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5점]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2016)

영화감상평

[리뷰: 5점]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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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물의 절제 없는 맥시멀리즘이 주는 무감각.

평점 ★★☆


<배트맨 대 슈퍼맨 : 저스티스의 시작>.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DC 코믹스 세계관의 거대한 두 축을 이루는 캐릭터들을 싸움을 붙여놓겠다고 엄포한 영화다. 아마 DC 코믹스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꿈꾸었을 것이다. <맨 오브 스틸>로 초석을 다지고 이제는 마블의 <어벤져스>를 향하는 단계까지 온 것 같다.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하는 수순을 띄엄띄엄이지만 차분히 밟아온 DC 코믹스의 야심이 이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이 작품은 <맨 오브 스틸>의 후속작으로 보는 게 더 적당하다. 내러티브도 슈퍼맨에게 더 치중되어 있고 슈퍼맨이 영웅으로서의 사회적, 도덕적 책임을 질문하는 작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멸망할 뻔한 사건 이후로 트라우마에 빠져 경직된 사회를 투영시켜 영화는 슈퍼맨에 대한 시선을 다방면으로 비춘다. 지구를 구한 인류의 영웅인지 생명을 앗아간 전쟁의 원인인지 논쟁이 일어나는데 이것은 각 캐릭터로 상징된다. 슈퍼맨과 대척점에 있는 배트맨이 대결을 벌이게 되는 것은 트라우마가 격앙된 사회의 상징적이고 시각적인 표현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위기에 기반해야 존재를 인정받는 영웅의 명암, 즉 이중성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DC 코믹스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마블보다 상당히 현실적이다. 물론 <어벤져스>에서도 전쟁의 책임을 영웅들에게 묻긴 하지만 그다지 비중 있게 다뤄지진 않는다. 되려 영웅의 일방적인 선택을 지지한다. 하지만 DC의 세계관은 혼란스럽고 어두우며 영웅의 역할과 민주주의 사회의 도덕적 충돌 지점까지 아우른다. 하지만 그 무거움이 마블의 가벼움과는 다른 차별점이고 색다른 매력이다. <배트맨 대 슈퍼맨>은 그 결과물의 시작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후속작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영웅 캐릭터들을 자연스럽게 추가하면서 <저스티스 리그>로 향하는 영리한 전략으로 보인다.


하지만 <배트맨 대 슈퍼맨>은 기본적으로 많다. 런닝타임도 길고 클로즈업도 많고 웅장한 OST도 많고 캐릭터도 많으며 사건도 많고 특수효과는 지나치게 많고 전투씬도 길다. 이렇다 보니 영화가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초반부 프롤로그는 <맨 오브 스틸>의 스핀오프 격으로 강력한 스펙터클로 영화는 시작하는데 일시적으로 눈요기를 할 지는 몰라도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강력한 스펙터클은 되려 피곤해지기만 한다. 다시 말해, 강약 조절의 실패다. (체감 상으로) 20분 동안 이어지는 후반부 대전투 시퀀스도 무감각해지기만 한다. CG를 이미지로 연결짓는 것은 잭 스나이더 감독답지만 웅장함을 넘어서 흡사 마이클 베이 감독의 영화처럼 보일 지경이다.

 

시나리오의 디테일도 짜임새가 좋지는 않다. 안 그래도 캐릭터들도 너무 많은데 게다가 사건도 제각각 벌어진다. 그리고 그런 사건들이 2시간 동안 거의 연결되지 않는다. 아무리 영화가 갈등이 있어야 한다지만 이렇게 많은 사건들을 오가는 플롯은 산만하기만 하고 관객의 몰입을 방해한다. 캐릭터들의 동기 부여도 부족해보인다. 배트맨과 슈퍼맨, 두 캐릭터에게조차도 카메라는 동화되지 못하며 런닝타임 내내 사건이 빼곡하게 삽입되어 있지만 되려 늘어지기만 한다. 즉, 내러티브를 이끌어 가는 중심이 없다. 다른 건 그렇다고 쳐도 무엇보다 캐릭터 무비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를 놓친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시나리오도 다소 작위적이기도 하며 편집의 호흡도 아쉽다. 캐릭터 구현에 대한 한숨.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세계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맨 오브 스틸>을 선관람한 것을 염두에 두더라도 설명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다. 그렇기에 DC 코믹스의 매력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을까도 의문이다. 팬들과 일반 관객들 모두 만족시키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머리를 비우고 말초적인 오락을 추구한다면 만족할 수도? 하지만 그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한 과정도 좀 길다. 잭 스나이더의 맥시멀리즘. 오락도 과유불급임을 알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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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4 소맥  
슈퍼맨은 신인데 신하고 인간 싸움설정부터가 ..그래도 보고싶은  영화중에 하나
28 godELSA  
캐릭터 무비를 감안한다면 좀 그래요..
14 페이스리스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엉성함과 갈등해소 과정의 개연성 결여가 정말로 심각한 영화긴 하지만 정키 XL과 한스 짐머의 OST는 정말 좋았네요. 특히나 원더우먼의 테마곡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4 마블리시  
눈과 귀가 즐거웠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