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8점] 라디오 스타(2006)

영화감상평

[리뷰: 8점] 라디오 스타(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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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훈, 안성기, 이준익. 소박함이 가장 큰 매력!

평점 ★★★★


<라디오 스타>. (이 영화가 개봉된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이제는 2000년대 영화들에 있어 재평가의 시대가 온 것일지도 모른다. 가끔씩 돌려보는 2000년대 한국영화의 저력을 훨씬 실감나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작품들 말이다. 새로운 소재가 개발되고, 역사적인 의의가 부여되며, 훨씬 미래에 한국영화사에 있어 중요한 지점을 자리잡는 작품들이 아마 리스트 안에 몇몇으로 추려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리스트에 <라디오 스타>도 함께 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이 영화는 새로운 건 전혀 없다. 2000년대라곤 하기엔 현대적이기도 하지 않으며 오히려 <영웅본색>과 같은 80년대 홍콩 느와르를 모티브 삼아 한국 감성으로 재해석한 작품에 가깝다. 즉, 과거로 회귀한다고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철없고 한물간 가수와 속없는 매니저의 성공기와 우정 이야기인데 30분만 보아도 내용이 정말 뻔하다. 시놉시스만 따로 들어보면 식상하다고 생각될 정도로. 그리고 영화는 그 ‘뻔한’ 결말을 향해간다.

 

하지만 과연 그게 문제가 될까? 전혀. <라디오 스타>는 시나리오의 구멍을 메우려는 기교를 부리지 않고 되려 정공법으로 승부한다. 아니, 이준익 감독은 스토리의 ‘뻔함’이 왜 시나리오의 허점인지 되묻는 것처럼 보인다. 굳이 영화라는 것이 꼭 새로워야 하는지, 이미 있는 이야기를 가지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는 없는 것인지 그런 질문과 확신을 가진 저력을 뽐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그 ‘뻔함’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결국에는 장점으로 활용보인다. 이제는 과거가 되어버린 남성들의 우정 이야기, 허영심으로 추락한 스타의 소박한 재기, 그리고 사람들의 소소한 삶의 모습들. 영화는 한 폭의 추억담 같은, 그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해보인다. 그 이유는 그 이야기들이 신변잡기적이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에 저런 사람들은 꼭 있을 것 같은 캐릭터의 절절한 사연을 집중하고 들어주는 것만으로 이 영화는 감동적인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야기를 청취하는 데 있어 꼭 연출이 치밀할 필요도 없고 미학적인 의미를 품을 필요도 없다는, 오히려 그것이 과시로 보일 법한 이 영화에서 이준익 감독은 절제미를 지켜낸다. 하지만 거기에마저 이 영화는 무게를 두지는 않는다. 되려 가볍고, 경쾌하게, 인간적인 작품으로 관객에게 다가서려 한다. 그렇게 이준익 감독의 화법이 안락하게 다가오는 그 지점부터 가볍게 마음을 맡기며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싶다.

 

1990년대 한국영화에 있어 전성기를 가졌던, 박중훈과 안성기의 외적 이야기도 흥미로워 보이지만 두 배우의 특유의 포근함이 이 영화에 시너지가 된다. 이 영화가 왜 한국영화사에 추가되길 바라냐면 화려하기만 하려는 최근 영화 경향에 있어 묵직하게 반대표를 던지는, 한국영화의 수작이기 때문이다. 그 외로 단연코 이준익 감독의 최고작이며 (원곡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비와 당신>도 당연 명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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