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7점] 하드코어 헨리(Hardcore Henry, 2015)
그렇게 영화는 다시 진화를 꾀한다.
평점 ★★★☆
<하드코어 헨리>. 영화는 종합예술이다. 영화에는 음악, 미술, 문학, 연극 등의 갖가지 요소가 들어가 있다. 이미 존재하는 예술 장르에서 하나둘 빌려와서 총체적으로 종합시켜 영화라는 것이 탄생했다. 그리고 동시에 영화는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진화했기도 했다. 카메라와 더불어 영화는 탄생했고, 무성 영화시대에서 유성영화가 탄생했으며, 필름 영화 시대에서 디지털 영화가 탄생했다.
이렇게 영화는 시대에 따라 변화되어 왔으며 그로 인해 ‘시네마틱(Cinematic)'이라는 의미도 바뀌어 왔다. 그렇게 영화라는 예술은 시대와 유행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현재는 디지털 시대 중에서도 스마트폰 시대를 지나 가상현실(VR)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콘텐츠만 부족할 뿐 오큘러스나 카드보드 같은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도구는 이제 보급이 많이 되어있다. 가상현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그렇기 때문에 <하드코어 헨리>는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1인칭의 가상현실을 오마주 삼아 VR 시네마의 영역으로서 시작을 알린 영화 같기도 하단 말이다.
<하드코어 헨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1인칭 시점으로 이루어진다. 물론 이런 형식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드코어 헨리>는 그러한 형식을 통해서 게임의 영역으로 접근한다. 현재의 수많은 FPS 게임들은 1인칭 시점을 차용한다. 이것은 이용자와 (시점이 투사되는) 캐릭터와 동일시하면서 몰입감을 한층 더 이끌어내기 위함이다. 영화는 그러한 게임의 연출을 그대로 이어받아 체험의 영역으로 관객을 인도한다. 주인공에게 제공된 제한된 정보나 1인칭의 형식에서 오는 정보의 제한이 일치되면서 관객은 간접적인 일체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이른바 게임과 영화의 합성. 액션캠으로 역동적으로 촬영된 이 영화는 ‘주인공-관객’의 시선으로 펼쳐지는 1인칭의 불안정을 내보이면서 그 자체로 현장감을 선사하며, 액션의 합들이 주는 쾌감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일반적인 액션 영화는 관객과 (액션을 하고 있는) 인물이 분리되어 있다. 영화는 인물이 하는 몸의 액션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관객은 그것을 ‘구경’하며 경탄과 쾌감을 자아내게 만든다. 하지만 <하드코어 헨리>는 액션이 보이지 않는다. 겨우 보이는 것은 주인공의 팔과 다리의 움직임, 그리고 주인공의 전체적인 동선이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사각지대를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아니, 필요에 의해 드러난다. 1인칭 시점의 한계이기도 하겠지만 <하드코어 헨리>는 그러한 한계를 내보이면서 사실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대신 관객의 눈 앞에서 죽어나가는 악당들만이 주인공의 액션의 여파를 강하게 드러낸다. 이른바 타격감으로 액션을 드러낸다. <하드코어 헨리>는 제목 그대로 ‘하드코어(Hardcore)’하다. 극도로 노골적이고 자극적인 영상들이 이어지면서 관객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데 이것이 <하드코어 헨리>만의 쾌감을 이루는 근간이고 극대화시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가령 막힘 없이 악당들을 죽이는 주인공의 모습에 쾌감지수는 더욱 올라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으로만 단순하게 ‘질주’하는데 스토리의 개연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액션의 효율성에 있어서는 빛을 발한다.
물론 이러한 영화적 형식들에 있어서는 호불호가 갈릴 것이다. FPS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관객이라면 낯설고 어지러울 수 있을 법하다. 하지만 <하드코어 헨리>는 게임과 영화를 접목시켜 미래의 (체험 그 자체로서의) VR 시네마를 내다보는 영리한 오락영화다. 현재로선 새로운 시네마 미학에 대한 탐구나 분석이 더 이루어져야겠지만, 그래도 영화라는 예술이 아직도 진화를 꾀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도 영화와 더불어 미래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