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7점] 데드풀(Deadpool, 2016)

영화감상평

[리뷰: 7점] 데드풀(Deadpool, 2016)

28 godELSA 0 2898 1

프랜차이즈 히어로물을 비웃는 프랜차이즈의 일갈.

평점 ★★★☆

 

<데드풀>. 나는 마블코믹스에 출연하는 영웅들은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제외하고는 거의 문외한이다. 하지만 <어벤져스>에 출연한 영웅들이 얼마나 대단한 인물들인지는 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악당과 고군분투하는, 기꺼이 몸을 사리지 않는 슈퍼히어로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들은 드물 것이다. 그런데 ‘데드풀’은? 일단 유별나다. 팬들은 이미 알겠지만, 기본적으로 지치지 않는 입담을 자랑한다. 그리고 악당과 맞서는 상황에서도 한치도 진지한 면은 찾아볼 수 없고 살인도 ‘유쾌하게’ 저지른다.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기존 히어로와는 전혀 다른,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캐릭터다. 정말 말 그대로, 또라이다.

 

일단 여타 프랜차이즈 히어로물이 그렇듯, <데드풀>도 캐릭터 무비다. 하지만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부터 다르다. 상당히 유별난 캐릭터의 특수성도 있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이 영화만의 특수성을 말한다면 캐릭터더러 관객과 소통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제4의 벽’이라고 하는 것을 철저하게 깨부순다. 이러한 설정은 원작을 성실히 옮긴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캐릭터의 생동감을 주고 캐릭터의 특수성을 붇돋는 장치이기도 하다.

 

위에서 말했듯이, 데드풀은 정말 말이 많다. 전투 상황에서도 능청스럽게 예상치 못한 농담 따먹기를 한다. 아니, <데드풀> 자체가 캐릭터 코미디 영화인지도 모르겠다. 이건 ‘제4의 벽’을 깬 것과 깊은 연관을 가진다. 영화는 관객을 극 중안에 몰입하게 만들지 않는다. 이른바 이걸 ‘소격효과’라고 하는데, 이것은 관객더러 캐릭터의 유머를 상황의 문맥에 맞추게 하기보다는 농담 그 자체로 받아들이게 한다. 상황 자체를 즐기게 만드는, 입담이 매력인 캐릭터의 장점을 극대화한 연출이다.

 

‘데드풀’ 캐릭터는 상당히 문제아다. 기존의 영웅 캐릭터와는 거의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보편적인 영웅상에 반하는 캐릭터다. <데드풀>은 그러한 캐릭터 속성을 십분 활용하여 기존의 프랜차이즈 히어로 무비를 패러디하기에 이른다. ('데드풀'이 기존 영웅을 '모범생'이라고 부르는 것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이 영화의 유머는 영화 외적인 것들과 관련이 깊은데, 전개되는 데 있어서 다른 실제 영화나 외적 정보를 끌고와 전형적인 영웅물의 설정을 비꼬기도 한다. 그리고 상당히 사실적이고 자극적인 수위도 현실성을 잃어버린 히어로물을 멸렬하게 비웃는 것처럼 보인다.

 

이 영화는 양날의 검에 안착해있다. 스토리는 짧고 단순하지만 다소 작위적인 요소가 다분해있으며 어느 정도 기존의 공식을 그대로 따르는 면모도 있기 때문에 패러디물로서도 다소 어정쩡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캐릭터만으로 그 공백을 메꾼다. ‘제4의 벽’을 깨는 연출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캐릭터의 매력을 극대화하고, 팬들도 만족할만한 코미디의 향연을 만들어낸다. 무엇보다 프랜차이즈를 프랜차이즈가 패러디했다는 것이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 중 하나다. 기존의 영웅물에 지쳤다면 이 영화를 보길. 아, 쿠키 영상도 놓치지 말길. 어쩌면 이 영화의 백미는 쿠키 영상일지도? 정말 골 때린다.


movie_imageUPK5PHFZ.jpg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