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스포]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Sicario, 2015)

영화감상평

[리뷰-스포]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Sicario, 2015)

28 godELSA 1 2941 0
얼음 속에서 마그마가 솟아오르는 감각을 느끼는 듯한 희열

평점 ★★★★

 

<시카리오 : 암살자의 도시>. 사회적인 메시지를 제외하고서라도 서스펜스 영화로도 단단히 큰 몫을 한다. 드니 빌뇌브의 연출력과 로저 디킨스의 촬영, 조한 조한슨의 음악, 조 월커의 편집 등의 연출적인 요소도 훌륭하고 그 외에도 에밀리 블런트, 베네치오 델 토로, 조슈 브롤린, 이 세 배우의 연기력마저도 모두 ‘서스펜스’라는 목표만을 위해 정확히 달려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마치 드니 빌뇌브 감독 버전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는 듯하다.

 

 ‘서스펜스’에는 긴장감과 분위기를 이끌어내기 위한 갈등 구도와 장면의 리듬은 필수적이다. <시카리오>에서는 그러한 리듬감에 있어서 완벽을 다다른다. 초반부의 인질을 호송하는 작전 시퀀스만 봐도 갱단들의 공격을 당할 것이라는 복선을 시퀀스 앞에 설치해놓고 작전이 진행될 때의 순간들을 실시간처럼 그려내면서 상황의 긴장감과 불안감을 그려낸다. 불안한 분위기의 중저음의 음악도 차분하게 긴장감을 점진적으로 구축해간다. 그리고 자잘한 페이크를 설치하면서 효과적으로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그리고 CIA가 갱단들과 대치하게 되면서 점차 극단을 치닫는 갈등은 서로가 빠르게 교차로 보여지면서 효과적으로 긴장감이 증폭되고 폭발하고 있다. 복선을 설정하고 상황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면서 긴장감을 효과적으로 완성하고 있는 장면인데 그 안에서 교차 편집의 리듬감과 속도감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 영화에서는 몽타주가 큰 몫을 하고 있다. <시카리오>는 사실적인 연출과 자극적인 소재에 따라 말초적일 수 있는 대목이 많다. 그렇지만 어떠한 폭력의 순간을 포착해도 관객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시체를 난도질해 도로에 매달아 놓은 장면 등이 있긴 해도 상황을 화면에 옮겨내면서 사실성을 부여하는 장치일 뿐이다. 따라서 이러한 몽타주는 서스펜스의 폭발을 상징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그러한 활용은 후반부 시퀀스에 잘 드러난다. 영화는 ‘알레한드로’가 ‘파우스트’의 집에 잠입할 때 부패경찰 ‘실비오’나 경호원을 죽이는 것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무의미한 죽음을 건조하게 카메라에 담아내는 대신 영화는 ‘마누엘’의 목을 찌르는 장면이나 ‘파우스트’ 본인과 그의 가족을 죽음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상황이 전개되는 데에 있어 긴장감을 한층 강화하거나 갈등 구도가 마무리되는 장면의 연출에 적용이 되는데 장면에 무게감을 싣기 위한 효과적인 몽타주다.

 

물론 로저 디킨스의 촬영도 서스펜스에 우아함을 불어넣는다.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긴장감을 담아내는 동시에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처럼 텍사스 사막의 장경을 고풍스럽게 화면으로 옮겨낸다. 후아레즈라는 카오스적인 도시를 황량한 사막 풍경의 일부처럼 묘사하는 숏은 지옥도의 일부처럼 보이게 하고 땅굴에 잠입하기 전 CIA대원들이 장비를 꾸리는 모습을 사막 노을의 어두운 풍경 안에 한 명씩 그림자만으로 담아내는데 작전의 긴장감을 암시하는 듯한 우아한 영상미로 느껴진다. 그 외에도 인위적인 조명이 느껴지지 않는 자동차 라이트만으로 검은 배경색 안에 인물들 간의 대립을 상징하는 구도를 포착하며 형식미도 뽐낸다.

 

<시카리오>는 시나리오 측면에서 전작 <프리즈너스>와 많이 닮아있다. 하나의 사건을 중심으로 인물들의 입장 차이를 다루면서 논쟁적인 사회 문제를 윤리적으로 질문하고 있는데 <프리즈너스>가 ‘범죄 피해자의 보복 범죄는 감정적으로라도 합리화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었다면 <시카리오>는 세계 질서를 위해서 ‘정의’라는 큰 화두를 두고 목표를 성취하는 데에 있어 ‘목적 지향주의’과 ‘법치주의’ 사이에서의 논쟁을 다루고 있다. 선과 악이 모호해지면서 사회의 지옥도 같은 풍경을 묘사하며 사회에 대한 은유를 담아내고 있는데 ‘법’을 중시하는 ‘케이트’와 ‘작전 성공’만을 생각하는 ‘맷’이 대립하게 되는 갈등 구도는 질문은 영화의 논점을 상기시킨다. 그렇지만 '케이트'가 '맷'의 방식의 효율성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고 억압당하게 되면서 사회의 권력과 악의 상생을 비관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렇지만 영화는 상황 자체의 긴장감을 묘사하는 데에만 주목한 나머지 ‘정의’를 고민하는 데에 있어 ‘케이트’의 심리 묘사는 다소 설명적으로 그쳐버렸다. 초반부의 인질 호송 작전 이후로 긴장감이 이어지지 못하고 잠시 끊기는데 이것의 원인은 ‘케이트’의 심리적인 갈등을 효과적으로 구현하지 못하는 데에 있다. CIA작전에 대해서 ‘맷’과 말다툼을 하고 담배를 피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작전을 위한 불법적 행동이 옳은가'에 대한 내면적 고민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초반부에는 없다. 초반부의 캐릭터 구현은 설명적이고 딱딱하지만 전개가 진행되고 나서는 그러한 캐릭터의 은유와 상징이 되새겨지며 서스펜스가 유지되는데 결과적으로 메시지가 효과적으로 이끌어내어지기 때문에 그러한 단점이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개인적 후기) <스타워즈>는 언제 보나... 셰익스피어 희곡 '맥베스' 한창 읽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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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14 토렝매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