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0점] 자객 섭은낭(刺客聶隱娘, 2015)

영화감상평

[리뷰: 10점] 자객 섭은낭(刺客聶隱娘,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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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리뷰: https://cineaste.co.kr/bbs/board.php?bo_table=co_movie_sen&wr_id=494988&sca=&sfl=wr_subject&stx=%EC%9E%90%EA%B0%9D&sop=and


동(動)의 '무(武)', 정중동(靜中動)의 '협(俠)'

평점 ★★★★★


<자객 섭은낭>을 세 번째 보았다. 한 번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 번은 허우 샤오시엔 전작전에서, 또 마지막으로 개봉하고 나서 일반 극장에서 한 번 보았다. 정말 보면 볼 수록 새로운 영화라고 해도 무방하다. 영화의 아름다움을 철저하게 계산하고 꼭꼭 숨겨진 그 방정식을 발견하게 되는, 이 기분을 그 미적 쾌감이라고 말해야 되나. 여러 번 볼 수록 아름다움 뒤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세 번째 보았을 때 이 영화의 아름다움을 또 발견하게 되었다. 그것에 대해서만 짧게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바로 이 영화의 미장센에 관한 것이다. 물론 눈에 보이는 대로 자연광과 자연의 풍경은 있는 그대로만 보아도 아름답다. 당나라 시대의 고풍스러운 풍경을 그려내는 미술, 의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미장센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이 영화의 아름다움을 올바르게 설명할 수 없다. 자연광이 만들어내는 색채감은 분명하지만, 그것은 롱테이크로 길게 잡히는 풍경의 일부에 불과했다.

 

 풍광의 여백을 채우는 것은 바로 움직임이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모든 씬들을 롱테이크로 촬영한다. 이 기법은 영화 안에서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 사진처럼 움직이지 않는 인물들과 풍경과 더불어서 여러 숏에는 사소한 ‘움직임’이 자리하고 있다. 물 위를 헤엄치는 오리나,호수 위를 날아가는 새들, 바람에 휘날리는 천과 살며시 퍼져가는 물안개와 연기 등,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이러한 움직임(動)을 정중동(靜中動)의 화면에 같이 잡아낸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은 마치 아름다운 풍광의 생동감을 주는, 그 이상의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화룡점정이다. 왜 아름다운지 논리적으로 설명해보라면 나는 못하겠다. 다만 이 영화는 동(動)의 무(武)를 가진 정중동(靜中動)의 협(俠)이다. 그것이 허우 샤오시엔의 무협(武俠)이다. 과연, 매혹적이다.

 

다만 일반 극장에 넘어오면서 아쉬운 점은 자막이 너무 친절해졌다는 것. 배급사가 왜 그렇게 자막을 변경하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은 철저하게 몰입을 방해한다. 오락성에 어느 정도 기댄 것인가? 하지만 작품의 의도로 보았을 때 이러한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자막이 영화를 망치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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