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스포: 8점] 멜랑콜리아(Melancholia, 2011)

영화감상평

[리뷰-스포: 8점] 멜랑콜리아(Melancholia,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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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신경질적 우울이 관객에게도 족쇄로 작용할 때

평점 ★★★★

 

<멜랑콜리아>. 개인적으로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영화였다. 제목 자체만해도 ‘우울증’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 영화는 근거 없는 비관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다. 사적인 이야기로 시작하다가도 우주적으로 확장시키면서 인류의 무력함과 외로움을 설파하더니 끝내 모든 생명의 종말론으로 마무리된다. 이 영화를 제작할 당시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이 우울증에 빠져있었다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이고 자기 치료의 일환으로 시나리오를 써내려갔다고 하지만 감독 자신의 스타일답게 결말은 상당한 충격을 안겨준다. ‘멜랑콜리아’가 지구를 스쳐지나가길 바라는 ‘클레어’의 희망조차도 거부당할 정도로 극도의 상황이 연출되는데 ‘저스틴’은 묵묵히 지구의 멸망을 합리화하며 삶의 무의미함을 암시한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다. 각자의 이야기는 다르면서도 비슷한 지점을 공유하고 있다. 1부는 ‘저스틴’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저스틴’의 결혼식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저스틴’은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외로움을 가지게 된 채 자신의 결혼식에서 방황한다. 파티에서 벗어나 방에서 목욕을 한다던가 모르는 남자와 섹스를 하는 등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까지 한다. 끝내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지 못한 그녀는 자신의 결혼식을 망치게 되며 신랑에게까지 버림받은 채 홀로 남겨진다.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이지만 ‘저스틴’의 내면은 2부로 가면서 극대화된다.

 

2부는 ‘클레어’의 시점으로 진행되며 ‘지구와의 행성 충돌’에 대한 해프닝을 다루고 있다. 1부보다 더 범우주적인 차원으로 발전하면서 나약한 존재로서의 인간의 무기력함을 보여준다. 지구가 멸망할 위험에 처해있는 상황에서 ‘클레어’는 자신에게 희망을 암시하다가도 죽음에 대한 무의식적 불안감이 내적으로 공존하고 있다. 영화는 종말론적 결말로 치달으면서 ‘클레어’의 내면을 죽음에 대한 불안감으로 채운다. 1부, 2부 모두 주인공이 희망을 찾으려고 하지만 결국에는 희망을 찾지 못하는 ‘비극’이 운명론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어차피 다 이렇게 될 텐데 뭐”라고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절망적이고 관조적인 비웃음이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정서를 연결짓고 있는 인물은 ‘저스틴’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는 ‘저스틴’이 왜 그렇게 우울하고 비관적으로 변해있는지는 영화 내에서는 설명이 되지 않으며 영화는 설명하지도 않는다. ‘저스틴’은 서사의 논리적인 근거를 모두 배제하면서 지극히 주관적인 감정에 빠져있는데 초반부의 결혼식 장면 이후로 점차 생기를 잃어가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까지 보일 정도다. 정신적인 무기력함을 가지고 있는 ‘저스틴’의 예언이 점차 들어맞아갈 때 영화의 세계관은 ‘저스틴’의 정신 세계와 일치되어 보이며 마치 우울증에 빠진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정신적 세계관처럼 느껴진다. 따라서 ‘저스틴’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분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멜랑콜리아>는 지극히 주관적인 이미지와 세계관 뿐만 아니라 감독 자신의 정서까지 공유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어두운 정서가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영화 초반부의 이미지와 클래식의 조화는 후반부의 종말 장면과 연상되며 이어진다. 하지만 ‘왜 저렇게 무의미해 보이는 이미지를 삽입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알 수 없는 비관론과 종말론으로 끝내 관객에게까지 우울한 분위기를 안겨주지만 이미지의 연쇄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자아내고 있다.

 

개인적 후기) 아름답지만 또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작품. 보기에 감정적으로 불편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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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24 jdjm  
제목 그대로 멜랑콜리한.
9 오징어야  
커스틴 던스트가, 이 영화도 그렇고, 업사이드 다운 도 그랬고,
평범한 블록버스터 흥행배우가 아니라는 걸 여실히 보여줬던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봐야겠습니다. 소중한 리뷰 감사합니다. ^^
14 토렝매냐  
감사합니다.