제2의 '월드워 Z'가 탄생하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됐는데
웬걸... 타성에 젖은, 흔한 헐리우드 좀비물과는 비교도 안되는 고농축 한국형 좀비 영화였다.
우선 비주얼 이펙트 얘길 간단히 하자면 '연가시'나 '감기'처럼 부족한 기술력을 엑스트라들의
연기로만 채우면 어쩌지 했는데 그저 기우였다. 스케일은 베이스로 깔려있고 CG와 합성, 각종
특수효과가 공백을 십분 채워줬다. 예상치 못한 FX 공격은 몰입감 조성의 일등공신이었다.
작품이 그려내는 풍자나 메시지도 짧지만 강력했다. 패닉 상태에서는 냄비근성과 군중심리에
허덕이는 일부 국민 정서 양상부터 무고한 자는 없다는 것, 나쁜 놈들이 더 발 뻗고 잘 자는
세상, 그리고 뒤따라오는 사필귀정... 참담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뤄 슬풋 웃음을
짓게 했다. 더군다나 마지막 생존자들의 모습을 통해 큰 울림까지 전해주는 게 여느 한국
재난물과는 달리 참 많은 걸 내포한 것 같다.
한가지 안타까운 건 러닝타임에 쫓겨서인지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많이 결여돼 있다는 건데
이게 전개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상관없지만 행동거지의 당위성과 연관이 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즉 약간의 설명만 있었어도 이해가 빨랐거나 더 와닿았을 만한 장면들이 듬성듬성
보인다는 것. 못내 아쉬웠던 부분이었다.
재밌었다. '트랜스포머'를 보고 나온 직후 거리의 차들이 다 변신할 것 같았던 것처럼 이 영화도
순간 만원 버스~지하철을 두렵게 만들었다. ㅋㅋㅋ;; 그만큼 실감나고 강렬한 인상을 남겼단
의미! 올여름 재난 블럭버스터로 깔끔하니 좋은 것 같다. 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