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7점] 황해(2010)

영화감상평

[리뷰: 7점] 황해(2010)

28 godELSA 2 1926 3
폭력의 곡소리만 쩡쩡이는 야심, 그래도 숨막힌다.
평점 ★★★☆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추격자>의 연장선이다. 모든 인물들이 서로 추격하고 도망친다. 훨씬 복잡해진 인물 관계도와 중국 연변까지 뻗어있는 이 스토리라인은 압도적일 만큼 디테일하다. 나홍진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더욱 복잡해지고 광범위한 이 영화는 여러모로 감독의 야심이 짙게 배어나온다.

 

<추격자>는 형사물의 장르를 가져와 단순화된 서스펜스로 변주시켰다. <황해>도 마찬가지다. 갱스터 장르의 족보를 이어받아서 철저하게 역동적인 서스펜스로 변주시켰다. 이른바 장르를 변주하는 것이 나홍진 감독의 특기라면 특기다. 특히 <황해>는 이야기가 거의 끝나가 보일 때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더욱 극적으로 치달으니 끝까지 관객의 숨통을 붙들어매는 리듬감마저 대단한 영화다.

 

나홍진 감독은 이번에도 현실에 시선을 두고 있다. <추격자>와 형식적으로 공통점이 많은데 언제나 사실성을 최대한 중점을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시 안에서 비춰지는 야생의 세계를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관객 앞에 툭 던져놓는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자극적인 폭력 묘사도 어떻게 보면 그대로의 현실을 의도적으로 스크린에 옮겨놓은 것이다. 조선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가지고 와서 이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하며 끊임없이 관객의 눈 앞에 피사체들을 갖다댄다.

 

이러한 불편한 문제들과 불편한 현실은 긴장감을 이루는 탁월한 요소가 된다. 이른바 공포다. (무엇보다 '왜'가 거의 없는) 현실의 문제를 연쇄시키는 나홍진의 객기에는 괴리감이 자리잡고 있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괴리감이 들고 이내 거부감까지 들게 한다. 관객은 이미 이것이 영화라는 것을 알고 있어도 이런 극단적으로 현실적인 비현실에 영화는 관객더러 동참하길 원한다. 결국 그러한 비현실에 덩그러니 놓여진 관객은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그러한 비현실에서 벗어나려는 관객의 저항심은 (닥친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구남캐릭터로 자연스레 이입되며 서스펜스를 구축해나간다.

 

이러한 나홍진 감독의 연출은 점차 인물 관계가 복잡해지고 미스터리해지면서 효과적으로 작용하지만 아예 완벽한 영화라는 것은 아니다. 현실성을 감안하기에는 작위적인 전개도 몇몇 찾아볼 수 있으며 그것들이 예민하게 다루어져야 할 긴장감의 흐름을 일부분 깨뜨리기도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홍진 감독의 시선이 없다. 현실을 다루고 폭력의 맨살을 그대로 노출시키기는 하지만 주인공 구남에 대해서나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지는 않는다. 극적인 전개를 위해서 소재들이 형식적으로 남용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그렇기에 폭력의 전시로 이어지는 이 영화가 무겁다기보다는 가볍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6분 내내 이러한 서스펜스를 이어나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나홍진 감독의 연출력 덕택이다그건 인정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이 영화는 형식적인 모든 면에서 최고치를 당해낸다극단적인 클로즈업과 핸드헬드빠른 리듬의 편집김윤석과 하정의 뛰어난 연기 등 여러 면에서 사실적인 몰입도를 만들어낸다. 의미적으로 비어있어 보인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숨막히는 긴장감만으로 끝내 무거운 여운을 남긴다좋든 나쁘든재미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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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Comments
4 이강도  
베스트 옵다 베스트
27 블루와인  
싫어하는 감독 선상에서 나홍진 감독이 빠진 이유는 아주 간단하게, (비슷하게 괴기스러울만큼 잔인하게 사람을 표현하는건 마찬가지임에도 불구하고) 좀 더 사실적이고 괴기스럽다기 보다는 적나라하다는 느낌이 강해서랄까?
근데 너무 피범벅이에요. 항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