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7점] 컨저링(The Conjuring 2, 2016)

영화감상평

[리뷰: 7점] 컨저링(The Conjuring 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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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호러가 종속할 수 밖에 없는 클래식의 품격.

평점 ★★★☆

 

2013년에 개봉하여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공포영화 <컨저링>. 애초에 이 공포영화가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제임스 완’ 감독 덕택이라고 의심치 않는다그는 관객들이 느끼는 공포가 무엇인지 잘 알고 그것을 영화적으로 구현해낼 줄 아는 감독 중 하나이다감독 스스로가 관객의 우위를 점하려고 하진 않는다그가 만들어 내는 공포는 늘 관객의 예상 지점에 머물러 있다하지만 관객의 시선을 돌릴 줄 안다관객을 속이는 사기와 관객의 시선을 돌리는 트릭을 구분할 줄 아는 교묘함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그렇기에 제임스 완 감독은 공포영화의 현대의 거장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제작된 속편 <컨저링2>를 고대하면서 제임스 완 감독의 그러한 기교가 흥분의 받침이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하지만 여전히 발목 잡는 딜레마가 있었다속편이다. 1편보다 뛰어난 2편은 드물다고 하지 않나.(없다고는 못 하겠다할리우드에서 공포영화가 속편이 제작되면 어떠한 강박에 사로잡힌다전작보다 더 무서워야 하고 그 때문에 스케일과 자극도 커야한다는 그런 강박. 그런 강박에 사로잡힌 시리즈 대부분은 일시적인 감각에 기초한 무의미한 공포로 기형되었다. <쏘우>가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겠다.

 

게다가 <컨저링>은 완전히 닫힌 결말이었다프리퀄을 자칭하다시피한 아류작 <애나벨>까지 있었다그렇기에 <컨저링2>를 기다리면서 어떻게 전편과 속편을 연결하고도 독자적인 완성도를 가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물론 제임스 완 감독은 <인시디어스>의 속편 <인시디어스 두 번째 집>을 연출하였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열린 결말이었기에 가능했다.설마 따로 떨어진 에피소드를 속편으로 포장한 것인가 하는 걱정도 있었다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니 이런 걱정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그리고 정말 무서웠다)

 

1) <컨저링2>는 새로운 아이디어라고 할 것이 없다애초에 <컨저링2>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는 영화가 아니다많은 할리우드 저예산 공포영화들이 되도 않는 연출을 가지고선 아이디어로 승부를 보려 한다면 제임스 완 감독은 이미 많이 활용된 오컬트적 소재를 가져온다뻔한 클리셰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하지만 제임스 완의 공포영화는 무섭다그것은 그가 공간과 사운드의 두려움을 잘 알고 있는 감독이기 때문이다.

 

그의 공포영화에서 카메라워킹은 정말로 기괴하다스산한 미장센은 말도 필요 없고마치 일상 속의 낯섬을 발견하게 만드는 듯한 이런 테크닉은 일상의 공간을 공포의 공간으로 변주시킨다그리고 그것을 감각적으로 알아차리게 만드는 데에는 침묵이 있었기에 가능했다사물의 소리 외에 강하게 통제된 사운드는 그 공간이 가지고 있는 이면적인 불안감을 조성한다그리고 충격 효과를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공포의 여운을 남긴다이것은 공포 영화에서 가장 모범적인 기초에 기반한 테크닉이다하지만 제임스 완 감독은 공포의 완급도 조절해보이면서 그것들을 총제적으로 아름다운 클래식의 수준으로 끌어올린다현재 오컬트 영화가 이어지고 종속할 수 밖에 없는 고풍적인 품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2) 속편으로서의 <컨저링2>를 말하자면 전작과의 연결성과 작품만의 독자성을 모두 겸비한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역시나 예상한 대로 전작과 공포의 속성은 비슷하지만 아예 무관한 에피소드를 가져온다서로 시리즈가 독립되어 있어보이지만 그 연결 지점에는 워렌 부부를 통해 이어진다하지만 영화는 그 연결성에 있어서 워렌 부부가 타인의 에피소드를 단순히 소개하고 해결하는 일종의 해결사로서 남용하지 않는다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속편을 가장한 옴니버스 시리즈일 뿐이다.

 

그 대신 제임스 완 감독은 워렌 부부의 드라마를 이 영화에 담아낸다악마 연구가와 영매로서 자신들이 일을 행해야 하는 소신에 대한 의구심과 내적 갈등을 다룬 드라마를 주요 플롯 중 하나로 내세운다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서 귀신 들린 집이라는 소재 안에 파편화된 가족이란 타이틀을 심음으로서 가족적인 훈훈한 드라마까지 도달해보인다. 가장 클래식적인 장르들을 혼합함으로서 어떠한 시너지를 내보이기까지 한다.

 

3) 그렇다고 전편보다 가족주의적 메시지만이 강화된 것 뿐인 것은 아니다. <컨저링2>가 가장 모범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바로 공포를 조성하는 데 있어 말초적인 자극에 기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관객을 의식한 속편에 대한 강박이 없다. 대신 제임스 완 감독은 자신만의 방식을 플롯 안에서 더 강하게 내보인다몇몇 장면에선 현재 공포영화의 클리셰를 비꼬기도 하며 너무 딱딱하지 않게 재치 있는 유머도 삽입해보인다빠르게 전개되는 데 있어 그것을 납득시키는 지점이나 반전의 효과를 최대한 끌어올려보이는 미스터리의 활용까지가장 고전적인 방법으로 찍으면서도 몇몇 지점에서는 새롭기도 하다.

 

4) 하지만 스토리가 초자연적 현상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논리적인 설명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악령을 통한 드라마의 연결점이 어색한 지점은 아쉽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납득할 수 있다면 공포 영화의 어떠한 깊이 있는 아름다움과 감성을 메만지려 하는 제임스 완 감독의 애정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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