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0점] 엠파이어(Empire, 1964)

영화감상평

[리뷰: 0점] 엠파이어(Empire, 19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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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적 실험을 봉인한 논란의 예술가의 혼.

평점 ○(별점은 의미 없음)

 

<엠파이어>. 미국 팝아트의 선구자 ‘앤디 워홀’이 연출하고 촬영한 다큐멘터리다. 일단 앤디 워홀이라는 인물은 팝아트를 비롯해서 시각, 사운드 등 다양한 형식의 예술을 선보여왔는데 대중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한 인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실험성이 강한 그의 예술관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데 있어 그걸 명확하게 보여주는 영화가 바로 <엠파이어>일 것이다.

 

앤디 워홀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 영화는, 그의 일생처럼 공개 당시에도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것이 과연 영화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찬반이 뜨거웠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장장 485분, 8시간 5분의 런닝타임을 가지고 있는데 정작 화면 안에서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것은 겨우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적 화면으로 일관되는 카메라와 사운드는 무성이며 게다가 밤에 촬영되어 빌딩의 야경을 제외하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8시간 동안 그렇게 영화는 흘러간다.

 

영화라기보다는 거의 사진에 가까운 이 다큐멘터리는 단언컨대 지루할 수 밖에 없다. 8시간 동안 한 풍경을 그렇게 오랫동안 관조할 수 있는 관객이 어디 있겠는가. 일시적으로 빌딩의 야경을 주의깊게 보다가고 헤어나오고 나면 결국 기나긴 런닝타임은 오롯히 관객의 몫이 된다. 나도 꼼꼼하게 다 보았다고는 말 못 한다. 영화 화면을 앞에 두고 졸기도 했고 깨어나서는 진척되지 않는 화면에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기 일쑤였다. 그 사이에 무언가가 바뀌었어도 알아차리지 못했을 것이다. 그만큼 작품 자체의 몰입도가 낮다.

 

하지만 찾아보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다. 1960년대 이 영화의 시사회에서 관객들은 영화를 보다가 결국엔 런닝타임을 스크린에 할애하지 않고 극장 안에서 서로 얘기하며 스크린 앞을 토론장처럼 만들었다는 것이다. 어쩌면 앤디 워홀은 이것을 의도하였을지도 모른다. 8시간동안 평면적으로 촬영된 피사체는 아무 의미가 없으며 단지 관객에게 8시간이라는 긴 시간성을 선사하기 위한 변명일 지도 모른다. 과연 사람들은 한 공간에서 긴 시간이 주어졌을 때 어떤 욕망을 비춘 행동을 보일까? 이런 심리학적 질문을 위한 실험일지도 모르겠다. <엠파이어>는 시간에 대한 봉인이기도 하며 그 실험에 대한 봉인이다. 하지만 이 답 역시 이 영화가 예술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답이 되지 못한다. 죽어서도 논란을 즐기는 예술가의 혼만이 남겨져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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