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9점] 헤이트풀8(The Hateful Eight, 2015)

영화감상평

[리뷰: 9점] 헤이트풀8(The Hateful Eight, 2015)

28 godELSA 0 3294 1
'말'을 방패로서 또는 무기로서 활용하는 데에 있어 타란티노 감독은 최고의 재담꾼

평점 ★★★★☆

 

<헤이트풀8>. 그의 영화에 묻어나오는 컬트적인 색깔을 좋아하던 안 좋아하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명실상부 컬트 영화의 거장이다. 초창기 작품들 <저수지의 개들><펄프 픽션><재키 브라운>까지만 보더라도 플롯을 조작해서 내러티브 전후를 맞추며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구축시킨 솜씨는 탁월하다. 좀 극단적이긴 해도 신변잡기적인 이야기에 불과한 영화의 시간성을 비틀어 전혀 다르게 보이게 하는 테크닉은 언제나 봐도 놀랍다. 하지만 그 중 무엇보다 타란티노 감독 작품들의 가장 큰 묘미는 바로 ‘대사’다. 타란티노 감독은 ‘대사’를 자유자재로 활용함에 있어 노련한 고수다. <저수지의 개들><킬 빌 - 2부><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에서는 등장인물의 ‘대사’가 각자의 방패이자 무기였으며 <펄프 픽션><데쓰 프루프>에서는 직설적인 유머로서 활용되었다. 대사로서 상황을 압도하고 그것을 연출하는 솜씨에 있어서 타란티노 감독 작품의 가장 재미있는 ‘오락’이다.


 이번 타란티노 감독의 8번째 작품 <헤이트풀8>에서는 장소나 소품, 등장인물들의 수는 모두 제한적이다. 그러한 조건 안에서 타란티노 감독의 재치가 한껏 빛을 발한다. 영화는 낯설고 외딴 곳에 갇힌 낯선 이들의 대화가 쉴새 없이 오간다. 그러는 도중 인물들의 정체와 과거가 드러나면서 갈등의 긴장감이 구축되는데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증오하는 상황을 점차 만들면서 대사 한마디 한마디가 오가는 동안 그 ‘말’ 안에 날카로운 칼을 숨겨놓은 듯하다. 즉, '말'이 곧 무기며 '대화'는 치열한 싸움처럼 보인다. 대화의 핵심을 명확하게 짚어내면서도 그 대화가 만들어내는 긴장감의 상승곡선을 정확하게 타는 타란티노 감독의 ‘작필’ 솜씨는 깔끔하기 그지없다. 또, 서로를 의심하며 몰래 칼을 겨누고 있는 상황 안에서도 유머를 자연스럽게 녹여내면서 타란티노 감독은 또다른 한편의 색다른 블랙코미디를 만들어낸다. 연출의 리듬감과 유머의 타이밍에 있어 영화는 상당히 노련하다.

 

<헤이트풀8>는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는 인과관계를 뒤바꾸고 ‘누가’와 ‘왜’를 숨긴 채 사건이 진행된다. 그러는 동안 복선이 여러 군데 설치되고 사건이 벌어지고 점차 복선이 맞춰지면서 오락적 쾌감을 높인다. 하시만 진실이 드러나고 복선이 맞춰지는 플롯에 있어 도식적으로 사용되고 긴장감의 흐름이 끊기기도 하여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플롯의 자잘한 변주가 궁극적으로 작용하지만 반전이 다소 약하게 전복적으로 작용하는 대목은 아쉽기도 하다.

 

타란티노 감독은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장고 : 분노의 추적자> 같은 미국 역사에 있어서 정치적 입장을 다룬 영화를 제작해왔다. <헤이트풀8>도 그 연장선이다. 영화 속에서 한 인물이 흑인임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남북 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다룬 것은 단순히 오락적인 재미를 위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1800년대 후반 정치적 입장에 따른 미국 내부의 대립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오두막’이라는 장소은 미국이라는 나라을 상징하는 하나의 소우주로 보이며 그 안에서 벌어지는 혈투는 미국 남북 간의 대립의 역사를 보는 듯하다. 즉, <헤이트풀8>는 미국 역사를 은유하는 작품이며 영화는 그것을 비꼬아 미래적인 메시지까지 도출해낸다. 전작보다 화합적으로 도출됐다는 것이 색다르기도 하다. ‘정의’라는 것을 현실적인 시각으로 투영시킨 타란티노 감독의 '재담'은 달라보여도 여전히 노련하다.

 

개인적 후기)아침 조조로 보고 왔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벅찼습니다. 서면CGV의 스크린이 작아서 2.76:1비율로 찍힌 웅장한 설원을 넓게 볼 수 없었다는 것은 너무나 아쉬웠습니다.


 movie_image.jpg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 신고
 
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