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0점] 우리의 환대(Our Hospitality, 1923)

영화감상평

[리뷰: 10점] 우리의 환대(Our Hospitality,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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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고, 매끄럽고, 정교하기까지한 슬랩스틱의 걸작.

평점 ★★★★★


<우리의 환대>. <세 개의 시대>에서 <인톨러런스>를 자신만의 코미디 장르로 패러디한만큼, <우리의 환대>도 원작을 패러디하고 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원작으로 두고 있는데 이것을 멜로드라마로 완전히 바꿔놓은 작품이다. (원작이 비극적 요소가 강한 희극이라고도 하는데 무엇보다 이 영화는 비극적 요소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것을 버스터 키튼 특유의 캐릭터와 재치로 풀어내고 있는데 무엇보다 키튼의 장기가 가장 돋보이는 작품 중 하나다.

 

버스터 키튼은 자신의 몸을 가지고 한 가지 소재만으로도 다양하고 유머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낸, 코미디언으로서의 천재 감독이다. 아마 20편 가량의 그의 단편 연출작이 그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버스터 키튼의 영화들이 스토리가 간결하고, 나쁘게 말하면 빈약하다고도 할 수 있지만 되려 그건 키튼에게는 장점으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소재를 코믹적으로 활용할 여유가 필요할 뿐이다. 스토리의 공백이 그 자리를 내주게 되는데 키튼은 그 사이에서 여러 상황극을 펼쳐보이며 슬랩스틱으로 가득 풍성하게 만든다. <우리의 환대>에서도 그런 소재의 활용이 주가 된다.

 

이 영화의 주요한 소재는 세 가지로 ‘기차’, ‘집’, ‘계곡’으로 압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버스터 키튼은 일상적인 소재을 기예적으로 활용하는, 시각을 다방면으로 가진 감독 중 하나다. 현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일상 속의 판타지를 재현하는 데 있어 그의 개그 코드는 탁월하다. 초기 단편 연출작 <일주일>만 보더라도 ‘집’이라는 공간을 형이상학적으로 바꿔놓고 예상치 못하게 웃음을 주었지 않나.

 

<우리의 환대>에서도 ‘기차’를 살펴보면 다소 과장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구불구불한 철로를 지난다거나 탈선하고도 멀쩡하게 길을 가는 기차를 보면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잠시 황당함에 빠지게도 한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예상치 못한 웃음을 준다. 그리고 ‘집’이라는 공간을 살펴보면 키튼은 집 안과 밖을 자유자재로 활용하여 일상적 공간 자체를 긴장감이 넘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그리고 ‘계곡’에 대해서 말하면, 이것은 <우리의 환대>에서 키튼의 슬랩스틱 코미디 코드가 단면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한다. 해롤드 로이드가 <안전 불감증>(1923)에서 건물 외곽의 시계 바늘에 매달리는 고단수의 육체 슬랩스틱을 보여주면서 긴장감을 이끌어냈다면, 버스터 키튼은 계곡 폭포에 매달린다. 통나무에 몸이 묶여 계곡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려 애쓰는 키튼의 무표정이 주는 극도의 긴장감은 이 영화를 걸작의 반열에 올려놓기도 했다. 키튼이 물살에 휩쓸려 가는 그 시퀀스만 보더라도, 그리피스가 완성해낸 교차편집 기법에다가 적절하게 슬랩스틱이 가미되어 형식적으로도 온전한 서스펜스와 블랙코미디의 결합을 만들어낸다.

 

버스터 키튼은 단편영화에서 장편영화로 넘어오면서 단편의 다양한 소재를 일관성 있게 자신의 개그 코드로 승화했다. 멜로드라마의 틀을 가져와서 전개를 슬랩스틱의 역동성으로 매끄럽게 이을 뿐만 아니라, 원작을 자신의 장르로 재해석하고, 장면 구성에 있어서 뛰어난 기교까지 보여주어 탄탄한 긴장감을 만들어냈다. 어쩌면 여기서부터 버스터 키튼은 거장으로 오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 (스토리가) 간결하고, (전개가) 매끄럽고, (구성이) 정교한 뛰어난 걸작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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