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3점] 귀향(2015)

영화감상평

[리뷰: 3점] 귀향(2015)

28 godELSA 4 2667 3
위안부 여성에 대한 배려 없는 전시(展示)

평점 ★☆


<귀향>. 이런 류라고 말하기에는 기준이 애매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런 류의 영화를 보는 데에 있어 나는 조심스럽게 자세를 임하곤 한다. 근대사 역사를 다루는 데 있어 자칫하면 감정적으로 영화에 대한 선입견에 빠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영화가 슬픈 건지, 역사가 슬픈 건지 헷갈려지긴 한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중립적인 자세를 유지하려고 한다. 차라리 역사를 알려면 다큐멘터리를 보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귀향>은 일제 강점기 당대 ‘위안부’의 삶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일단, 이 작품은 제작비가 부족하여 여러 번 난항을 겪었다. 제작두레를 통해서 모금된 기금으로도 제작되었는데 부족한 제작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사실적인 세트와 미술은 칭찬할 만하다. 형식적이고 과장된 연기는 그렇다고 쳐도 위안부의 처지를 표현하는 데 있어 공간 안에서의 조명의 활용도 나름 괜찮다.

  

이 영화는 위안부 여성들에 대한 위로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영화를 막상 본 느낌은, 인물들을 다루는 자세에 있어서는 그런 의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일단 위로하는 자세에 있어서는 그 전에 인물을 배려하는 자세가 먼저 필요하다. 하지만 영화는 인물들을 극단으로 몰고 가기만 한다. 실제 증언 기록을 바탕으로 각본이 쓰여졌다고 하는데 그것을 바탕으로 사실 재현에만 너무 충실한다.

  

물론 인물의 비극성을 가지고 드라마틱한 감정을 이끌어내고 호소하려는 의도는 알겠다. 일단 영화가 관객에게 감정을 호소하기 위해서는 인물이 필요하고 카메라는 그 인물의 시선을 대변해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누구의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오히려 영화가 대변하고자 하는 인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주인공은 ‘정민’이지만 영화는 다양한 인물의 사연을 담고 카메라는 그 인물마다 일일이 카메라를 대입시킨다. 하지만 이것은 인물들의 감정선을 겉핥기만 하는 부작용이 더 크다. ‘위안부의 삶’이라는 지옥도를 그려내기 위함이라고 쳐도 시퀀스들은 단편적으로 남용되고 전체적으로 장면의 이음새는 헐겁기만 하여 심지어 작위적인 느낌마저 들어 효과적이진 않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정민’의 감정선마저 뚝뚝 끊긴다. 게다가 플래시백도 과도하여 관객의 집중을 망칠 뿐만 아니라 심하게 작위적인 스토리도 (이 영화가 추구하는) 역사의 사실성에 방해된다.

  

형식적으로 나열되기만 하는 사연에다가 사실을 시각적으로 나열하는데 있어서 내러티브의 파괴마저 서슴치 않는 이 영화는 결국 인물에 대한 전시(展示)로 이어진다. 인물을 극단적으로 몰고 가여 지옥도를 생생하게 묘사하는 동안에도(물론 그것도 효과적이진 않았지만) 영화는 인물의 감성의 깊이를 담아내지 못한다. 결국 영화 속에는 재현된 현장만 남아 실제 피해자들에 대한 이해가 자리잡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마술적 리얼리즘 형식을 차용하여 영적으로 위로를 주는 의도는 분명하게 드러나지만, 사실 이것도 병 주고 약 주는 꼴로 밖에 안 보인다. 현장을 재현하여 어설프게 고발하고 위로를 표방하기보다는 인물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자세가 더 필요했다. 역사를 영화적으로 다루는 방식에 대한 착각으로 가득 찬 신파.


개인 후기) 차라리 다큐멘터리 한편이 더 흥미롭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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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1 그리고또는  
나는 이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엘사님 의견에 고개를 끄덕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영화(계)의 어떤 점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영화계 속사정을 알거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영화를 좋아 한다는 것 외에는 영화판과는 무관한 사람이니까요. 내가 '안다'고 한 것은 우리 영화의 이상한 현상입니다.

엘사님도 기억을 더듬어 보면 알 겁니다. 왜정(일제), 625, 419, 516, 518, 6월 항쟁... 이런 소재들을 다룬 영화가 많지 않다는 것을. 특히 419나 광주 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는 몇 편 되지도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잘 만든 영화도 없습니다.

정말 좋은 소재들인데도 왜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이렇게 적을까요?
어쨌든 이런 상황하에서는 좋은 영화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꾸준히 만들어지다 보면 좋은 작품도 나오겠지요. 그러나 지금처럼 어쩌다가 한 편씩 만들어지는 경우에는 좋은 작품이 나오기가 힘 들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28 godELSA  
20세기 주된 한국역사를 다루면서 잘 만든 작품이 없다고하셨는데
6.25전쟁을 다룬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 형제를 통해서 한민족의 역사적 설움을 담아낸 수작이기도 하고,
양우석 감독의 <변호인>도 1980년대 당대의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잘 표현하기도 하였구요.
그 외에도 북한과의 냉전을 그린 강제규 감독의 <쉬리>나 '마루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이해영 감독의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도 있구요. <실미도>나 <웰컴 투 동막골> 등 한국영화에도 수작들이 다분합니다.

사실 이것만 봐도 소재가 많이 다뤄졌다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감독 자신이 얼마나 조율을 잘 해내느냐의 문제죠.
1 그리고또는  
물론 감독의 재능이 문제임은 분명합니다. 감독뿐만 아니라 스텝부터 출연진까지 모든 관계자들도 문제지만. 그러나 천재가 아닌 이상 이런 재능을 키우는 것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감독들이 오손 웰스나 고다르 같을 수는 없으니까요.

엘스님이 예로 든 작품들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지만, 유태인 학살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수도 없이 쏟아지는 것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그보다는 많지 않지만 68혁명이나 매카시즘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꾸준히 만들어지는 것과 비교를 해도 그렇습니다.

양의 축적이 질의 변화를 가져오기 마련이니까요.

어쨌거나, 엘사님의 평은 관심을 가지고 재미있게 읽고 있습니다.
꾸준히 써주시기 바랍니다.^^
27 블루와인  
역시 한표 던집니다. 전 클라우드펀드에 참여까지 해서인지 아쉬운 점이,
연출력과 처음 의도와 조금 다르게 가지 않았나 싶은 어쩐지 그렇고 그런 영화가 되버리고 만거 아닌가 싶다는 점.

그리고... 조금 다른 의견이지만, 태극기...는 상업성이 너무 짙은 영화였습니다. 한 형제의 역사적 설움을 담아냈다기 보다는,
그 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충분히 담을 수 있는 기회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몸을 사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우리나라 광주 이전, 사실은 419가 더 먼저이고, 더 소중하게 대우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느 하나가 역사적으로 덜 소중하고 더 소중하고가 아니라 먼저 시도했다는 점과 너무 많은 학생들의 피를 흘리게 했다는 점에서)
그에 대한 영화는 거의 찾아볼 수 조차 없군요.
적어도 앞으로 몇년은 더더욱 그러할테구요.. ㅎㅎㅎ

물론 우리나라와 유태인들과는 비교 자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힘과 유태인들이 세계 곳곳에서 행사해대는 그 힘의 질과 양이 우선 다르기 때문에 제한이 따르는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고, 그런 경험 자체를 나라에서 어느 정도 막고 있다는 부분 또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지나다가 평을 읽었는데 평보다 댓글들이 더 흥미로워서 아무 것도 모르는 지나가는 사람의 의견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거슬렸다면 죄송합니다. _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