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10점] 네 멋대로 해라(À bout de souffle, 1959)

영화감상평

[리뷰: 10점] 네 멋대로 해라(À bout de souffle, 1959)

28 godELSA 1 2094 2

쉽다. 도발적이다. 이런 충격을 가진 미학을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평점 ★★★★★

 

<네 멋대로 해라>. 이해하기에 난해하다면 난해하고 쉽다면 쉬운 영화다. 1950년대 당시 할리우드에서 정립된 영화이론과 내러티브로서의 영화에 대한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전적인 반항심이 묻어나온 작품이다. 본 영화는 기존의 고전적 미학을 파괴한다고도 말할 수 있다. 영화는 오로지 내러티브에 대한 구성주의적 해체와 시공간에 대한 영화적 실험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러한 과정에서 우연하게 발견된 기법은 아직도 현대영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손 웰즈 감독의 <시민 케인>이 플롯의 구조를 한층 발전시켜 영화의 내러티브의 고전적 미학을 밀도 있게 이끌어냈다면 <네 멋대로 해라>에서는 기존의 미학을 비꼬고 거부한다. 관습적인 인물을 배제하고 아예 선과 악이 명확하지 않을 정도로 비전통적이고 급진적인 인물들을 내세운다. 게다가 인물이 가지는 행동의 동기마저 설명해주지 않는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에 있어서 관객을 납득시킬 ‘논리’마저 배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는 관객과 점차 동떨어진다. 말 그대로 ‘네 멋대로’ 진행되는 스토리라인은 내러티브가 중요시되던 영화의 기존 관념에 대해서 의문을 표시하는 듯하다. 어쩌면 그러한 측면에서 <네 멋대로 해라>의 스토리의 해석은 무의미한 짓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네 멋대로 해라>는 첫 개봉 당시 새로운 스타일로 충격을 안겨주었다. 여러 새로운 기법은 누벨바그 감독 뿐만 아니라 ‘도그마95’ 감독까지 현 세대에서도 다양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 기법이 창조되기에 있어서 고다르 감독의 즉흥성이 단단히 한 몫했다. (나는 촬영장 에피소드를 읽고 그러한 ‘미학적 혁명’이 쉽게 우연적으로 짜여졌다는 사실에 한참을 웃었다) 저예산으로 촬영된 작품이라 그런지 영화 전체가 핸드헬드로 촬영되었는데 다큐멘터리 같은 분위기가 나며 이것은 관객을 내러티브에 이입시키지 않으려는 장치들의 부합성을 암시하려는 기법으로 보인다. 카메라를 정면에 대고 응시하는 배우가 아니더라도 영상 자체는 실제 같은 생생함을 준다.

 

<네 멋대로 해라>는 대표적으로 ‘점프 컷’을 만들어낸 영화다. 시공간적 실험이 가장 잘 드러나는 기법인데 이것은 단지 영화의 런닝타임을 줄이기 위한 기계적인 편집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자연스러운 장면 전환을 추구했던 기존 미학에 전면적으로 도전한 것이 되었다는 게 아이러니이긴 하다. 영화 자체가 내러티브를 산산조각 내어 그 파편들을 이어붙인 듯할 정도로 장면이 툭툭 끊기는데 이러한 혁신적인 장면 전환은 영화에 대한 새로운 체험을 가져다준다. 그로 인해 <네 멋대로 해라>는 영화의 시청각적 본질에 대한 탐구가 묻어나는 실험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 되었다.

 

지금으로부터 55년 전 작품이 현재에 와서도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고 지적 충격을 준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55년 전의 영화계와 현재의 영화계가 공통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현재 세대의 영화는 ‘사건’에 초점을 두는 작품이 많다. 즉, 내러티브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 CG나 음향효과도 내러티브를 뒷받쳐주는 요소일 뿐 그 자체로 정체성을 지니지 못하고 있다. 모든 작품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영화 자체의 이미지 체험적 본질이 퇴행되는 가운데 수동적인 관객의 욕구만을 충족시키려하거나 또는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질문만을 던진다. 물론 그것이 나름대로의 미학이기 때문에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보편적인 미학 바깥에서 <네 멋대로 해라>는 여전히 ‘영화’라는 예술의 특수성에 대해서 고민을 해볼 만한 여지를 던져준다.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영화'란 바로 이런 것이다.

 

개인적 후기) 경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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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bbele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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