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5점] 검사외전(2015)

영화감상평

[리뷰: 5점] 검사외전(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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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파워의 가벼움과 소재의 무게감 사이의 이질감.

평점 ★★☆

 

<검사외전>. 개인적으로 강동원이라는 배우를 좋아하진 않는다. 딱히 배우로서의 깊이 있는 연기력을 표출하지도 않고 ‘스타’라는 인식 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검사외전>도 설 연휴와 CGV의 스크린 독과점만 아니었다면 내가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보았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딱히 스토리가 매력적인 것도 아니었다. 이미 연휴 관객몰이를 기대하고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는 영화들에게는 지뢰가 많은 것을 알기에, 무거운 마음보다는 가볍게 즐겨보자는 마음으로 임해 극장 좌석에 앉았다.

 

일단 <검사외전>이 표방하고 있는 바는 <베테랑>이나 <내부자들>과 비슷하다. 사회의 권력층에서 벌어지는 부조리한 비리에 대한 고발이다. 영화는 정치인과 조폭, 검찰이 서로 얽히고 설켜있는 대한민국 사회의 추악한 단면을 대상화하고, 복수극의 형식을 차용해 대중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기 위한 ‘오락’영화의 틀을 가져다쓴다. 대중들의 공분을 기반으로 한 이러한 쾌감은 사회에 대한 예리한 지적으로 읽히기도 한다.

 

딱히 이 영화에 무게감을 기대하진 않았다. 예고편에서 표방했듯이 황정민과 강동원의 남남(男男)케미를 기대하고 관람할 것일 뿐, 무거운 소재를 어떻게 가볍고도 설득력 있게 풀어내느냐가 관람의 관건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실패다. 영화의 가볍고 경쾌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캐릭터다. 강동원의 능청스러운 개인기만으로도 이 영화는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그런데 그러한 연기는 자꾸 영화 안에서 겉돈다.

 

한치원 캐릭터는 사회 권력을 지배하고 있는 고위층에 대한 처단을 위한 변재욱의 판을 까는, 즉 악(惡)을 끌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인물이다. 여기서 사기꾼이라는 차악(次惡)의 설정은 많은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검사와 사기꾼의 유쾌한 조합이라고 했지만 그 유쾌함을 걷어내보자. 범죄를 범죄를 수단으로 처단하는 것이 올바른가? 이러한 사회적, 윤리적 질문이 설정 자체에 녹아있는데, 이것은 선과 악이 분명치 않은 사회상을 환기한다. 한치원 캐릭터는 그러한 사회 안에서 자신의 이익만을 따라 움직이는 인물인데, 사회의 악순환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는 인물이다.

 

변재욱도 11년동안 공부해서 사시에 합격하여 정의감에 불타는 검사였지만 피의자를 구타하고 권력을 남용하는 등 불법적인 수단을 정당화한다. 그러한 변재욱이 교도소에 들어가서 합법을 표방한 복수(증거를 얻는 방식은 거의 불법이다)를 한다고 하더라도 올바른 정의관은 될 수 없다. 사회 부조리의 지나친 압박이 어쩔 수 없었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것들은 ‘악’이 ‘악’으로 인해 ‘악’으로밖에 교체될 수  밖에 없는 사회의 고리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그런데 연출에서는 그러한 고민과 통찰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전개가 너무 안일한 탓에 사회의 자화상을 올바르게 옮겨냈다고는 하기는 힘들다. 지나치게 우연성에 기대는 전개에다가 스토리의 빈틈은 강동원의 캐릭터 연기로 채워지지만 일시적인 유머만으로 남용된다. 그리고 캐릭터의 사연과 사건의 무게감을 모두 담아내려다 보니 전개가 루즈하기도 하다. 따라서 ‘스타 파워’의 가벼움와 소재의 육중함 사이에서 계속 겉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소재와 연출의 균형을 잡지 못한, 티켓 파워를 위한 안일한 연출이 영화를 망쳤다. 배우의 코미디로 가볍게 소화되기에는 너무 무거웠던 소재인 듯하다. 황정민과 강동원의 케미도 기대 이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의 영역의 확립해가는 강동원의 존재감은 돋보적이다. 유쾌함을 위한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도. 하지만 무기력하고 순종적으로 그려지는 여성상은 오락적으로 소화되기엔 다소 불편하다.

 

개인 후기) 강동원만 빼놓고 생각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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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1 Retroboy  
중반까지는 그럭저럭 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후반으로 넘어가면서 그냥 무너지는 느낌이더군요.
이런 영화가 상영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 참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