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8점] 스포트라이트(Spotlight, 2015)

영화감상평

[리뷰: 8점] 스포트라이트(Spotlight,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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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섣불리 앞서가지 않는, 아름다운 배려의 자세

평점 ★★★★


<스포트라이트>. “언론이 사회의 비리를 파헤치고 고발한다.” 이 루트를 따르는 ‘스릴러’ 영화는 많다. <스포트라이트>도 그 루트를 따르고 있다.(하지만 이 영화는 스릴러는 아니다) 저널리스트를 다루는 영화에 있어서 기자의 신념이나 욕망에 집중하느냐, 사회의 범죄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색깔이 달라진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그 색깔 자체부터 달리 한다.

 

<스포트라이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데 신부의 아동 성폭행을 방조한 교회의 비리를 조사하는 이른바 ‘스포트라이트’ 팀의 고군분투기를 다루고 있다. 일단 사건 자체가 상당히 자극적이다. 민감한 사안인데다가, 부도덕하고 뻔뻔하기까지도 한 가해자에 대해 초점을 두면서 관객들의 분노와 울화통을 터뜨릴 수도 있을 법하기도 한 소재이기도 하다. 물론 대부분의 영화가 언론과 가해자 간의 신경전으로 다루며 고발의 쾌감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그 고발의 쾌감을 노리지는 않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 자체가 상당히 절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비교적 느슨한 촬영과 편집에다가 음악마저 거의 없어서 감정적이기 보다는 건조한 분위기의 연출에 가깝다. 성폭행을 구체적으로 묘사한다던가 등의 자극적인 장면도 아예 없다. 물론 사건이 점차 드러나고 구체화되면서 생기는 무게감은 있지만 시퀀스에 무게감을 붇돋는 것은 바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다.

 

영화 내에서 가해자의 이야기는 대부분 다뤄지지 않거나 대변의 형식을 거쳐서 의뭉스럽게 표현되지만, 그에 비해 피해자의 이야기는 상당히 자세하게 다뤄진다. 영화는 사건을 취재하면서 듣게 되는 피해자들의 인간적인 사연들을 하나하나 세세하게 나열하는데 여기서 ‘피해자’들은 관객과 밀접하게 연관되는 공통점을 지닌다.

 

사건 자체가 스케일이 크게 묘사되곤 하지만 화면 상에서는 상당히 소소하게 다뤄진다. 영화는 스포트라이트 팀이 사람들과 인터뷰를 하는 장면이나 사무실에서 일하는 장면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것은 피해자의 어떠한 특징과 연관을 가진다. 사건의 피해자들은 상당히 평범한 사람으로 묘사된다. 외관 상으로는 도저히 피해자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사람들인데 이것을 통해 영화는 관객의 일상과 사건을 가깝게 놓는다. 마치 일상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는 범죄이라는 것을 환기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것은 관객에게의 경고로 작용하지 않는다. 영화가 사건을 드러내는 데에 있어 시선을 투영시키는 것은 바로 ‘스포트라이트’ 팀의 일원들이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스포트라이트’ 팀은 사건에 있어서 제3자라는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지닌 인물들로 구성된 것도 아니고 역시나 평범한 사람들이다. <스포트라이트> 자체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인물들의 자세다. 팀원들은 집중취재를 하면서도 기자로서 특종을 노리지도 않고 기자로서의 신변을 아끼지도 않는다. 다만 팀원들이 중요시하는 것은 피해자에 대한 배려다.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조심히 질문하고 위로하는 모습과 비리의 현황을 없애기 위해 사회의 변화를 구체적인 목표로서 두고 있는 모습에서 잘 드러나는데 이는 사회의 제3자의 올바른 자세를 시사한다. 인물들의 보편성이 그것을 대중에게로 정확히 환기시킨다. 기자로서 고발의 신념보다 인간으로서 배려의 자세을 강조하는 데에서 다른 저널리스트 영화와 큰 차이점을 지닌다. 피해자를 가해자에 대한 고발의 증거로 형식적으로 남용하지 않는 이 영화는 실제 피해자들에 대한 자세의 완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섣불리 사건을 앞서가지 않고 꼼꼼하게 관찰하는 침착함이야말로 이 영화의 인간적인 미덕일 것이다.


개인 후기)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봐서 문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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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0 사라만두  
분명 인간적인 멘트로 상황을 잡아가는데 전혀 신파적으로 흐르지 않은
건조함 내지는 담백함이 이 영화의 정서적 함의를 설명하는 보편성이 아닐런지
우직한 영화 정말 잘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