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8점]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Captain America: Civil War, 2016)

영화감상평

[리뷰: 8점]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Captain America: Civil War, 2016)

28 godELSA 1 2516 1

캐릭터나 영화나 솜씨에 있어서는 DC보다 마블이 두 수 위.

평점 ★★★★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어벤져스시리즈가 2편까지 출시되면서 이제 슬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프랜차이즈도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이하 시빌 워)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하고 있다하지만 동시에<어벤져스> 4부작이 이어지면서 축적되어온 MCU의 세계관을 되돌아보는 마블의 자기이해와 반성을 위한 영화처럼 보인다.

 

그래서 <시빌 워>에 대해서 언급하려면 기존의 마블 작품들과 절대로 떼어놓을 수 없다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시빌 워>가 새롭고 기존과는 다르게 보인다지금까지의 마블 히어로 무비들은 (대표적으로 뉴욕 전쟁과 소코비아 전쟁을 통해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 불가피한 영웅주의의 영광을 옹호해 왔다상당히 유연해보이고 어떻게 보면 결과에 따른 호전적인 무책임이 존재하는 MCU의 세계관이 불편하게 비추어 진다면 분명 그 이유다.

 

하지만 최신 경향에 있어 슈퍼히어로 무비는 그러한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그것을 전면으로 내세우기 시작했다이른바 장르의 변주를 이끌어 히어로물의 수정주의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잭 스나이더 감독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그러한 첫 번째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빌 워>도 마블이 그동안 구축해 온 영웅의 존재론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을 자신 스스로에게 따갑게 보내면서 전쟁 영웅의 책임과 민주주의를 묻기 시작한다.

 

이 영화에는 그러한 질문을 위한 강력한 전제가 삽입되어 있다바로 테러다최근 국제사회의 크나큰 이슈로 떠오른 문제를 <시빌 워>는 더욱 구체적으로 내비친다. (<어벤져스>가 그 동안 해석되어온 9.11 테러의 상징보다 직접적이다이러한 문제의 화두는 영웅주의와 반영웅주의의 첨예한 대립으로 이어진다영화 내에서 국제 사회의 안보의 중심에 있는 어벤져스를 민간에게 맡길 것인지 사회에게 맡길 것인지에 대한 의견 차이가 발생한다결국엔 그러한 의견 대립은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대결로 표면화된다공통된 목적을 가지고도 서로 동등한 위치에서 팽팽하게 겨루는 모습은 마치 사회에 대한 메타포로 작용한다.

 

이것은 은유도 아니고 관객에게 던지는 구체적인 질문이다흡사 서로의 편으로 가린 어벤져스는 의견 차이에 따른 양극화가 심화된 미국의 단면을 보는 듯하며 지금까지 세계의 평화를 위해 휘둘렀던 전쟁의 폭력은 서로에게로 작용한다결국엔 역설적이게도 서로 공통된 목적평화를 찾지는 못한다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Civil war(내전)'라는 부제가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다평화를 지탱하는 폭력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의 무의미한 대결을 통해서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시빌 워>가 마블 영화 중 가장 씁쓸한 결말을 남기는 것엔 그러한 것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슈퍼히어로 무비는 엄연한 캐릭터 영화다기본적으로 인상적인 캐릭터(주인공)이 없으면 영화의 동력이 없다는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영화는 진전되기 어렵고 관객에게 어필을 하는 것도 당연히 쉽지 않다하지만 그와 반대로 캐릭터가 많아진다면 슈퍼히어로 무비의 동력은 더욱 활발해진다이미 조스 웨던 감독의 <어벤져스>가 그것을 증명해주었다하지만 말이 쉬워서 그렇지 여러 캐릭터가 복잡하게 얽히는 와중에도 균형감 있게 런닝타임을 조율하고 매력을 어필시키는 것은 순전히 아이디어가 아니라 감독의 연출력에서 나온다.

 

안소니 루소조 루소 형제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탄탄하고도 둔탁한 액션을 선보였다그 이유는 캐릭터마다 액션을 하게 만드는 사유가 설득력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러한 감정선의 무게는 자연스레 액션의 무게감으로 연결되었다연출에 있어서 캐릭터가 가지는 내면의 무게감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시빌 워>도 그러한 기본을 이어받는다초반 40분까지는 캐릭터들의 양상과 드라마가 나열되기에 가까워 산만하긴 하다하지만 캐릭터들이 양분되면서 정리되고 나면 그제서야 본격적인 루소 형제의 솜씨가 발휘된다.

 

이 영화의 당연코 큰 백미는 바로 공항 시퀀스다갈등이 폭발하여 본격적으로 내전이 발발하는 그 곳그 장면은 여러 의미로 놀랍다캐릭터들이 서로 맞붙는다는 신선함과 흥미진진함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각각의 캐릭터들의 조율도 조화롭고 섬세하며 전투를 이루는 집단 서사의 리듬감도 완벽하다.게다가 사회적이고 무거운 질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지점임에도 그것을 마블 특유의 유쾌하고 가벼운 분위기로 소화해내보인다무거움과 가벼움이 공존함에도 빚어지는 이 유려함은 루소 형제의 연출력이라고 밖에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시빌 워>는 자연스럽게 DC의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하 배대슈)과 비교할 수 밖에 없는 영화다. 그 영화들은 자신들만의 세계관과 캐릭터들을 필두로 비슷한 컨셉과 질문을 내어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답은 서로 달랐다. <배대슈>는 클리셰를 통하여 영웅주의를 부활시켜 그러한 질문을 무효화시켰지만 <시빌 워> <배대슈>가 저질렀던 클리셰를 반복하지 않는다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공통된 악당이 등장하긴 하지만 실질적으론 전쟁의 또다른 참상을 대변하는 맥거핀일 뿐이다그렇게 기존의 공식을 비틀면서 진행되는 후반부는 새롭기까지 하다그리고 <스파이더맨 리부트>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향한 떡밥도 잊지 않고 챙겨주는 꼼꼼함도 보여준다점차 진화하는 마블 영화에 대해 기대치를 높여나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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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31 영화여행  
마블 MCU의 세계관ㅋ
오랫만에 긴 장문의 글 잘 읽었네요
수고하셨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