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리뷰]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2016)

영화감상평

[간단리뷰]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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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 캐릭터들이 망친 오리지널리티.
평점 ★★☆

조성희 감독의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은 홍길동 캐릭터를 근현대에 적용시킨 것이 매우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조성희 감독은 기존 장르의 틀 안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상상력을 영화 속에 주입시켰습니다. 데뷔작 <남매의 집>이나 <늑대소년> 같은 경우도 독특한 상상력이 정서를 만드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번 <탐정 홍길동>도 조성희 감독만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소품의 활용입니다. 근현대를 배경으로 두고 있지만 부드럽고 편안한 질감의 소품들은 시골의 정취를 한껏 살리고 있으면서도 판타지적인 미장센과 잘 어우러지고 있죠. 그래서 이 영화는 한 편의 만화 같은 느낌을 줍니다. 최근 한국 영화 중에서도 미장센에 신경을 가장 많이 둔 것이 보일 정도죠.

 

하지만 그렇게 구축해 온 세계관과 시각화된 판타지는 캐릭터들에 의해 파괴됩니다. 왜냐하면 캐릭터들이 아주 모범적이기 때문입니다. 악한 캐릭터를 내세워서 더 악한 캐릭터를 징벌하는 것은 기존의 매카니즘이지만 <탐정 홍길동>은 굳이 선악을 이분하려 합니다.

 

물론 홍길동은 민중들 편에 선 의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선을 위한 악이었죠. 조성희 감독은 그러한 캐릭터 속성을 분명히 참고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에선 주인공 홍길동이 자기중심적인 악에서 인간적인 선으로 돌아서게 되는 그러한 감정적 동기는 설치되어 있지만 설득력이 없습니다. 홍길동이 가지는 이중적 면모에 대해서 고찰을 하게 되는 지점도 없으니 스토리나 권선징악은 작위적이고 감상적으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홍길동전>에서 모티브를 따와 영웅물처럼 전개가 되기 시작하는데 여기서 역사의 잔재와 비극을 짚어주는 대목은 좋습니다. 여기서 홍길동이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민중적이고 영웅적인 의미가 부여되죠. 하지만 그 외에는 왜 굳이 홍길동이어야 하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영화는 탐정물과 역사물을 오가지만 사건에만 집중을 할 뿐 캐릭터에 대한 고찰과 활용은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리고 되려 캐릭터가 영화의 발목을 잡기도 합니다. ‘말순캐릭터가 그러한데 이 캐릭터는 간혹 유머스럽긴 하지만 영화의 진행을 잡아끄는 용도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유머적인 캐릭터는 오락 영화에 존재하기 마련이지만 스토리 전개를 멈추거나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설치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말순은 홍길동이 사건을 조사하고 정보를 취득하면서 전개가 점차 진행되는 데 있어 방해만 될 뿐입니다. 심지어는 몰입을 자주 깨기까지 하죠.

 

조성희 감독은 독창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상당히 관습적입니다. 하지만 캐릭터는 너무 모범적이고 관습적인 것도 상당히 작위적이며 리듬감도 자주 깨지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상업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이러한 무책임입니다. 작위적인 전개에다가 빈틈은 많고 감성은 과잉이며 결국에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로 일방적으로 영화를 끝내버립니다. <탐정 홍길동>도 오리지널리티를 관습에 묻어버린 한국영화의 또다른 참상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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