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6점] 트럼보(Trumbo, 2015)

영화감상평

[리뷰 : 6점] 트럼보(Trumbo,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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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에 맞서지 않고 인물을 사려 깊게 대하는 법.

평점 ★★★


<트럼보>. 실제 인물의 삶을 바탕으로 인물의 신념, 정신, 삶의 태도를 드러내보이는 영화는 많다. 보통 그 영화를 전기영화라고 한다. <셀마>(2014)처럼 하나의 사건에 주목하거나 <스티브 잡스>(2015)처럼 실제보단 허구의 상황을 재창조한 것이 아니라면, 보통의 전기 영화는 일정한 구조를 가진다. 실제의 삶의 어느 한 순간을 시작으로 어느 한 순간까지의 시간을 잡아놓고 사건을 순차적으로 나열하게 되는데, <트럼보>에 대해 말한다면 딱히 형식적인 궤를 달리하지는 않는다.

 

그 대신 영화는 그 형식을 빌려 다큐멘터리처럼 보이게 한다. 중간중간에 삽입된 실제 흑백 영상 자료가 삽입되어 있기도 하지만, 흑백으로 촬영되어 실제 자료와 구분이 되지 않는 몇몇 컷들은 이 작품만의 실제성을 높인다. 그것들은 역사에 휘말린 인물을 주목하면서 과거를 헤집어오기보다는 마치 과거 안으로 들어간다는 느낌을 주게 되는데 이것은 작품의 사실성에 기인하게 된다.

 

이 영화의 실제 인물은 각본가 ‘달튼 트럼보’이다. <로마의 휴일>(1953)과 <브레이브 원>(1957)로 오스카 각본상을 두 번이나 익명으로 수상한 인물이다. 각본가로서 화려한 업적을 지닌 인물이지만 영화는 예술가적인 면모를 강조하지는 않는다. 대신 그것이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바로 사상의 문제다. 영화는 공산주의자로서 억압되어 온 인물의 상황과 고난을 묘사하는 데에 중심을 두고 있다. 당시로서는 사회적으로 예민한 논란거리였지만, 영화는 거시적으로 보지 않고 시선을 좁힌다. 사회의 여러 집단들은 인물의 주변 인물들로 상징되는데, 이런 미시적인 시선은 인간적인 개인사로 보이게 하며 이것은 인물을 사회의 소시민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영화는 개인적인 사건으로만 그치진 않는다. 사회의 계층에 대한 묘사도 주변 인물과 자료화면을 통해 적절하게 담아내며 거시적인 시선도 겸비하고 있기도 때문이다. 그리고 영화는 그걸 통해서 인물의 상황과 신념을 투사시키며 자연스럽게 사회에 대한 이상관으로 확장시킨다.

 

 보통 사상과 신념에 대한 전기영화라면 주동 인물과 신념이 반대되는 반동 인물이나 집단을 설치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반동 인물더러 주동 인물을 학대하게 만들며 인물의 드라마틱한 면모를 이끌어낸다. 그리고 주동 인물이 반동 인물에게 적대감을 가지게 만들고 승리를 일구면서 주인공의 신념을 옹호한다. 그것도 정석적으로 사용되는 구조다. 하지만 그 중에서 굳이 냉전의 소련과 미국이 아니더라도, 공산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영화라면 흑백논리에 빠지기가 쉽다. 예시를 들자면 ‘미국 영웅주의’에 빠지고들 한다. 하지만 <트럼보>는 그런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 반동 인물이 주인공에게 압박을 가하는 건 맞지만, 영화는 반동 인물을 처벌하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공은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가학의 대상으로 다뤄지지 않으면서 직접적인 적대감을 형성하지도 않는다. 이것은 인물의 신념을 존중하고 기인한, 인물에 대한 감독의 이해와 배려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 영화가 임하는 자세는 인물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아니다. 되려 소시민으로서의 인물을 관조할 뿐이다. 드라마틱한 면모를 지나치게 강조하지도 않고, 되려 인물의 인간적인 다양한 면모를 담아낸다. 주인공을 제외한 주변 인물들은 형식적으로 사용되어 사건이 나열되기만 하고 감정선도 매끄럽지 않지만, 그 나름대로 위트 있는 유머를 만들어내며 무게감을 덜어낸다. 사상에 맞서지 않는 인물을 대변한, 사려 깊은 자세만으로 <트럼보>는 전기 영화의 자세를 드러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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