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8점]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The Revenant, 2015)

영화감상평

[리뷰: 8점]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The Revenant,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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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과 노력을 겸비하고도 의지로 충만한 감독과 배우!

평점 ★★★★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 ‘영화’라고 하는 것은 관객의 입장에서는 2시간 내외의 짧은 시간의 유흥거리에 불과하지만 한 편의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복잡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힘들다.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개봉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 관여하고 생각하고 수정한다. 더군다나 창작의 정신적 고통은 물론이고 육체적 노동까지 강하게 겸비된다. 그렇지만 감독과 제작진, 배우들은 그런 고역을 이겨내고 하나의 예술 작품을 만든다.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는 감독과 제작진의 ‘실력’과 창작에 대한 ‘노력’, 관객에게 무언가를 체감하게 해주겠다는 ‘의지’의 집대성이다. 개인적으로 이 세 가지 요건이 균형있게 조화를 이룬다면 흔히 말해서 ‘걸작’이 된다고 생각한다. <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그 세 요소가 명확히 드러나는 작품이다.

 

<레버넌트>의 줄거리는 런닝타임에 비해 매우 간단하다. 19세기 미국 개척 시대라는 시대적 배경 하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인데 스토리를 따져본다면 새로운 느낌마저 없다. 하지만 여러 이야기들이 뒤섞인다. 곰에 의해 상처를 입어 동료로부터 버려진 ‘글래스’의 혹한 생존기와 가족 드라마, 원주민으로부터의 도주극. 이 스토리들이 설원이라는 장소로 묶여지고 긴밀하게 연결되는데 이 모든 것은 사건의 연쇄를 만들며 캐릭터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넣는다. 그것은 캐릭터의 심리 상태에 대한 묘사로 결부되며 캐릭터의 내면을 구축하고 드라마의 무게를 효과적으로 싣는다. <레버넌트>는 그러한 장르적 조화와 시너지로도 충분히 새롭다.

 

그렇다면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은 캐릭터의 내면에 어떻게 다가서고 그것을 연출하는가? 먼저, 인물과 카메라의 거리감에서 드러난다. 인물과 아주 가깝게 놓여진 카메라는 인물의 얼굴을 화면 안에 가득 채운다. ‘글래스’의 거친 숨소리와 육체적 고통이 느껴지는 행동, 표정을 끊임없이 강조하며 관객에게 내면을 거의 직접적으로 이입하게 만든다. 그리고 캐릭터들의 내면을 포착하는데 있어 ‘롱테이크’ 기법을 사용한다. 스테디 캠과 핸드헬드 기법과 어우러져 연극 같은 시네마틱 기술에 있어 초반부의 전투 시퀀스에서는 현장감과 생동감을 주기도 하였지만 영화는 주로 인물의 감정을 포착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관객에게 극적인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게 함으로서 드라마틱한 정서를 효과적으로 구축한다. 특히, ‘글로브’와 곰이 싸우는 장면에서는 그러한 미학의 절정을 이룬다.

 

엠마누엘 루베즈키가 포착한 설원의 풍경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2.35:1의 비율의 시네마스코프 화면과 자연광만을 이용하여 촬영된 이미지들은 상당히 아름답고도 웅장하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비극적이기도 하다. 생명 하나 없을 것처럼 보이는 드넓은 설원과 ‘글로브’의 처참한 처지가 자연스럽게 대비가 된다. 아름다운 풍경이 역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 구조이며 캐릭터의 비극성이 더욱 강화되는 장치다.

 

시나리오 자체가 매끄럽게 이어진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촬영 자체의 역동성과 웅장함이 주는 이미지만 하더라도 영화는 정서적으로 매끄럽게 이어진다. 그것 뿐만 아니더라도 내러티브를 넘나들 때의 장면의 연결성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보겠다. (의도적이었던건지는 모르겠지만) 카메라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얼굴에 가까이 간 나머지 화면에 김이 서린다. NG일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그 다음 장면으로 산맥을 넘는 먹구름이 보이는 풍경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톰 하디’가 피우는 담배연기로 이어진다. 이러듯 비슷한 이미지를 연결지어 자연스럽게 내러티브를 이어나간다. 미장센과 더불어 재치 있는 몽타주도 아름답기도 하다.

 

<레버넌트>는 연출적으로 상당히 능동적이고 역동적이다. 사건 자체는 극사실적이지만 <버드맨>과 비슷하게 현실과 무의식을 어느 정도 오가며 작품의 분위기를 포착한다. 거기다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톰 하디’의 연기도 단단히 한몫한다. 그렇게 만들어낸 시너지는 감각적이고 압도적이다. 한 인간의 무기력함을 새삼 체험하게 해준다. ‘실력’과 ‘노력’, ‘의지’가 삼박자를 이루는 혹한극.

 

개인적 후기)최근 작품 중에서 시나리오가 가장 스펙터클한 영화네요. 정말 끝날 것 같은데 안 끝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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