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반게리온>은 신화다.

평점 ★★★★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은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본래 TVA의 의도가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산안 문제로 갑작스레 결말을 맺을 수 밖에 없었던 TVA에 비해 비교적 상세하고 꼼꼼하게 그려나간다. (참고로 이 극장판은 TVA와 이어지는 극장판이라 말해야 옳다)

디스토피아적이고 염세적인 세계관이 스펙터클로 더욱 부각되고, 그에 비례하여 주인공 신지의 내면의 세계로 더욱 깊숙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당대 일본의 불안감을 포착해내고 끌어낸다. <에반게리온>이 단순한 애니메이션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21세기라는 신세기에 대한 두려움, 타인에 대한 몰이해에서 오는 소외감과 인간의 광기, 그리고 소외감에서 발현되는 자기 혐오와 허무주의 등 일본의 당대 사회가 겪고 있었던 트라우마의 원인을 정신분석적으로 접근해나간다.

장르의 전개를 답습하지 않는 전개와 메타포의 활용, 강렬한 비주얼이 여러모로 충격적인 인상으로 다가오는 마무리, 그리고 끝내 충격적인 염세 속에서도 희망을 남기는 결말은 죽음을 초월하는 삶의 존속의 가치까지 고찰해낸다. 당대 일본의 아니메 기술력을 새삼 실감하게 해주는 퀄리티는 덤. 

추신: 저는 신극장판 서, 파, Q 밖에 안 보다가 방학을 맞아 구 시리즈를 봤는데 예상을 뒤엎는 전개에 그냥 멘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