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세계 정의의 지표도 될 수 없으며 세계 치안의 주도국도 아니며 세계의 지도자도 될 수 없다. <지옥의 묵시록>을 되새기길.

평점 ★★★

외계인이 난데없이 지구를 침공한다. 인류는 합심하여 반격하고 지구를 지킨다. <인디펜던스 데이>는 이상한 의미로 외계인 침공을 다룬 SF 영화 중 대표로 기억되고 있다. 20년 전에 제작된 블록버스터이지만 높은 기술력의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시각적 스펙터클은 여전히 화려하고 관객을 압도한다. 스토리 구성이나 전개도 나쁘진 않고 오락 블록버스터로서 가져야 하는 경쾌한 미덕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끝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미국식 영웅주의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미국이 우상화되었던 90년대에서 감상하였다면 모를까, 21세기에 와서 되돌아보았을 때 전쟁 영웅의 미화된 이미지는 블록버스터로서 너무 가볍게 소화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가족적인 드라마를 강조하는 것도 미국의 세계 정의에 대한 지표로서의 자부심을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하다.(그리고 대통령이 직접 전투기를 타다니. 이것은 판타지라고 쳐도 기시감이 드는 이상한 대목이다.) 또한 미국이 세계적인 반격을 주도하는 것 같이 보여지는 대목에선 미국이 세계의 지도자라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인디펜던스 데이>가 미국의 애국심과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반영된 작품이긴 하지만, 전쟁에 대한 미국의 광기를 그린 작품 <지옥의 묵시록>을 생각한다면 성숙하다고 보여지진 않는다. 외계인을 끌고 온 것도 테러리즘에 대한 불안감에서 작동된 설정이겠지만, 어쩌면 이것은 (적이 있었던) 냉전 시대로 되돌아가고 세계 치안의 주도국으로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픈 미국의 욕망이 담겨있는 것이 아닐까. 역설적으로 맹목적인 애국심으로 작용하는 전쟁에 대한 광기를 이 영화에서 유추하여 찾을 수 있다. 그것이 영웅주의로 이어지고 극적으로 강조되는 휴머니즘으로 미화되고 있으니 다분히 선동적이기도 하다. 

추신 : 어렸을 때 봤다면 모를까요... 정말 불쾌한 블록버스터였네요. 떨어지는 우주선 파편들을 보면서 부자가 웃음을 짓는 건 정말 최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