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스포: 9점] 옥희의 영화(2010)

영화감상평

[리뷰-스포: 9점] 옥희의 영화(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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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질서한 시간성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하는 홍상수의 자유로운 정서

평점 ★★★★☆

 

<옥희의 영화>. 일간에서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마다 따라 붙는 말이 있다. “홍상수 영화는 그냥 느끼는 대로 보면 그게 정답이다”. 홍상수 감독이 삶에 대한 고찰과 통찰을 영화 속에 담아내면서도 무엇인가를 딱 꼬집어서 ‘이것은 그렇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그것만 그렇다’고 하지도 않는다. 일상의 자연스러움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부차적으로 따라붙는 삶의 철학과 변화가 무수하게 녹아있기 때문에 어찌보면 주제의식에 정답이 없다. 영화가 웃기면 관객은 웃으면 그만이고 큰 깨달음을 얻어갈 수도 있을 만큼 홍상수 작품은 접근 방식이 다양하다. 단지 홍상수 감독은 모든 것을 관객의 정서에 맡겨놓을 뿐이다.

 

<옥희의 영화>가 바로 그러한 말에 잘 부합한다. 영화는 4편의 단편이 서로 밀접한 연관성이 없이 이루어진 한 편의 옴니버스 무비처럼 보인다. 어떠한 주제의식 없이 각자 치닫는 단편들은 의미가 없어보이기까지 한다. 홍상수 감독은 영화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서 일반적인 사고방식을 거부한다. 영화 내에서 그러한 의도는 잘 드러나는데 <주문을 외울 날>에서 ‘진구’(이선균)가 자신 영화의 GV에서 “자신의 영화 안의 단편들은 어떠한 주제의식 없이 그냥 만들었다. 같은 피사체를 두고도 시간에 따라 보이는 삶처럼 서로 다른 면이 보이게 되는 유기적인 영화가 되고 싶었다”고 말한다. 어쩌면 <옥희의 영화>를 두고 홍상수 감독의 의도적인 설명으로 보이는 대사다. 영화에 있어서 어쩌한 주제의식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상하는 데에 있어 어떠한 가이드를 제시한다.

 

그런 말에 기반해서 본다면 영화의 단편마다 아주 관계가 없지도 않지도 않고 긴밀하게 보여지기도 한다. <주문을 외울 날><키스왕><폭설 후>에서 각자 느껴지는 인물들의 정서가 다르지만 ‘진구’, ‘옥희’, ‘송교수’ 3명의 인물들이 시간에 따라 느끼는 서로에 대한 시선과 감정은 각 단편 안에 봉인되어 있는 채 나열된다. 따라서 각기 다른 감정과 분위기를 지니게 되는 단편은 인물을 설명하는 데에 있어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하고 영화는 인물의 성격과 면모를 다양하고 다채롭게 그려낸다. 그 인물들은 각자 하나의 삶으로 상징되고 각각의 시간마다 비슷해보여도 달리 보이게 만드는 마지막 단편 <옥희의 영화>는 삶의 정서에 개입되는 시간성의 영향을 시간의 대조를 통해 내비치고 있다. 단편마다 똑같은 인물을 통해 보여지는 각기 다른 정서는 시간성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서 유기적인 ‘삶’이라는 개념에 대해 고찰하는 작품으로 보여진다. 따라서 홍상수식 '미니멀리즘'에서 시간과 정서를 연관짓는 넓은 스펙트럼이 묻어나기도 한다. 물론 개인적인 해석이지만. 나이나 경험 유무에 따라 공감대 형성은 어렵기도 하지만 역량에 따라 멋대로 보는 매력이 있는 홍상수 작품 아닌가.


개인적 후기) 홍상수 감독의 유머가 정말 제 취향..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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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Comments
9 오징어야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부터 옥희의 영화까지 계속되는, 홍상수 감독의 집념에 가까운 일관성.
'참을 수 없는 남자의 찌질함'으로 저는 요약합니다. ^^
4 이강도  
거짓과 위선이 일상화된 한국인에 대한 모든 까발림

이게 홍상수 감독의 영화의 주제죠.

한국인에 대해 이토록 명확하게 말한 감독도 없었습니다.
14 토렝매냐  
감사합니다
3 Gaemi  
우리선희도 너무 좋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