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맨 아포칼립스
전통과 파격성, 종교색을 한 데 버무리다가 막판에 삐꾸(?)가 난 듯해 아쉬운 블럭버스터ㅠ
비주얼과 신선함 부분에선 상위권을 달리지만 드라마적인 면에선 지금껏 보여준 그것에 다소
못미쳐 부족함을 느꼈다. '퍼·클'이라는 태그가 상당히 무겁게 작용한 경우가 아닐까 싶다.
개별 작품이라면 충분히 완성도 있는 SF 판타지물인데... 너무 걸작들을 배출했어ㅋㅠ
일단 액션과 스케일, 연기는 말할 필요도 없이 훌륭하다. 더욱이 퍼·클 시리즈의 3편으로서
깨알같은 연결고리 제공으로 지루할 틈없이 흥미진진한 전개를 보여준다. 특히 '데오퓨'에서
짧고 굵음이 뭔지 보여준 퀵실버의 곱배기 활약과 80년대에 큰 사건을 치른 한 캐릭터의 감초
등장은 작품에 아주 강렬하고 묵직한 인상을 남겨주었다. 마치 '엑스맨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걸 보여주는 듯이!
하지만 시리즈 특유의 이·감성을 아우르는, 진정성 있는 설득 씬이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해
안타까웠다. 물론 3편 내내 같은 방식으로 상대방을 회유하는 것도 식상하지만 이번엔
깊이감이 너무 떨어져 와닿기가 힘들었다. 아무래도 무자비한 편집의 폐해가 아닐까?
마치 중반까지 신나게 달리던 영화가 급 제동이 걸리고 한참동안 재정비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당연히 그와 함께 설득력과 당위성이 떨어지고 납득이 안되는 전개가 화면을
꿰차게 된다. 관객이 영화의 공백을 인위적으로 채우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정말 굳이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시나리오 과정에서부터 생략을 거듭했는지 단순 러닝타임때문에
잘라냈는지 의문이다. (덕분에 누구는 우유부단 물렁마인드가 되고, 누구는 기회주의자
박쥐가 되고...)
그 외에도 에릭 가정 대참사의 경위가 모호한 점, 뒤늦게 드러나는 악당 보스의 찌질함
('닼나라'의 베인같음), 너무 대놓고 '퍼·클' 때로 돌아가 극적인 연출의 극을 보여주는
커트, 쿠바 해변 미사일 씬의 악몽이 떠오르는 다리 붕괴 씬의 CG 등이 눈에 띄긴 했지만
장르 특성상 충분히 넘겨짚을만 했다. 넘겨짚지 못하는 건 시리즈의 특성일 뿐... 결국
이 작품도 스스로의 천재성에 대한 피해자가 아닐까 생각된다. 오랜 준비 후 많은 것을
내포하고 시도했지만 끝심이 좋지 않은 듯한 블럭버스터였다.
☆☆☆☆☆☆☆☆★★
※퀵실버는 사랑입니다. 제대로 사이다 캐릭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